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팩트체크
1. 오늘 팩트체크 해 볼 주제는 지난주에 이어 겨울철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먼저 살펴볼 건 삼한사미입니다.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하다는 삼한사온에 빗대 사흘 춥고 나서 나흘 동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 이런 뜻인데요. 먼저 삼한사온의 유래부터 짚어봐야 될 것 같은데요.
- 일단 삼한사온의 유래부터 먼저 알아봐야겠는데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아시아의 동부, 북부에서 나타나는 겨울 기온의 변화 현상. 7일을 주기로 사흘 동안 춥고 나흘 동안 따뜻하다." 이 삼한사온이라는 말은 조선시대 기록에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승정원일기에선 '세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삼한사온으로 며칠 매우 춥고'라는 구절이 나오지만 조선 효종 때 김상헌은 "작년의 기후가 무척 추워 삼한사온이라는 이야기는 역시 믿기 어렵다"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조선 숙종 때도 문신 채팽윤이 "극심한 추위가 4일째를 지나니 삼한사온의 이치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쓴 글이 전해집니다.
한반도의 겨울 추위는 시베리아 기단의 확장이 원인인데요. 이 기단이 7일 주기로 강약을 반복하는 현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삼한사온이라는 말이 생긴 걸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이후의 많은 연구들은 삼한사온은 체감적인 측면이 반영된 것뿐이고, 엄밀하게 이 주기가 지켜지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를 내놓습니다.
2. 삼한사온이 엄밀하지 않다면 삼한사미라는 말도 엄밀하지 않겠네요.
-그렇습니다. 사흘 춥고 나흘 따뜻한 게 엄격한 주기를 갖고 반복하는 게 아니니까. 삼한사미도 따라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한파가 끝난 뒤 날이 풀리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면 언론들은 어김없이 삼한사미라는 말을 끌어대며 보도해 왔죠. 연합뉴스가 이 삼한사미라는 용어를 검증해 봤는데요. 2015년 12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겨울철 서울 지역의 한파주의보 직후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분석했습니다. 이 기간 서울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총 17차례 발령됐는데 한파주의보 해제 뒤 이틀 이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인 36㎍/㎥ 이상으로 나타난 경우는 6번(35.3%)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6번의 사례는 모두 한파 직후 기온이 급상승했는데 최저기온이 평균 7.3℃ 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에 반해 한파가 풀린 뒤에도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가 크지 않았던 나머지 11번의 사례는 최저기온 변화가 평균 2.9℃에 그쳤습니다. 겨울철 대기질이 기온과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건 기온을 좌우하는 시베리아 고기압 때문인데요.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면 한파가 오는데 이때는 북쪽의 차갑고 깨끗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대기질이 좋아지지만, 한파가 물러가면 바람이 줄면서 대기가 정체돼 오염물질이 축적됩니다. 또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 바람의 방향도 바뀌는데요. 북풍보다 서풍이 강해지면서 오염물질 유입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대기질을 악화하는 요인이 됩니다.
3. 한때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말을 정말 많이 썼던 것 같은데요. 중국 상황은 어떻습니까?
- 중국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수치는 2013년 세제곱미터당 101.56㎍이었는데요. 지속적으로 낮아져 2022년 31.74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38.98로 조금 올랐습니다. 중국은 강력한 대기오염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월부터 9월까지 베이징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9㎍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18㎍으로 나타났습니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WHO 권고기준은 연평균 5㎍입니다. OECD국가 평균은 12.6㎍으로 나타났고요.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걸로 나타납니다.
4.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일단 오염물질 배출이 많아야 하고, 오염된 공기가 정체돼야 합니다. 앞서 살핀 것처럼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해서 북풍이 강하게 분다든가 하면 오염물질이 바람에 실려 빠져나가죠. 이런 건 사람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고. 오염물질을 줄이는 일은 사람이 할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 석탄화력발전이 대표적인데요. 석탄발전을 청정 발전으로 바꾸면 오염물질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 그다음이 난방 수송 분야인데요. 석유 난방을 전기 난방으로 바꾸고, 자동차 운행을 줄이면 화석 연료 소비량을 줄일 수 있죠. 대중교통 이용이 우리가 가장 쉽게 동참할 수 있는 미세먼지 줄이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고 그 전기로 전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국경을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선 국제협력이 절실한데요. 월경성 미세먼지 해결에 진심을 보이도록 정치권을 압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5. 다음 주제는 <첫눈 일찍 오면 그해 겨울은 춥다>라는 말인데요. 이런 말 많이 들은 것 같은데요. 이건 어떻습니까?
