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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테 Aug 08. 2024

돌아올 결심



우린 저마다 다른 옷을 입고

다른 향기와 색깔로

무리 지어 손을 흔들어요


무리 속에서 유일무이한 존재

당신이 그곳에 있기에

내겐 그곳조차도 특별해요


전정가위로 손질되지 않은

당신은 고결한

스스로는 결코 모르는 유럽의 상징


내 맘 속 우물로 남은 당신 모습

끝내 마땅한 이름도 없이

어느 날 훌쩍 떠나버렸어요


당신에게 닿을 어떤 소식도 보내지 못한 채

그저 마른 우물만 들여다봐

다시 돌아올 수 있나요?


부치지 못한 편지 같은 마음이

오늘도 당신을 기다리느라

서성이는 길에 그리움으로 떨어져요


훌쩍 떠나 듯 홀연히 돌아와요 부디...






그리움은 상흔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다가 문득 그 상흔을 보게 되는 순간, 기억이 떠올라 부푼 풍선처럼 한 없이 켜져 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공간에서 그분을 알게 된 지 100일쯤 되었을까?

그분은 파리 외곽의 랜드마크였다.  이보다 더 향기로운 유럽 장미는 없을 만큼.


발행일이 좀 지난 글에 달린 댓글을 읽고 답글을 달려고 매거진을 열었다가 그분의 흔적을 보았다.

있어야 할 이름 대신 '탈퇴한 회원'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발행글에 달린 답글을 읽으며 우연히 댓글 밑으로 올라온 답글을 보았던 게 떠올랐다.

브런치를 탈퇴할까 고민 중인데 퇴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거친 글을 좋은 마음으로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냥 머물러야 하나... 하는 글이었다.


사람 마음이 그렇잖나. 사는 일이 녹록지 않으니 한 번씩 요동 칠 때가 있지. 그녀도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고(제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이름도 바꾸고 관심작가를 0으로 비워냈다가 다시 모셔들였다가 힘든 마음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고비를 잘 넘기고 밝아져서 돌아오기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다음 날 그녀는 결심한 듯 떠났다.

그녀와 각별한 다른 작가님도 그녀를 몹시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올리셨다.

지금도 이쁜 공주님을 데리고 혼자 놀이터에 있을 것 같은 그녀가 보고 싶다.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보고 싶다니 말이 안 되는데 그래도 보고 싶다.

그녀를 찾으러 파리 외곽으로 쳐들어갈 수도 없고.

지금 그곳은 올림픽이 한창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그녀의 마음도 막바지에 이르러 다시 돌아올 결심을 굳히기를 바라고 있다.


사는 일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 누군가가 나를 떠나고 내가 누군가를 떠나는 그런 일.

그런데 무심하지 못하고 유심하게 된다.



https://youtu.be/-nf0NBJzp1M?si=l8B56HfAlL8x94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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