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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너무 잘 풀린다 했다.

by 롸잇테리언




학교 다닐 때

이야기의 기본구조 배웠던 거

기억나는 사람?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육아는 위기, 위기, 위기 아니냐고?







아니.

정확하게 발단-전개...

순으로 이어진다.

(이 말은 복선이다.)











아기를 낳기로 결심한 것은

즉흥적인 일이었다.



즉흥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결혼 10주년에 출산했지만.





아기를 낳아 기르는 일은

그런 능력이 되는 사람들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

하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차일피일 미루던 나였다.




10년 간, 우리는 딩크였다.








2021년 여름.


남편이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와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로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를 갖게 되었다.










예상했겠지만

우리 딸둥이는 시험관 아기다.






쌍둥이가 제법 많아진 세상이다.






그럼에도,

쌍둥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시선이 날아와 꽂힐 때가 있다.





1.귀여워서

2.귀여운 애들이 둘이라 귀여워서


라고 생각한다.

(이 쪽이 마음 편하다.)






어디서 주워 들은 거 좀 있는

아주머니들은 가끔

'자연임신이에요?' 라고 묻고,




아뇨. 시험관으로요.

라고 대답해드린 일이 적지 않다.




기분 나쁘냐고?







아니.

사실 난 팩트만 말해도 되는 것에는

감정을 섞지 않는 편이다.






애니웨이...

시험관은 누구에게나

순탄치 않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두 번의 채취와

두 번의 이식을 통해

두 명의 아이를 동시에 얻었으니

선방한 편이겠다.




배아 붙인다고

돌주사도 맞아보고,


혈전수치 이슈로

크렉산이라는 피멍 주사를

출산 일주일 전까지 맞았던 나지만

뭐가 대수랴.






다시 보니 새롭네, 남편이 주사담당.








남자들에게 군대 이야기가 있다면

여자들에게는 출산 이야기가 있다지.





하지만, 나는

임신, 출산 과정 자체를 놓고 봤을 때

무용담처럼 이야기 할 만한

뭐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입덧? 있었지.

수술 전날까지 입덧약 먹었지.

그래도 뭐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고.




붓기? 없었다.

수술하는 날도 플랫슈즈 들어감.




출산 3주 전까지

계속 일을 했기 때문에

몸이 둔한 게 조금 불편스럽긴 했어도

재재들로 인한 이슈는 없었다.



(돌아보니, 내 딸들은

뱃속에서부터 날 도왔다.)







키도 큰 편인데다

배도 감당 못할만큼 나오진 않아서

할 만, 했다.




임신도 무난,

출산도 무난.






아이들의 태명이자, 극 중 이름으로 사용할 예정






조리원에서 딱 3kg 남기고

몸무게 다 복귀.







조리원에 처음 간 날

담당 실장님이

쌍둥이 엄마 어디갔어? 하며

돌아다니셨다고 한다.


붓기가 해도해도 너무 없어서

설마 하셨단다.




서른여섯으로 간당간당 노산이었는데

회복까지 빨라!







가히 천국이었다





황송한 대접 받았던 조리원 생활 3주






정말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



내 인생 이제

술술 풀릴일만 남았나봐!







조리원에서 복직해

신나게 대본을 갈기면서

나는 나의 꽃길을

멋대로 상상했다.




동네사람들! 나 좀 보세요!

임신? 출산?

거 참 별 거 아니더만요.






이때가 좋았...아니다.









한껏 들뜬

나의 등 뒤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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