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모기, 수박, 물놀이, 무알콜, 제로
1.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휴가철과 관련된 허위 의심 정보>입니다. 휴가 다녀온 분들도 많고, 가실 분들도 많죠? 이 뜨거운 여름휴가철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꼭 필요한 팩트체크를 모아봤습니다. 먼저 짚어볼 건 뭔가요?
- 해외여행 뒤 귀국길에 망고 등 열대과일을 생과일 상태로 가지고 들어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동네 마트에서도 팔고 홈쇼핑에서도 파는 것 갖고 들어오면 왜 안 되냐고 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금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외래 병해충을 차단하기 위해서인데요.
농림축산식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1일까지 해외여행객의 휴대 농축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망고, 라임 등 대부분의 생과일과 소시지, 햄, 육포 등 대부분의 육류와 육가공품이 반입금지 물품에 해당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것들을 신고하지 않고 들여오다가 적발되면 최고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하는데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많은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서울경제신문은 <“동남아 여행 가면 꼭 사 먹는 ‘이것’ 반입 안 돼요”…28일부터 걸리면 1000만 원 과태료>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제목만 보면 28일부터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원래 1000만 원까지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는 건데 제목을 잘못 뽑았죠. 어찌 됐든 해외여행 마치고 돌아오실 때 축산물과 생과일은 절대 들여오실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2. 휴가철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데요. 특히 여름철 물놀이 사고에 취약한 계층이 따로 있다면서요?
- 여름휴가철에 물놀이 많이 하게 되는데요. 어린이들이 굉장히 좋아하죠. 그리고 사고도 많이 나고요. 그런데 어린이만큼이나 물놀이 사고가 많은 계층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노인인데요. 질병관리청이 2020년부터 작년까지 응급실 손상환자 심층조사 참여병원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익수사고 그러니까 물에 빠진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는 모두 523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남자가 385명(73.6%)으로 여자 138명(26.4%)보다 약 2.8배 정도 많았습니다. 남성이 대체로 모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인 걸로 추정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남자들 중에 무모하고 험하게 노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연령별로는 9세 이하 어린이가 전체의 29.6%로 가장 많았고, 70세 이상이 27.3%, 60-69세가 13.2%로 뒤를 이었습니다. 60대 이상으로 보면 전체 물에 빠진 사고의 40%를 웃도는 건데요. 고령층 물놀이 사고 조심해야겠습니다. 물에 빠진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가운데 28.7%인 150명이 사망했는데요. 7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엔 물에 빠져서 구조된 뒤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 중 51.7%(74명)가 사망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70대 이상 익수사고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이전과 비해 높아지는 추세로 나옵니다. 안전요원이 배치된 곳에서 물놀이를 하고, 술이나 약물을 복용한 뒤에는 몰놀이를 절대 삼가야겠습니다.
3. 뜨거운 햇볕에 지치면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나는데요. 요즘 무알콜 음료가 인기라고 하는데. 주의사항이 있다면서요?
- 네 요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알콜 음료가 굉장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이유로 술을 마시기는 싫은데 기분은 내고 싶은 사람들이 이런 음료를 찾고 있죠. 그렇지만 무알콜 음료엔 함정이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등표시기준을 살펴보면 알코올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음료를 <무알코올>로 표시하도록 돼 있고요.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것들은 <비알코올>로 표시가 돼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구분이 쉽지 않은데요. 이 비알코올 음료에는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들어있기 때문에 임신부 등 알코올 섭취를 극도로 멀리해야 하는 분들은 <비알코올> 음료도 드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임신 중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소량의 음주도 안심할 수 없다"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비알코올 음료에는 미량의 알코올이 포함돼 있으므로 주의하라"라고 당부하면서 non-alcoholic, 에탄올 1% 미만 함유, 0.0% 등으로 표시된 것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무알콜 음료는 아예 알코올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고요. alcohol free, 무알콜이라고 표시됩니다. 다만 두 부류 모두 미성년자의 음주를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성인용 음료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4. 계곡 물에 담갔다가 시원하게 쪼개 먹는 수박. 여름휴가철의 낭만이기도 한데요. 이 수박 보관 방법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은 것 같습니다.
