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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Oct 04. 2024

면역 증진 화장품, 비염 치료 식품은 없다

화장품, 식품 허위광고 팩트체크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면역 증진 화장품, 비염 치료 식품"입니다. 먼저 어떻게 나온 이야기인지 맥락을 좀 살펴보죠.

-화장품과 식품 분야의 허위·과장광고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닌데요. 예전 허위 과장 광고의 대명사가 '약장수'였고, 어르신들이 사기 피해를 많이 당하는 것도 건강식품 홍보관이라는 걸 보면, 예나 지금이나 심각한 문제입니다. 팩트체크 시작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처방을 받은 뒤 약은 약국에서 구입하시라는 겁니다. 병을 치료하는 것은 약이고요, 화장품과 식품으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기능성 표시식품의 온라인 부당 광고를 71건 적발했다고 합니다. 지난 한 해 28건 대비 2.5배 이상 증가한 규모입니다.

주요 위반 내용은 기능성 표시식품임에도 사전에 자율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건강기능식품과 오인·혼동시키는 광고 16건, 질병 예방 치료 광고 7건, 거짓·과장 광고 4건이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과 화장품 온라인 광고 게시물을 점검했는데요. 194건의 허위·과대광고를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2. 먼저 화장품 사례부터 좀 짚어보죠. 어떤 허위 광고들이 있었나요?

- 화장품의 정의는 <인체를 청결ㆍ미화하여 매력을 더하고 용모를 밝게 변화시키거나 피부ㆍ모발의 건강을 유지 또는 증진하기 위하여 인체에 바르고 문지르거나 뿌리는 등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써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것>입니다. 화장품의 제조 수입 판매 수출을 관장하는 화장품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화장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면역력 증진’, ‘혈액순환 개선’ 등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하거나, 마이크로니들과 같이 피부 장벽층인 각질층과 표피를 통과하여 피부 내로 유효성분을 전달한다는 등의 내용을 사용해 의약품으로 오인하도록 광고를 하면 처벌받게 됩니다.

또 화장품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하므로, ‘모공 수 개선’, ‘10대 연령의 눈가로 만들어 줌’ 등과 같이 신체를 개선하는 효능·효과를 내세우는 광고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거짓·과대광고에 해당합니다. <화장품을 사용했더니 신체가 어떻게 바뀌더라.> 이런 광고는 처음부터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죠.      


3. 그런데 기능성화장품이라고 허가받고 시판되는 제품들이 있잖아요?

-네 화장품법은 다섯 가지 분야의 기능성화장품을 허용하고 있는데요. ▲피부 미백 ▲주름 개선 ▲자외선 차단제 ▲모발 관련 염색 탈색 영양공급제 ▲피부나 모발의 기능 약화로 인한 건조함, 갈라짐, 빠짐, 각질화 등을 방지하거나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제품 이렇게 한정돼 있습니다. 품목별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심사를 받아야 기능성화장품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화장품은 구매 전에 식약처로부터 인정받은 기능성화장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주름 제거, 탈모 방지 등 기능성화장품의 효능·효과를 벗어난 제품은 구매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탈모에 좋다고 광고하는 샴푸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식약처의 공식 입장은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샴푸는 없다>입니다. 또 "탈모 치료제(의약품)는 두피에 흡수되어 작용하므로 샴푸와 같이 모발을 씻어내는 용법으로 허가받은 제품은 없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4. 탈모샴푸가 굉장히 많이 팔리고 광고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샴푸는 없다니요. 좀 더 설명해 주시죠.

- 제조사가 탈모 기능성화장품으로 심사받거나 보고했으면 효능·효과에 <탈모 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을 표시할 수 있습니다. 기능성화장품으로 심사받거나 보고하면 ‘탈모 샴푸’, ‘탈모 관리’, ‘탈모 케어’ 등 표현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탈모 샴푸 시장 점유율 1위를 내거는 대기업 계열사 탈모 샴푸 제품 광고를 살펴보면 효능효과에 <탈모증상의 완화에 도움을 준다>라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탈모 관련 제품들이 우리 제품만 사용하면 탈모 고민이 해결될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그런데 어떤 탈모 샴푸도 모발을 자라나게 하거나 빠지지 않게 하는 제품은 없습니다. 샴푸를 사다가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빠지지 않고 풍성하게 자라나는 그런 '탈모 샴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탈모가 고민되는 분들은 피부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처방에 따라 의약품인 '탈모 치료제'를 용법에 맞게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5. 화장품 허위·과장 광고 사례를 한 번 살펴보죠.

