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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악몽

by 롸잇테리언


멘탈 하나는 자신 있었다.







방송국이라는

아마존 정글에서 버텨온 18년의 세월!



어지간한 시련 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깡!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죽어가는 남편도

내 손으로 살린 여자야!





이 세상에 노력으로

못할 건 뭐냐!



실은...거리에 수없이 많은

정신의학과도

그저 마음이 나약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미개하고 오만한 인간이었나)




10년 만에 얻은

귀한 아이들이라는 것과 별개로


쌍둥이들을 키우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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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50911_171224783_01.jpg?type=w773 돌아보니 이조차 사랑스럽다.









시간 맞춰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모빌만 돌려주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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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게...

들으면 할 만 하거든?





근데 문제는

계속 해야 된다는데 있다.




그냥 24시간 계속.






당시의 나








이걸 쉴 새 없이 하려니

생각보다 일 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롸잇테리언이 누구냐!


독기와 광기 하나로

살아온 내 인생.




아기 낳았다고 글빨이 쳐지거나

감 떨어진 작가로 보여서는 안 되었다.


(방송작가로 먹고 사는 거, 녹록치 않음)





이것도 잘해야 되고,

저것도 잘해야 하는 날들.




경북에서 여기까지

주중에 와주시던

시어머니의 은혜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갔다.










KakaoTalk_20250911_151109733.jpg?type=w773 옛날 우리집. 시어머니와 나











호르몬의 노예로서

굉장히 날카롭던 시절,




어떻게든 나를 챙겨주려던

시어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또 그렇게 밀어냈었다.





제가 할게요.


이리줘, 그냥 내가 할게.






이것도,


저것도,


내 손에서만 해결될 것 같았다.





일명


"내가 다 해!!!" 병.




젖병소독도,


분유 타는 솜씨도,


기저귀 가는 것도,



나 아닌 사람이 건드리면

죄다 마음에 안 들어서

못마땅한 표정이 디폴트였던 시절.





육아도, 일도

100점 맞아야 하는데

난 누구보다 완벽해야 하는데

삐끗하면 안 돼.




그리고 너,

지금까지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딱히 힘든 거 없었잖아.




시험관 실패하고 울면서

아기만 낳으면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잖아.



이제 너는 엄마야,

나약한 생각하지 마.





더이상 구석으로 몰릴 곳도 없는

만신창이 쌍둥이 엄마를

나는 그렇게도

모질게 몰아세웠다.




돌아보면 참...

사는 게 사는 거였나.




애 낳고 와서

하루에 3시간 자가면서

모든 업무 처리하던 시절.




자는 건지, 먹는 건지,

쉬는 건지, 뭐하는 건지,

하루하루 위태로운 수문장처럼

모든 것들을 쳐내던 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애들 잠깐 잘 동안

식탁에 앉아 일을 하는데

모니터가 흔들리더니

땅이 지진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어...?


지진났나?



얼른 뉴스를 찾아봤다.



아니네... 뭐지?





달달달...




달달달...




달달달...






가만히 보니...


내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산후조리한다고

긴팔을 입고

선풍기조차 쐬지 않고 있었던...



한 여름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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