-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 물에 수박을 담가서 차갑게 식힌 다음에 나무 그늘 드리운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쪼개 먹는 그 맛은 정말 시원하고 달콤하죠. 그런데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식약처가 매년 여름휴가철이 되면 내놓는 보도자료가 있습니다. 바로 <여름휴가철 식중독 예방 수칙>인데요. 여기에 항상 빠지지 않는 내용이 바로 계곡물에 과일 등을 담가두는 겁니다. 식약처는 지난달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채소·과일 등을 시원하게 먹기 위해 계곡물에 담가 놓을 경우 미생물 오염 우려가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고, 계곡물을 사용한 경우에는 반드시 깨끗한 수돗물로 세척해 섭취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휴가철을 맞아서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 몰려들어서 몸을 담그고 놀면 그 물이 깨끗하기가 어렵죠. 사람이 찾지 않은 청정 계곡도 야생동물 분변 등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러니 식품안전 당국은 계곡물에 먹을 것을 담가두는 것을 싫어할 수밖에 없죠. 안전하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가정에서 수박을 보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경고가 많이 나오는데요. 가정에서 수박 한 덩이를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니까, 남은 부분을 플라스틱 랩으로 덮어서 냉장고에 보관한단 말이죠. 그런데 이 방법은 세균 오염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일단 수박에 칼을 댔으면 수박을 잘라서 밀폐용기에 담아서 보관하는 게 세균 번식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가장 좋은 방법은 작은 덩어리를 사서 한 번에 다 섭취하는 것이겠죠.
5. 폭염이 계속되면서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찾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특히 제로 제품이 인기가 많은데요. 관련 조사 결과가 나왔다면서요?
- 한국소비자원이 저당 및 제로 아이스크림 11개 제품을 시험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요. 일부 초코바 형태 아이스크림 제품의 경우 열량과 포화지방 함량이 일반 아이스크림과 비슷한 수준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다이어트하겠다고 제로 초코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면 부질없는 일이 되는 거죠. 당류는 적게 들어있는 걸로 나타났는데요. 초코바 아이스크림은 지방과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열량이 높은 걸로 추정됩니다. 특히 포화지방 함량은 1일 영양성분 기준치의 최대 67%를 차지할 정도로 높아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로 제품은 당류 함량을 줄이기 위해서 당알코올류의 인공감미료를 사용하는데요. 당알코올류는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도달할 수 있어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고, 과다 섭취 시 설사, 복부 팽만감, 가스 생성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당알코올이 많이 들어있는 제품에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의사항을 표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제로 음료도 마찬가지인데요. 인공감미료의 건강 위험 가능성을 시사하는 최신 연구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 무턱대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물처럼 드시는 건 자제하시고 정말 단 게 먹고 싶을 때 한 잔 정도 드시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연구가 더 쌓이고 안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 때 마음을 놓는 걸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6. 이번 여름에는 모기가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유는 뭔가요?
- 해마다 여름 휴가지에서 모기 때문에 고생한 분들 많았을 텐데요. 올해는 모기가 별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7월 중순쯤에는 모기예보가 '주의'나 '불쾌' 단계로 나타나는데, 올해는 7월 중순 이후에도 관심 또는 쾌적 단계로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활용하고 있는 모기활동지수는 '100'인 경우에는 야외에서 야간에 10분 정도 서 있으면 5번 이상 모기에 물릴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데요. 지난해 모기 활동지수는 6월부터 100까지 치솟았지만, 올해는 가장 높았던 날(6월 28일)에도 77.2에 그쳤고, 7월 중순 이후에도 65 아래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28일에는 0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모기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극한 호우와 폭염의 영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기온이 15~30도일 때 활발히 활동하며, 폭우보다는 비가 주기적으로 내리는 환경이 서식하기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해는 6월 초부터 무더위가 시작돼 7월 초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이어진 탓에 모기가 번식하기에 좋지 않은 여건이 조성된 거죠. 모기는 고인 물이나 물웅덩이 등에 산란을 하는데 6~7월 초 폭염으로 물이 말라붙어서 모기가 알을 낳을 곳이 없어진 건데요. 게다가 예년보다 한결 짧은 장마 기간과 단기간에 많은 양의 비를 퍼부은 집중호우 등도 모기의 번식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도 6월 정점을 찍었던 모기 활동이 폭염과 폭우가 심했던 7~8월에 감소했다가 기온이 다소 떨어진 9월 말부터 다시 증가했던 경험이 있거든요. 올해도 이런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제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은 한여름이 아닌 초여름과 가을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