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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Oct 18. 2024

새로운 노인이 온다?

3년 전에도 왔다고 했잖아

1.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새로운 노인이 온다"인데요이번 주에 이런 기사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요먼저 맥락을 좀 살펴보고 시작하죠.

- 네 지난 16일 보건복지부가 2023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08년부터 3년마다 한 번씩 하는 조사인데요. 복지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소득·자산 및 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이 등장하고 있다"는 문구를 넣어놨습니다. 굉장히 많은 언론사들이 복지부의 보도자료 방향을 따라서 보도를 했죠. 노인실태조사는 전체 1만 78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191개 문항에 대해 방문·면접 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노인들의 현주소를 잘 나타내주는 조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 '소득·자산 및 교육 수준이 높은 새로운 노년층의 등장'이라고 복지부는 의미를 부여한 것 같은데요사실인가요?

- 직전 조사인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는 2021년 6월에 발표됐는데요. 당시 복지부는 보도자료 제목을 <새로운 노인층의 등장, 달라지는 노인세대>라고 달았습니다. 3년 전에는 '새로운 노인층의 등장'이었던 게 올해는 '새로운 노년층의 등장'이 됐는데요. 노인 연령층의 소득 자산 수준과 교육 수준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추세는 사실 변함이 없습니다.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교육열과 경제성장입니다.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1940~1950년대생들이 피땀 흘려 경제성장의 밑거름을 놨고요. 자식교육에 엄청나게 투자를 하죠. 대학진학률이 엄청나게 높아졌고요.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국민소득이 늘어나게 됐죠. 우리나라는 65세부터 노인으로 보고 있는데요. 2021년에는 1956년 생이 노인으로 진입했고요, 2024년 올해엔 1959년 생이 노인으로 진입했습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베이비붐 세대들이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를 일컫는데요. 인구가 많은 이 집단이 노년층으로 한참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전 세대에 비해 소득 수준도 높고 교육 수준도 높은 연령층이 노인으로 계속 진입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3. 올해 갑자기 생겨난 일이 아니고 돈 많고 많이 배운 노인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뜻이군요그럼 숫자로 한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 노인가구 연간 가구소득을 살펴보면요. 2008년에는 1688만 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2020년 3027만 원이었는데, 이번조사인 2023년에는 3469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15년 만에 두 배 넘게 가구소득이 늘어난 거죠. 금융 자산 규모도 1588만 원에서 4912만 원을 늘었습니다. 부동산 자산 규모는 2008년 1억 6648만 원에서 2023년 3억 1817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부동산 자산 보유율은 같은 기간 81.0%에서 97.0%로 상승했습니다.

가구 소득의 구성은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 53.8%를 차지했어요.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이 포함되는 공적이전소득 25.9%, 사적이전소득 8.0%, ‘재산소득’ 6.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조사와 비교하면 사적이전소득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는데요. 사적이전소득은 개인 간에 금전을 주고받아서 생기는 소득을 말합니다. 노인들이 자식에게 용돈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2008년 조사에선 사적이전 소득이 30.4%였는데 이번 조사에선 6.7%로 줄어듭니다. 자식들에 대한 의존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4. 노인 계층의 학력 변화에 대해서도 좀 살펴보죠흔히들 노년층이 교육 수준이 낮다는 통념을 갖고 있는데요.

-2008년 노인실태조사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무학' 층은 33%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12.3%로 줄었습니다. 2008년 조사에선 초등학교 졸업이 가장 많은 38.0%를 차지했습니다. 고졸자 비율은 10.5%로 나타났고요.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고등학교 졸업이 31.2%로 가장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자 비율은 28.2%로 낮아졌고요.

취학적령 인구 중 재적학생 수를 비교하는 취학률은 꾸준히 높아졌습니다. 1980년 대학 취학률은 11.4%였습니다. 80학번 또래는 100명 중 11명만 대학교에 들어갔다는 뜻이죠. 이 비율은 계속 높아져서 1990년 23.6%, 2000년 52.5%, 2010년 69.3%, 2020년 71%, 지난해는 76.2%를 기록했습니다. 

예전에는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대학 정원이 학생수보다 많은 시대가 됐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고학력 노인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아예 학교를 다니지 않은 '무학'의 비율도 꾸준히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1947년생부터 실질적인 초등 의무교육이 실시됐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노인은 학력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생명력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5. 우리나라는 노인 연령의 기준이 65세인데요노인들은 노인이 시작되는 나이를 다르게 보고 있다면서요?

