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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Sep 20. 2024

내비게이션에 속았다?

내비 대란+응급실 뺑뺑이+비행기 수질

1. 추석 연휴 운전을 해서 고향에 다녀오시거나 여행을 떠났던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이 덜 막히는 길로 안내해 준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논길에 갇혔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공감을 나타낸 분들도 많고요. 이건 사실입니까?


- 네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파악됩니다. 17일 오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여러 곳에는 '충남 아산 한 농수로에 차량 수백 대가 갇혔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이 많이 게시되기 시작했습니다. 한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에 속았다”며 “내비게이션이 이상한 농로로 보내서 차들이 갇혔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티맵 애플리케이션들을 통해 해당 경로를 안내받은 운전자로 알려졌습니다.

광주에서 부천으로 향하던 또 다른 운전자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경험담을 공유했습니다. 그는 “행담도 가는 길이 너무 막혀서 내비게이션이 국도로 안내하길래 논두렁길로 갔더니 고립됐다”면서 “2㎞ 가는 데 5시간이 걸렸다. 아이고 어른이고 논두렁 옆 길에서 소변을 보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구간은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서 평택호 방향으로 향하는 농로로 합류 구간이 여러 곳 있어 특히 정체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2. 커뮤니티 글에서는 특정 길안내 앱 이용자들만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사실입니까?

- 길안내 앱 티맵 사용자들이 이런 일을 겪은 걸로 지목됐는데요. 다른 앱 사용자들도 이런 일을 공통적으로 겪은 걸로 나타납니다.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주요 내비게이션사들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진 현상”이라면서 “해당 이면 도로는 평소 안내를 잘하지 않고 길 안내 가중치도 굉장히 낮은 곳이다. 다만 당시 메인 도로에서 차가 너무 막히다 보니 중간에 최소 시간 경로로 바꾼 경우에 해당 도로로 많이 안내된 것으로 파악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언론보도에서 많이 다뤄진 충남 아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걸로 파악됩니다. 저도 연휴기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요. 포항에서 강원도 인제로 가던 중에 영덕에서 7번 국도 통행량이 많아졌어요. 내비게이션이 12분 단축된다면서 해안도로 비슷한 작은 길을 추천해 줘서 그리로 들어갔는데요. 차량이 몰려들면서 2km 거리를 1시간이 걸려서 빠져나오게 됐습니다. 정체가 없다면 4분이면 지나갔을 길인데요.

교통정체가 발생하면 내비게이션 앱이 교통정보를 수신해 덜 막히는 경로를 찾아 안내하게 되는데요. 변경된 최단시간 경로 안내에 따라 좁은 길로 갑자기 많은 차량이 몰려들면서 또 다른 정체가 빚어지는 현상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안내된 우회로 이용차량이 확 늘어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는데, 농로나 해안도로 등 좁은 길에는 교통정보 수집용 CCTV 등이 없어 정체 이후에도 한동안 그대로 안내가 나간 것 같다는 게 내비 운영사의 입장입니다.

티맵 관계자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앞으로 전국 이면도로 교통량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차량정체가 발생한 이면도로 진입 때 이용자에게 알림을 띄우는 서비스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3. 다음 주제로 넘어가 보죠. 추석연휴 다행히도 응급실 대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는데요.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실 뺑뺑이는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면서요?

-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중앙일보 기고를 통해서 "정상적인 수용 능력 확인과 이송을 어떻게 ‘응급실 뺑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추석 연휴에 안과 응급 수술을 15시간 만에 받았다고 ‘응급실 뺑뺑이’라는데, 전공의 선생들이 정상 진료하고 있었던 설, 추석 연휴, 아니 주말 공휴일에도 안과 응급 수술을 15시간 만에 받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썼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 뺑뺑이'로 언론의 조명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 ▲연휴 첫날인 14일 충북 청주에선 하혈을 하는 25주 차 임신부가 병원 75곳에서 거절당해 6시간여 만에 응급처치를 받았다. ▲다음날 광주에서는 손가락 절단 환자가 90㎞ 떨어진 전북 전주에서 수술을 받았고, ▲16일 강원도에서도 안구가 파열된 한 남성이 여러 지역을 헤매다 15시간 만에 인천에서 수술을 했다는 사례가 많이 거론됩니다.

언론과 응급의학과 의사의 상황인식이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이죠. 언론은 얼마나 많은 병원에서 거부당했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치료를 받게 됐는지, 얼마나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치료를 받게 됐는지 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응급의학과 의사는 수용능력확인, 정상적인 이송과 전원 등은 정상적인 응급의료체계가 작동하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4. 국민들은 응급의료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 같은데요. 크게 다치거나 의료기관이 문을 열지 않는 휴일, 심야 시간에는 응급실에 가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걸로 생각하고 있잖아요.