- 지난달 20일 설악산 중청 대피소에 첫눈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해보다 이틀 빨리 내린 건데요. 아직 제가 살고 있는 곰배령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만. 기상청은 3개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요. 지난달 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 전망, 그러니까 11, 12, 1월까지의 전망을 보면 11월과 1월은 평년보다 대체로 기온이 높을 걸로 전망됐고요. 12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걸로 전망됐습니다.
2011∼2020년 첫눈일과 겨울철(12월∼다음 해 2월) 평균 기온 자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서울의 경우 최근 10년 중 평균 기온이 가장 높은 2019년(영상 1.8도)에는 첫눈이 평균보다 7일 이른 11월 15일에 관측된 걸로 나타납니다. 역시 첫눈 시기와 겨울 추위 강도는 인과 관계를 찾기 어렵습니다.
6. 겨울이 되면 항상 나오는 이슈가 혈액 부족입니다. 연말연시 구세군 자선냄비와 사랑의 열매 이런 게 부각되는 시기에 항상 혈액 부족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나는데요. 겨울에는 수혈용 혈액이 부족합니까?
- 11월 13일 기준 혈액보유 현황을 살펴보면요. B형 6일, A형 5.3일, O형 4.9일, AB형 4일 정도 수혈할 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합계 적혈구제제 보유량은 5.2일분인데요. 적정 혈액 보유량은 5일분 이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당장 혈액이 부족한 상황은 아닙니다. 5일분 미만은 관심, 3일분 미만은 주의, 2일분 미만은 경계, 1일분 미만은 심각으로 나뉩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헌혈 희망자가 줄어듭니다. 학생들이 겨울방학에 들어가면 단체 헌혈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헌혈량이 줄어드는 게 사실입니다. 게다가 설 연휴가 겹치면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헌혈량이 더욱 줄어든다고 합니다.
헌혈을 하면 건강에 나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전체 혈액량의 15%는 비상시를 대비해 여유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헌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전혈 헌혈을 하면 400mL 채혈을 하거든요. 우리 몸은 신체 내·외부의 변화에 대한 조절능력이 있으므로 헌혈 후 1~2일 정도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혈액순환이 회복됩니다.
7. 헌혈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짚은 연구도 있다죠?
- 미국 플로리다 보건부에 따르면 헌혈은 암 위험을 낮추고 심장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혈액을 대량으로 배출한다는 것은 체내 철분 저장량을 줄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체내 철분 축적은 순환기 질환과 암과 관련이 있으며, 활성 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4년 반 동안 두 그룹의 남성을 추적했는데요. 1년에 두 번 헌혈한 그룹은 비헌혈자 그룹에 비해 철분 수치가 낮아져 암에 걸릴 위험이 낮아졌다고 합니다. 헌혈의 또 다른 이점은 심장을 정상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헌혈하면 혈액의 점도가 낮아져 동맥과 혈관의 마찰이 줄어듭니다. 미국 역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년에 한 번 헌혈한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심장마비 위험이 88% 낮았다고 합니다.
8. 헌혈을 하면 살이 빠진다, 에이즈에 걸린다, 이런 이야기들도 있어요.
- 헌혈을 하면 헌혈량만큼의 혈액이 체외로 빠져나와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합니다. 그런데 헌혈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헌혈 전후로 수분 보충을 위해 음료수나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합니다. 헌혈로 혈액이 빠져나간 이후에 조직에 있던 체액이 곧바로 혈관 내로 이동하고 음식 및 수분 섭취 등으로 보충되기 때문에 다이어트와는 무관합니다. 헌혈하기 전에 물 두 컵 마시라고 하고요. 헌혈 끝난 다음에 음료수랑 과자 같은 것 주거든요. 이것만 해도 헌혈로 빠져나오는 양만큼 보충됩니다. 헌혈과 다이어트는 별 연관이 없습니다.
에이즈 감염 우려도 너무 나간 걱정인데요. 헌혈에 사용하는 바늘, 혈액백 등 모든 의료기기는 무균처리된 일회용 제품으로 한번 사용 후 모두 폐기하기 때문에 헌혈로 인해 에이즈 등 질병에 감염될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수혈도 마찬가지인데요. 헌혈 혈액에 대해서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 C형 간염 바이러스(HCV),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바이러스(HIV) 등 수혈로 전파될 수 있는 병원체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감염여부를 검사로 확인할 수 없는 기간을 윈도우기(window period)라고 합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윈도우기를 많이 단축시켰지만 아직까지 HIV의 윈도우기는 4.5일 정도이므로 수혈로 인한 감염을 100% 막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문진시 과거력이나 위험행위 등에 대해 정확하게 답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수혈용 혈액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서 혈청검사와 더불어 바이러스의 핵산을 직접 검출하는 핵산증폭검사를 적용하고 있으며 2003년 이후 단 한건의 에이즈 수혈감염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