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머리를 쓰셔야 합니다.
1. 오늘 팩트체크 해 볼 주제는 '단 일주일 동안 적발된 허위광고'인데요. 지난 한 주 동안 적발된 허위광고가 많은가요?
- 네 굉장히 많습니다. 정부 공공기관이 허위광고를 적발했다며 실적을 발표하거나 주의를 촉구하는 보도자료가 6개나 쏟아져 나왔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소비자원, 식품의약품안전처, 금융감독원 등 분야도 굉장히 광범위합니다.
2. 국민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니까 정부가 나서서 적발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죠.
- 먼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적발한 사례부터 살펴볼 텐데요. 방통심의위는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제목은 <유명인 앞세운 기사 형식의 광고성 허위 게시글 주의보!>입니다. 국내 유명 언론사의 제호를 사용하면서 똑같거나 비슷한 외관의 웹사이트를 꾸민 다음 가상화폐 투자플랫폼 이용방법을 설명하고, 해당 플랫폼으로 접속할 수 있는 링크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를 그대로 베낀 홈페이지에 손석희 전 앵커, 송중기 배우 등 유명인을 등장시킨 가짜기사를 노출해 눈길을 끌고, 결국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허위 정보에 대해 접속차단을 의결했습니다.
3. 다음 사례도 살펴보죠. 홈쇼핑에서 각질 대신 밥풀. 이건 무슨 내용입니까?
- 역시 방통심의위가 적발한 사례인데요. GS MY SHOP, SK스토아, 현대홈쇼핑 플러스 숍, W쇼핑 등 홈쇼핑 회사 4곳이 발 각질을 녹여준다는 화장품 판매 방송을 했는데요. 각질이 일어난 발에 각질제거제를 바르는 시연 장면이 공통으로 등장합니다. 제품을 발랐을 때와 바르지 않았을 때를 비교함으로써 제품 효과를 극대화해 보여주려는 의도인데요. 정작 하얗게 일어난 각질은 실제 사람의 각질이 아니었습니다. 밥풀과 딱풀 혹은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 가짜 각질이었는데요. 쇼호스트들은 “발뒤꿈치 이렇게 많았던 수북했던 각질들이 그냥 바르자마자 녹여주고요”(지에스 마이샵 2월 20일 방송)”라며 마치 제품 때문에 각질이 제거되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심지어 한 쇼호스트(에스케이 스토아 2월 25일 방송)는 방송을 위해 의도적으로 각질이 일어나게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방송을 위해서 일주일 남짓 (각질을) 모았다는 표현은 좀 웃기시죠. 열심히 모았어요”라며 “발을 좀 덜 씻고 찬바람에 노출하고 이랬더니, 이런 데가 지금 막 건조해서 다 일어난 거 보이시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 각질이 아니었단 말이죠. 화면에 '고객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된 장면'이란 자막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쇼호스트의 발언을 보면 실제 각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의위원들은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을 하고 있다고 명백히 밝혀야 한다. 안 그러면 사기"라며 중징계가 필요한 정도의 규정 위반이라고 봤다. 의견 진술차 출석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들은 "부적절한 연출을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합니다. 결국 홈쇼핑 4곳은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습니다. 법정 제재를 받으면 방송사 재허가시 감점 사유로 적용됩니다.
4. 지상파 방송도 중징계를 받았다면서요?
- 방통심위의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SBS ‘모닝와이드 3부’(2023년 6월 7일, 12일, 13일, 7월 6일, 11일)에 간접광고 규정 위반으로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홈쇼핑 업체들이 받은 '주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제재입니다.
해당 방송분에서 간접광고 상품은 프로그램 시작부터 아나운서와 함께 등장하는데요. 남자 아나운서가 “오늘 속부터 든든하게 채우고 가실까요”라고 말한 뒤 간접광고 음료를 제조 후 컵에 따릅니다. 이후 여자 아나운서가 “몸도 마음도 힘이 나는 여러분의 하루, 모닝와이드가 함께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음료를 마십니다.
의견진술차 참석한 SBS 관계자는 “예능이나 드라마 외 교양으로 들어온 PPL이 처음이라 형식에 집중했다”며 “광고주의 요구를 따르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광고주가) 광고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이후로는 광고를 하지 않았다”라고 전했습니다.
심의위원들도 굉장히 이례적이었다고 지적했는데요. 강경필 심의위원은 “9번이나 방송됐고 자체 심의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며 “시사 방송이 거의 광고 방송이 된 것처럼 보이는데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류희림 위원장은 “다양한 심의 규정 위반을 봤지만 지상파에서 이런 정도의 위반은 처음인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5. 해외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도 허위광고로 적발됐다면서요.