- 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휴일이나 밤에 갑자기 아프거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크게 다치면 응급실에 가는 것이고. 응급실에 가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하죠. 그런데 이건 일반인들의 상식이고요. 의료진의 상식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이경원 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이제 대한민국에서 어떤 응급 환자든지 첫 방문 또는 이송되는 응급실에서 모든 응급처치와 입원, 수술, 중환자실 입원과 같은 최종 치료를 받아야 ‘응급실 뺑뺑이’라는 보도가 사라질까? 우리나라, 아니 이 지구상에서 그럴 수 있는 병원이나, 지역,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응급의료체계, 전원, 이송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기 전에도 응급실은 방문부터 최종치료까지 이뤄지는 것이 아니었다는 지적이죠. 2022년 기준 응급실 내원환자는 880만 명입니다. 응급실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본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고요. 응급실로 매일 같이 출퇴근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사정을 더 잘 알고 있겠지만요. 응급 환자들이 받아주는 응급실을 찾아 떠돌아야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5. 개별 사안에 대해 알아보죠. 먼저 손가락 절단 환자 사례부터 살펴볼까요?

- 9월 15일 광주광역시에서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언론들은 광주에서 90km 떨어진 전주에 가서야 접합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지적을 했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수술을 받을 정도로 응급의료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취지죠.

그런데 보건복지부 해명은 좀 다른데요. 복지부는 "손가락 등이 절단될 시 시행되는 수지접합 수술은 전국적으로 총 5개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포함한 일부 병원에서만 진료가능한 전문 분야"라며 "평상시에도 손가락 절단 등이 발생할 경우 인근 종합병원보다는 수술이 가능한 전문병원으로 시·도를 넘는 이송이 잦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례는 두 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다고 전해졌는데요. 복지부는 "통상 잘린 손가락은 보존 상태에 따라 12~24시간 이내 수술 가능"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경원 응급의학회 공보이사가 언급한 산모 사례는 채널A가 보도했는데요. 태반 박리 증상이 찾아온 30주 차 임신부가 50분을 기다려서야 응급실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경향신문이 보도한 충북 청주 사례와는 다르고요. "KTAS 1,2등급에 해당하는 환자가 아니라면 활력징후 정상인 임신부가 50분 응급실 진료를 기다렸다는 것이 무슨 뉴스거리가 되는지 정말 의문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더 중한 환자가 있으면 덜 위급한 환자가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는 취지고요.     


6. 일반 국민과 응급실 의사들의 체감도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해 보입니다. 응급실이 원래 그렇게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는 게 정상이라면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하고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고요. 그게 아니라면 응급의료에 대한 보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요. 다음 주제로 가보죠. 승무원은 안 먹는 비행기 커피라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맥락을 좀 살펴보죠.

-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보도인데요. 조선일보가 19일 <"승무원은 안 먹어",,, 비행기 '더러운 비밀' 폭로한 미 조종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미국 뉴욕포스트 보도를 인용한 건데요. 뉴욕 포스트는 비행기 탈 때 피해야 할 5가지 음식과 음료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술, 커피, 탄산음료, 매운 음식, 튀긴 음식 이렇게 5가지인데요. 조선일보는 "이 중 커피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커피와 차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이 담긴 비행기 물탱크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전합니다. 뉴욕포스트는 <well+good>이라는 다른 매체를 인용하고 있는데요. 2019년 뉴욕 헌터칼리지의 연구결과를 다룹니다. 11개 주요 항공사와 12개 지역항공사의 기내 탑재 식수의 수질을 분석했는데요. 연구진은 ▲밀폐된 병에 들어있지 않은 물은 마시지 말 것 ▲기내에선 커피나 차를 마시지 말 것 ▲욕실에서 손을 씻지 말 것, 대신 손 세정제를 지참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7. 미국에선 연구가 나와있군요. 우리나라 비행기는 어떻습니까?

- 미국은 연방환경청(EPA)이 여객기에 실리는 식수의 수질을 관리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관리 주체가 없는 사각지대에 존재합니다. 비행기에서 승객들에게 마실 물을 줄 때는 페트병에 들어있는 생수를 일회용 컵에 따라주거나, 기내식에 포함된 물은 작은 밀폐용기에 따로 제공됩니다. 그런데 커피나 차를 끓이는 물은 비행기 안에 설치된 물탱크에 저장된 물을 끓여서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물탱크에 들어있는 물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오로지 항공사에게 맡겨져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허영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국내 항공사의 항공기 수질검사 결과를 제출받았는데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에어프레미아는 전체 운항 편에 대한 수질검사를 완료했는데 위반 사항은 없었고요.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항공은 일부 항공기에 대한 수질검사를 완료해 위반사항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에어서울은 일부 항공기에서 기준치를 넘는 일반세균이 검출된 걸로 나타났습니다. 미비한 법령을 정비해서 정부가 감독을 잘하고, 항공사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위 내용은 KBS라디오 <오늘 아침 1라디오>를 통해 방송됐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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