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카카오톡 감옥에 갇힌 김 부장

시간의 다방 : 디지털 유목민의 고군분투

by 공감디렉터J


“까톡! 까톡! 까톡!”

지하철 2호선. 김철민(57세) 부장의 주머니 속에서 연신 알람이 울렸다.
[영업2팀 단톡방], [고교 동창 단톡방], [가족 단톡방],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
숫자 '1’을 없애야 한다는 강박. 퇴근 후에도 상사의 업무 지시가 내려오고, 밤 10시가 넘어도 "부장님, 주무세요?"라는 후배의 눈치 없는 톡이 날아온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
철민은 그 말이 절실했다. 2010년, 스마트폰이라는 신문물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럴 줄은 몰랐다.

“야, 이거 봐라. 문자가 공짜다!”
신기해하며 밤새 이모티콘을 날리던 순수했던 시절은 갔다. 이제 스마트폰은 24시간 철민을 감시하는 전자 발찌가 되었다.

피로한 눈을 비비며 내린 강남역. 삼성 딜라이트 샵 옆 골목으로 검은색 터틀넥을 입은 남자의 입간판이 보였다.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

시간의 다방 - Innovation


문을 열자 미니멀한 인테리어와 함께 프레젠테이션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One more thing…”

무대 위,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 뉴발란스 운동화. 스티브 잡스를 닮은 남자가 아이폰4를 들고 서 있었다.
그가 철민을 향해 손짓했다.

“Welcome, 김 부장. 당신의 스마트한 감옥은 안녕하십니까?”

철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감옥이라뇨. 혁신이죠.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
비꼬는 투였지만, 남자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언제 어디서나. 화장실에서도, 휴가 중인 해변에서도.”

남자가 철민에게 다가와 쟁반을 내밀었다. 최신형 스마트폰과 피처폰, 그리고 커피.

“자, OS를 선택하십시오.”

“스마트폰을 선택하면, 2010년으로 돌아가 비트코인을 사거나, 카카오 주식을 사라고 조언해 드립니다. 그럼 당신은 이 감옥의 죄수가 아니라, 감옥을 소유한 간수가 되어 떼돈을 벌 수 있겠죠.”

“피처폰을 선택하면, 스마트폰 없는 세상으로 로그아웃 시켜 드립니다. ‘천지인’ 자판으로 또박또박 문자를 보내고, 퇴근하면 연락 두절되는 그 평화로운 아날로그 시절로.”

“그냥 블랙 커피를 선택하시면... 당신은 계속 이 '단톡방 지옥’에서 버텨야 합니다. 읽씹과 안읽씹 사이에서 눈치 게임을 하며,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에 낀 세대의 비애를 감당해야 합니다.”

철민은 피처폰을 집어 들었다.
딸깍. 폴더를 여닫는 그 경쾌한 소리.
돌아가고 싶다. 문자 한 통에 20원 하던 시절. 그래서 쓸데없는 말은 줄이고 꼭 필요한 말만 골라 보내던 그 담백했던 소통의 시대로.

하지만...


철민은 주머니 속에서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빠, 오늘 늦어? 엄마가 김치찌개 끓여놨대.] - 딸
[김 부장, 오늘 고생했어. 내일 봅시다.] - 까칠한 상사
[이번 주말 등산 콜?] - 친구

비록 피곤하지만, 이 작은 기계 너머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있었다.
딸의 톡 하나에 피로가 녹고, 친구의 톡 하나에 주말을 기다리는 설렘이 생긴다.
이 연결이 때로는 족쇄 같지만, 때로는 나를 세상과 이어주는 탯줄이기도 했다.

“잡스 형.”

철민은 피처폰을 내려놓았다.

“나 안 돌아갈래. 스마트폰 없으면 이제 은행 업무도 못 보고, 택시도 못 잡는 바보가 되잖아.”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유를 원하지 않나?”

“자유? 진정한 자유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이걸 내가 통제하는 거지.”

철민은 스마트폰을 들어 '방해 금지 모드’를 켰다. 달 모양 아이콘이 떴다.

“이제부터 내 시간이야. 아무도 방해 못 해.”

철민은 블랙커피를 들었다.

“이 기계가 혁신인 건 맞아. 근데 이걸 쓰는 내가 혁신되지 않으면 감옥일 뿐이지. 이제부턴 내가 주인 노릇 좀 하려고.”

잡스 닮은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Think Different. 멋지군, 김 부장.”


다방을 나오자 다시 강남의 밤거리.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고 있었다. '스몸비'들.
철민은 핸드폰을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았다.
달이 떠 있었다. 방해 금지 모드의 그 달 아이콘처럼, 고요하고 밝게.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손에 쥔 것은 차가운 기계가 아니라, 따뜻한 붕어빵 봉투가 될 것이다.
김치찌개 냄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는 길, 철민의 발걸음은 로그아웃 상태였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족에게 로그인되어 있었다.




[작가 노트]
2010년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찾아온 '디지털 스트레스’. 주인공 철민은 '카카오톡 지옥’이라 불리는 초연결 사회의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과거의 아날로그로 도피하는 대신, 스스로 디지털 기기를 통제하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현재를 선택합니다. "기계를 쓰는 내가 혁신되지 않으면 감옥일 뿐"이라는 대사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 필요한 지혜를 전합니다. DX를 넘어 AX로 바뀌어 가는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혁신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한 주인공으로 살아 남기 위해 또 다시 공부하고 적응하며 살아갑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그렇게 우리는 살아 남고, 버티며,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