- 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중국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에 대한 사실 조사를 마무리하고 시정조치 안을 통보했습니다. 방통위는 알리의 유료 멤버십 가입·해지 과정을 조사한 결과, 멤버십 혜택을 허위·과장 고지하거나 일명 ‘다크패턴’으로 불리는 교묘한 유료결제 유도 행위, 연회비를 쿠폰으로 환불하는 정책 등 이용자 이익을 저해한 행위가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방통위 설명을 종합하면, 알리의 유료 멤버십은 가입 즉시 연회비가 결제돼 멤버십 혜택이 30일 추가(1년+30일)되거나 무료 체험기간(30일) 동안 캐시백과 24시간 고객센터 이용 혜택만 제공한 뒤 연회비 결제 때 모든 멤버십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으로 제공됐는데요. 알리가 무료 체험 방식으로 가입할 경우 무료 체험기간 동안 ‘상품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없음에도 이용이 가능한 것처럼 허위·과장 고지를 통해 이용자를 모집했다고 방통위는 설명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상품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없는 무료체험 이용자들에게 ‘쿠폰 받기’ 버튼을 노출해 이를 클릭할 경우 연회비를 결제하도록 유도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방통위는 이번 조사에서 확인한 위반 사항들에 대해 사업자 의견을 듣고, 위원회 심의와 의결 절차 등을 거쳐 최종적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규모 등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6. 뇌 기능 개선에 좋다는 식품도 허위광고로 적발됐다고 하는데요.
- 한국소비자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동으로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에서 기억력 개선, 집중력 향상 등을 광고하는 뇌 건강 표방 해외 식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실시해 30일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 조사 대상 19개 전 제품에서 갈란타민·빈포세틴 등 뇌 기능 개선·치료제(전문의약품) 성분 또는 누펩트·바코파·석송과 같은 식품 사용 불가 원료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중 2개 제품에서 검출된 갈란타민과 3개 제품에서 검출된 누펩트는 국내 유입이 처음 확인된 성분으로, 식약처가 지정한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성분' 대상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의약품과 의약품 유사물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원료 등을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에 따라 국내 반입 차단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해당 원료나 성분이 함유된 식품은 수입하거나 판매할 수 없습니다.
또 갈란타민·빈포세틴·시티콜린은 뇌 기능 치료에 사용되는 신경정신계 전문의약품 성분으로 의사 처방 없이 잘못 복용할 경우 구토·두통·설사는 물론, 심할 경우 쇼크 등을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것이 소비자원의 설명입니다.
소비자원은 이에 따라 전문의약품 성분과 식품 사용 불가 원료가 함유된 제품을 구매대행 하는 사업자에게는 판매 중단을 권고했고, '통신판매중개업 정례협의체'와 알리익스프레스에는 해당 제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판매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7. 탈모 관련 제품도 무더기로 적발됐는데요?
-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탈모증상 완화를 표방하며 온라인에서 유통·판매되는 화장품의 판매게시물 151건을 점검한 결과, 화장품법을 위반해 허위·과대광고한 67건을 적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접속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모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화장품’은 인체적용시험 등 유효성에 관한 시험자료와 기준 및 시험방법에 관한 자료 등을 식약처에 제출하여 기능성화장품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기능성화장품으로 인정된 화장품의 경우에도 소비자가 치료 효과가 있는 의약품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적발된 제품들은 일부 제품은 ‘새로운 모발성장 촉진’, ‘모발굵기 개선’, ‘탈모방지’, ‘탈모예방’, ‘염증개선·완화’ 등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는 효능·효과를 표방하거나 ‘동물실험 미실시’ 등 사실과 다르게 잘못 인식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모를 방지하고 예방하는 샴푸는 없고요, 새로 모발이 나게 하거나 모발을 굵게 해주는 샴푸도 없습니다. 탈모증상의 완화, 그러니까 덜 빠지게 도울 수는 있는 거죠. 그 이상은 아닙니다. 동물 애호가들 많이 계신데요. 화장품은 동물시험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따라서 '동물시험 미실시'라며 '비건 화장품'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은 제쳐놓는 게 좋겠습니다.
8. 이게 전부 한 주 동안 적발된 허위 과장광고란 말이죠?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 여러 기관의 관계자분들이 열심히 일한 덕분에 허위 과장 광고를 많이 적발했는데요. 사실 빙산의 일각도 안 될 만큼 허위과장 광고가 만연해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달하면서 정보 유통이 쉬워지면서 허위과장 광고가 유통될 경로가 많아진 측면도 있죠. 무턱대고 우리 물건 좋다는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돈 받고 쓴 제품 후기 덜컥 믿지 말고, 꼭 필요한 것인지, 정말 광고 내용이 맞는 건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