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금어기가 풀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산골유학 아이들이 줄기차게 물고기 잡으러 나가는 날이 잦아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는 곰배령에서 내려온 물이 맑은 계곡을 이룬다. 방태천이라는 작은 개울은 현리로 흘러가 내린천과 만나고 내린천은 소양강과 만난다. 이후로는 모두가 알다시피 북한강이 되어 서울을 지나는 한강이 되고, 그다음은 서해 바다로 흘러간다.
이 방태천 최상류 구간에서 아이들은 물고기를 잡는다. 오늘도 4학년 경진과 2학년 지우, 수현은 족대를 들고 채집통을 들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4학년이라고 해봐야 9살 반, 2학년은 7살이 좀 넘은 아이들이다. 여전히 고사리 손이고 숏팔이 숏다리다. 물고기가 호락호락 이 아이들에게 잡혀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줄기차게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는 이유는 '관찰'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물론 물에서 첨벙첨벙하고 시원하고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걸 보고 펄떡펄떡 뛰는 미끄러운 물고기를 만지는 이 모든 과정이 주는 스릴과 쾌감도 클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탐어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은 지난번 물들이연구소 성무성 대표의 강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모든 물고기 관찰은 물고기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관찰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그래야 물고기에게 조금이라도 빚을 갚는 것이다. 그 가르침을 요약하면 이렇다.
아이들은 고사리 손과 숏다리 숏팔로 족대질을 하고 물고기를 몰아주면서 탐어를 한다. 탐어(探魚)다. 방태천에서 많이 보이는 물고기는 열목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크게 자라면 70cm까지 자라고 한다. 연어 사촌이라고 하는데 설피마을 계곡에선 손바닥 만한 녀석을 본 게 가장 큰 사이즈였다. 그리고는 참종개, 둑중개, 새미, 금강모치, 돌고기 이 정도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금강모치, 열목어, 참종개, 새미, 둑중개
아이들은 물고기를 잡고 채집통에 담아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풀어준다. 아주 작은 녀석이 잡히면 바로 풀어준다. 물고기를 만질 때 꼭 물에 손을 담가 온도를 낮춘다. 계곡에 사는 물고기들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36.5도의 손으로 만지면 굉장히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물고기를 만지기 전에 꼭 손의 온도를 낮춘다.
(어른) 손님들이 방문하면 대부분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고 싶어 한다. 뭐가 사느냐고 물어보고 사이즈는 어떻냐고 묻는다. 그래서 이런이런 물고기들이 있는데 손바닥보다 큰 녀석들은 별로 없다고 답한다. 그 뒤에 돌아오는 답은 대부분 이렇다. "그렇게 작은 녀석들은 튀겨 먹어야 제맛이지", 또는 "어죽을 끓여 먹으면 최고야", "된장 넣고 매운탕 끓여야지"
식당과 마트에 큰 물고기가 넘쳐나는데 왜 이 계곡에 살고 있는 작은 녀석을 잡아먹어야 하는 걸까? 수렵과 채집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 어른들의 탐어는 물고기를 찾고 관찰하는 탐어(探魚: 물고기를 탐구하다)가 아니라 탐욕으로 점철된 탐어(貪漁: 물고기를 탐내어 잡다) 일뿐일까...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눈에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어른들이 어떻게 비칠까. 툭하면 어린이 교육을 잘 시켜야 된다고 하지만, 환경+생태 분야만큼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