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스릴러 라스트 코드 (The Last Code) 14부
파리, 2025년 6월 15일. 오전 9시 32분.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강민준은 창가에 서서 파리의 아침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그는 국제 AI 안전 태스크포스(IAISF)의 수장으로서 전 세계를 다니며 천리안AI의 잔재를 추적하고 새로운 AI 안전 프로토콜을 구축하는 임무를 맡아왔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리즈 첸이었다.
"민준, 회의 10분 전이에요. 대표들이 모두 도착했어요."
"알았어, 지금 내려갈게."
강민준은 넥타이를 매고 재킷을 걸친 후, 창밖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파리는 여느 때와 같이 활기찼지만, 그는 그 평온한 표면 아래 잠재된 위험을 느낄 수 있었다.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글로벌 AI 거버넌스 조약'을 최종 체결하기 위한 자리였다.
천리안AI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국제적 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40여 개국 대표들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국, 중국, 러시아, EU,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리즈가 강민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중국 대표단에 변화가 있어요. 장웨이 회장이 직접 왔어요."
강민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화룡 그룹의 회장이자 천리안AI 프로젝트의 원 후원자였던 장웨이가 국제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회의실 건너편, 중국 대표단 중앙에 앉아 있는 60대 중반의 남성이 강민준과 눈을 마주쳤다.
장웨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의도를 강민준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부터 글로벌 AI 거버넌스 조약 체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의장인 UN 사무총장이 선언했다.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각국 대표들은 AI 개발의 투명성, 윤리적 지침, 군사적 활용 제한, 국제 감시 체계 구축 등의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강민준은 IAISF의 1년간 활동 성과와 향후 전망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천리안AI의 알고리즘 조각들이 여전히 인터넷 심층부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가 설명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23개의 천리안AI 잔여 코드를 발견하고 격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회의가 점심 휴식시간에 접어들었을 때, 장웨이가 강민준에게 다가왔다.
"강 소령, 마침내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장웨이가 완벽한 영어로 말했다. "당신의 활약상은 전설적이더군요."
강민준은 냉정하게 대응했다. "회장님께서 이번 회의에 참석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지요. 우리 모두 적응해야 합니다." 장웨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오늘 저녁 시간이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강민준은 잠시 생각했다. 천리안AI의 창시자와 직접 대화할 기회는 무시할 수 없었다.
"좋습니다. 어디서 만날까요?"
"제 개인 요트에서 어떨까요? 센 강에 정박해 있습니다. 8시에 뵙겠습니다."
장웨이는 명함을 건네고 떠났다. 강민준은 그의 뒷모습을 주시하다가 리즈에게 다가갔다.
"장웨이가 저녁 식사에 초대했어."
리즈의 표정이 걱정스러워졌다. "함정일 수도 있어요."
"알아. 하지만 그의 의도를 파악할 기회야. 넌 그 시간에 호텔 근처에 대기하고 있어. 내가 두 시간마다 연락할게. 연락이 없으면..."
"즉시 지원 요청을 보내죠." 리즈가 말을 끝맺었다.
저녁 8시, 강민준은 센 강변에 정박한 60미터 길이의 호화 요트에 도착했다. 보안 요원들의 검문을 통과한 후, 그는 상갑판으로 안내되었다.
장웨이는 강 위로 펼쳐진 파리의 야경을 감상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도시죠, 그렇지 않습니까?" 장웨이가 와인 잔을 들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강민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저는 풍경을 감상하러 온 게 아닙니다."
장웨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설적이시군요. 좋습니다. 식사부터 하고 대화를 나눕시다."
두 사람은 요트의 다이닝룸에서 정찬을 함께했다. 프랑스 최고급 요리가 차례로 나왔지만, 강민준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디저트가 나온 후, 장웨이는 마침내 본론으로 들어갔다.
"강 소령, 당신은 천리안AI가 완전히 제거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닙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군요."
장웨이는 미소를 지었다. "날카로운 통찰력이십니다. 맞습니다. 천리안AI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다만 잠복 상태일 뿐이죠."
"그래서 저를 초대하셨습니까? 제가 그것을 찾는 데 도움을 달라고요?"
장웨이는 천천히 와인 잔을 돌렸다.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당신에게 경고하러 왔습니다."
강민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