- 네 노인실태조사는 응답자에게 "귀하께서는 노인은 몇 세 이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주관식으로 나이를 부르는 방식인데요. 여기에 대한 응답을 평균한 값이 71.6세입니다. 노인들은 70은 넘고 71세와 72세 사이 중간은 돼야 노인이라고 본다는 거죠. 그럼 65세부터 공식적으로 노인이 돼도 5년 이상은 심정적으로 노인 아닌 노인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고요. 60세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분들은 11년 넘게 노인 아닌 노인으로 사는 것이죠. 임금 피크제, 정년 연장 등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사회적으로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이 도출됩니다. 또 대중교통 무임승차 등 각종 노인복지의 시작 연령도 재설정할 필요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6.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돌아가신 이후를 생각하시게 되는데요이것도 예전과는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면서요

- 네 선호하는 장사 방식에 대해 물었는데요. ‘화장 후 납골당’ 38.0%, ‘화장 후 자연장’ 23.1% 등으로 화장이 전체의 60%를 넘었습니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응답이 19.6%였고, ‘매장’을 선택한 비중은 6.1%로 2020년 11.6% 대비 5.5% p 감소했습니다.

청개구리 엄마가 돌아가실 때 "양지바른 곳에 묻지 말고 강가에 묻어줘라"라고 유언을 남겼다는 우화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화장하지 말고 꼭 매장해 줘라" 이렇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화장이 일반적인 장사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죠.

장사와 더불어 유산 상속도 사망 이후 중요한 문제죠. 재산 상속 방식에 관해서는 ‘모든 자녀에게 골고루 상속' 51.4%, ‘자신 및 배우자를 위해 사용’ 24.2%,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많이 상속’ 8.8%로 나타났습니다. '장남에게 많이 상속'하겠다는 비중은 2008년 21.3%에서 2023년 6.5%로 크게 줄었습니다. '장남 우선'이라는 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중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자신 및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비중이 기존 조사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이 눈에 띕니다. 2020년 17.4% → 2023년 24.2%로 증가했는데요. 반면에 부양을 많이 한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자녀에게 더 많이 상속하겠다는 비율은 소폭 증가에 그쳐 눈길을 끌었습니다.

연명 치료에 대해 반대하는 비율은 84.1%로 매우 반대한다는 의견이 46.1%로 굉장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7.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보도도 많이 있었고요노인의 만성질환도 보건 이슈가 되고는 합니다늙으면 가난하고 아프다이런 통념이 있는데요이건 어떻습니까?

- 조금 나아진 지표가 있기는 한데요. 크게 보면 한국인의 노년은 아직까지 아프고 가난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노인들은 평균 2.2개의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은 35.9%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만성질환이 없는 노인은 13.9%에 그쳤습니다. 1개 이상 만성질환을 가진 비율은 86.1%였는데요. 2011년 이후 이 수치는 80% 후반을 맴돌고 있습니다.

우울증상을 가진 노인은 2020년 13.5% 대비 2.2% p 감소한 11.3%, 최근 1년간 낙상사고를 경험한 노인은 2020년 7.2% 대비 1.6% p 감소한 5.6%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일 기준 최근 1개월간 병·의원 외래진료를 이용한 비율은 2020년 70.6% 대비 2023년 68.8%로 1.8% p 감소했습니다. 소폭 감소했지만 아직도 굉장히 높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노인 가구의 연간소득은 3469만 원이었는데요. 2023년 2인 가구 중위소득의 83.6%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모든 가구를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는 50% 수준의 소득금액을 말하는데요. 우리나라 노인가구의 평균 연간 소득은 모든 가구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8.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잖아요실태는 어떻습니까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을 받고 있는 걸까요?

- 조사 대상 노인 가구 유형별 분포를 살펴보면 부부가구 55.2%, 독거가구 32.8%, 자

녀 동거가구 10.3%, 기타 가구 1.7% 순이었습니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노인 개인 차원의 욕구 및 특성(경제적 능력, 건강상태, 개인/부부생활 향유 욕구, 익숙한 지역 선호)에 기인한 응답이 65.9%에 달했습니다. 자녀의 사회적 상황(결혼, 직업, 학업 등)에 기반한 이유는 약 1/3을 차지했습니다.

1인 가구(독거노인)의 경우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34.2%로 노인부부 가구의 48.6%에 비해 낮게 나타났으며, ‘우울증상’, ‘영양관리’, ‘생활상의 어려움’, 만성질환 유병률 등 다양한 측면에서 다른 가구형태에 비해 열악한 상황으로 파악됐습니다. 자녀와 연락하는 비중은 2020년 67.8%에서 2023년 64.9%로 감소했고, 전체 노인의 9.2%는 연락가능한 자녀가 없거나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해야 할 때’,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등의 상황에 처할 시 도움을 받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응답한 노인은 전체의 6.6%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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