- 의약품으로 오인하도록 하는 유형에는 <항염, 항균, 곰팡이 박테리아 억제, 피부 진정, 면역력 증진, 혈액순환 증진, 항염효과 피부염, 염증성 여드름, 모낭, 아토피 피부염의 스테로이드 대체제로 사용> 등이 있습니다.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화장품은 믿으시면 안 되고요. 오히려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다음은 기능성화장품이 아닌 일반화장품인데 기능성이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유형입니다. <‘숨은 기미 잡티까지 녹이는 기미 앰플’, ‘바를수록 녹아 없어지는 피부 속 기미 잡티’, ‘2주 사용 후 속 기미 잡티 감소’, ’피부가 하얘지는 지혈제의 부작용에 주목, 리포좀화를 통해 폭발적인 미백 효과를 위해 개발된 특허 기술‘> 등이 있습니다. 다음은 소비자 오인, 그러니까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는 경우 등이 해당되는데요. <‘모공수 감소’, ‘4주 만에 10대 눈가 만들어드려요’, ‘모공 속 피지 조절’> 등이 해당됩니다. 화장품이 어떻게 모공 수를 줄이고, 4주 만에 10대의 눈가로 만들어 준단 말입니까. 이렇게 거짓말하는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응징해야 합니다.      


6. 다음은 식품을 좀 살펴보죠. 식품 분야에도 허위과장 광고가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 네 최근에 인터넷을 보다가 비염 치료에 좋다는 약 광고를 봤는데요. 약사와 한의사가 공동 개발한 특허받은 특정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제품이라는 광고를 합니다. 각종 후기를 보내는데 이 제품 한 방이면 몇십 년 묵은 비염이 단박에 사라질 것처럼 광고를 했습니다. 이게 약인지 건강기능식품인지 한참 찾아보다가 결국엔 일반식품이라는 걸 알아냈는데요. 이러면 100% 허위과장광고입니다. 자세한 건 뒤에 말씀드리죠.

식약처가 지난달 5~6일 이틀 동안 지자체와 함께 합동점검을 실시했는데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온라인 게시물 212건을 적발했습니다. 단 이틀 동안 점검을 한 건데 이렇게 많습니다. 이번 점검은 그간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불법·부당광고를 반복적으로 실시한 상습 위반업체의 식품·건강기능식품 판매 게시물을 대상으로 실시됐습니다.

사례를 좀 살펴보면 ▲(건강기능식품 오인‧혼동) 일반식품을 ‘키 성장영양제’, ‘다이어트’ 등으로 광고하여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광고 ▲(질병 예방‧치료 효능) 일반식품을 ‘고혈압’, ‘당뇨병’, ‘암’, ‘탈모’ 등으로 광고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소비자 기만) ‘콜레스테롤 관리에 좋은 게 뭔지 찾아보다가 폴리코사놀이 좋다고 추천받아서 바로 구매했어요 혈행 개선과 혈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이런 후기를 이용해서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거짓‧과장) ‘독소제거’, ‘독소배출’, ‘몸이 잘 부으시는 분’, ‘소화가 안 돼서 불편하신 분’ 등 신체조직의 기능·작용·효과·효능에 관하여 표현한 광고 ▲(의약품 오인‧혼동) ‘자양강장제’, ‘간장약’ 등 의약품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광고 등이 있었습니다.     

7. 식품과 화장품을 둘러싼 허위 과장 광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일단 제조·판매 업자들의 상술을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규모를 불문하고 우리 제품을 좋게 보이게 해서 매출을 늘리겠다는 동기가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있는 그대로 사실만 갖고 광고를 해야 하는데 거짓말을 섞는 것이죠. 여기에 소비자들은 제조 판매사보다 정보를 덜 갖고 있고, 특별히 검증할 수도 없는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것도 허위 광고가 판을 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정부와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가 허위 과장 광고를 적발해 내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을 한다고 해도 인력도 부족하고, 단속할 때만 잠깐 몸을 사리다가 해당 기간이 지나면 또 보란 듯이 허위광고를 내보내는 행태가 만연해 있습니다.

솜방망이 처벌도 허위광고를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르면 허위광고로 적발되면 시정명령, 회수 및 폐기 처분, 영업정지, 품목 제조 정지 과징금, 위반사실 공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시정명령에 그치고, 위반사실 공표도 각 지자체와 식약처 홈페이지로 나눠서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누가 허위광고 적발 사실을 알려고 일선 지자체 홈페이지 들어가서 일일이 찾아보고 있을까요?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합니다. 먹을거리 갖고 장난치다가는 망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 수 있도록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8.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표시식품, 기능성화장품 이런 제도들이 너무 알쏭달쏭하고 복잡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네 약과 약이 아닌 것을 명쾌하게 가르는 게 아니라 그 중간에 건강기능식품, 기능성표시식품 등 여러 가지 회색지대를 설정해 놨습니다. 이게 식품산업을 진흥시키겠다는 의도가 많이 들어있는 건데요. 기능성표시식품의 경우엔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주의표시를 제품 주표시면에 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능성 내용 표시 항목에는 “배변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대두식이섬유가 들어있습니다.”라고 쓰도록 돼 있거든요. 그럼 소비자 입장에선 이걸 먹으면 배변활동이 좋아진다는 얘기인지 아닌지 헷갈리죠. 이 제도 자체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부추기고, 제조 판매업자들에게는 허위 과장 광고의 유혹이 커지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입법 취지는 살리고 부작용은 막는 방향으로 보완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은 몸에 좋다, 병을 고친다. 이런 광고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지 마시고, 그게 건강기능식품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게 필요합니다. 음식으로 병을 고칠 수 없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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