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하나는 자신 있었다.
방송국이라는
아마존 정글에서 버텨온 18년의 세월!
어지간한 시련 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깡!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죽어가는 남편도
내 손으로 살린 여자야!
이 세상에 노력으로
못할 건 뭐냐!
실은...거리에 수없이 많은
정신의학과도
그저 마음이 나약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미개하고 오만한 인간이었나)
10년 만에 얻은
귀한 아이들이라는 것과 별개로
쌍둥이들을 키우는 것은
고된 일이었다.
시간 맞춰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모빌만 돌려주면 되는데
분명 이게...
들으면 할 만 하거든?
근데 문제는
계속 해야 된다는데 있다.
그냥 24시간 계속.
이걸 쉴 새 없이 하려니
생각보다 일 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롸잇테리언이 누구냐!
독기와 광기 하나로
살아온 내 인생.
아기 낳았다고 글빨이 쳐지거나
감 떨어진 작가로 보여서는 안 되었다.
(방송작가로 먹고 사는 거, 녹록치 않음)
이것도 잘해야 되고,
저것도 잘해야 하는 날들.
경북에서 여기까지
주중에 와주시던
시어머니의 은혜로
근근히 생활을 이어나갔다.
호르몬의 노예로서
굉장히 날카롭던 시절,
어떻게든 나를 챙겨주려던
시어머니의 마음을
그때는 또 그렇게 밀어냈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내 손에서만 해결될 것 같았다.
일명
"내가 다 해!!!" 병.
젖병소독도,
분유 타는 솜씨도,
기저귀 가는 것도,
나 아닌 사람이 건드리면
죄다 마음에 안 들어서
못마땅한 표정이 디폴트였던 시절.
육아도, 일도
100점 맞아야 하는데
난 누구보다 완벽해야 하는데
삐끗하면 안 돼.
그리고 너,
지금까지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딱히 힘든 거 없었잖아.
시험관 실패하고 울면서
아기만 낳으면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잖아.
이제 너는 엄마야,
나약한 생각하지 마.
더이상 구석으로 몰릴 곳도 없는
만신창이 쌍둥이 엄마를
나는 그렇게도
모질게 몰아세웠다.
돌아보면 참...
사는 게 사는 거였나.
애 낳고 와서
하루에 3시간 자가면서
모든 업무 처리하던 시절.
자는 건지, 먹는 건지,
쉬는 건지, 뭐하는 건지,
하루하루 위태로운 수문장처럼
모든 것들을 쳐내던 나였다.
그러던 어느날,
애들 잠깐 잘 동안
식탁에 앉아 일을 하는데
모니터가 흔들리더니
땅이 지진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어...?
지진났나?
얼른 뉴스를 찾아봤다.
아니네... 뭐지?
달달달...
달달달...
달달달...
가만히 보니...
내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었다.
산후조리한다고
긴팔을 입고
선풍기조차 쐬지 않고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