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앵그리 6070이 늘어? 노인 되면 성격 변하나?

노인 강력범죄와 노인 성격특성

by 선정수

1.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화난 노인들>입니다. 직접 사제 총을 만들어 아들을 살해한 62세 조모씨 사건 이후 60대 이상 고연령자의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쏟아졌는데요.

- 조선일보는 최근 <홧김에, 무시당해… '앵그리 6070' 범죄 급증>이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노년층 강력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감옥에서 징역형을 살고 있는 65세 이상 수형자는 7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경제지 머니투데이는 <지하철에 불 지르고 아들 쏘고…'육대남' 강력범죄 증가, 왜?>라는 기사를 발행했는데요.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8년 61~70세 남성 피의자는 2만 6587명(강력 2024명, 폭력 2만 4563명)으로 집계됐는데, 5년 후인 2023년에는 3만 882명(강력 2373명, 폭력 2만 8509명)으로 13.9%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노인 범죄가 늘어난다는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일부 노인들의 범죄 행위를 다룬 기사들도 굉장히 많고요. 붙잡고 보니 60대 이상 노인이더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요. 미디어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기사 댓글에선 노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노인 혐오성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기사 내용이 사실인지 한 번 짚어보죠. 조선일보 기사는 노인 관련 범죄 통계를 다뤘는데요?

- 조선일보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난해 65세 이상 수형자가 2017년에 비해 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형자 증가율의 7배 이상이다.> 법무부 2025 교정통계연보를 찾아봤습니다. 65세 이상 수형자는 2017년 1797명에서 지난해 348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93.8% 늘어난 건데요.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에 부합합니다.

2017년 전체 수형자는 3만 6167명이었는데요. 지난해엔 4만 954명으로 늘었습니다. 13.2% 늘어난 건데요. 노인 수형자 증가율이 전체 수형자 증가율의 7배 이상이라고 전한 부분도 사실에 부합합니다.

기사에는 <살인, 성폭력, 폭력 행위로 구속 기소된 노인 수형자가 급증세다. 지난해 전체 살인 수형자 3083명 가운데 19%가 65세 이상이다.>라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살인죄로 복역하고 있는 수형자는 3083명이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588명입니다. 19.0%가 나오는데요. 이 부분은 사실에 부합하고요. 연도별로 살인죄 수형자 중 노인 비율을 살펴봤는데요. 2017년엔 9.9%였던 게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에서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4.2%에서 20%로 높아지긴 했습니다. 노인인구 비중이 커지는 속도보다 살인죄 수형자 중 노인 비중이 커지는 속도가 빠르기는 합니다.

조선일보는 <2019년 26만 7382건이던 전체 강력 범죄는 2023년 22만 3908건으로 16.3%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 강력 범죄는 2만 3522건에서 2만 6252건으로 11.6% 증가했다. 노인 인구 증가율(4.9%)의 두 배가 넘는다.>고 보도했는데요. 대검찰청의 2024 범죄분석 책자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이것도 숫자는 맞게 인용했네요.


3. 그렇다면 보도 내용에 무리는 없는 거네요.

- 현상을 해석할 때 수치를 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있고요. 비율을 보고 해석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지금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정도로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노인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범죄도 마찬가진데요. 숫자를 놓고 보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선일보는 전체 강력범죄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노인 강력범죄가 증가한다고 보도합니다. 그렇다면 통계청이 작성한 범죄유형별 노인 범죄자율을 살펴봅니다. 노인 인구 10만 명 당 범죄자 수를 나타낸 건데요. 2014년엔 살인 1.3, 강도 0.5, 성폭력 17.4, 폭행·상해 208.0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게 2023년에는 살인 1.1, 강도 0.3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성폭력은 24.8로 늘었고, 폭행·상해도 216.6으로 소폭 상승했습니다. 강력범죄는 아니지만 절도는 87.4에서 248.7로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비율로 봐도 노인 범죄는 늘어나고 있는 게 맞습니다. 대검찰청은 "최근 고령자 인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고령자 범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 증가로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고,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경제적인 문제, 심리적 불안 등이 증가 원인임을 추론할 수 있다."라고 짚었습니다.


4. 언제부턴가 노인에 대한 이미지에 쉽게 화를 내고, 행패를 부리고, 범죄를 저지르는 좋지 않은 모습이 덧칠되고 있습니다. 노인의 성격 특성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 다수의 연구에서 노인이 젊은이보다 정서 조절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주관적인 안녕감을 더 잘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인 집단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서 조절 능력에 개인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 많은 연구는 사람은 나이가 듦에 따라 더 이타적이고 남을 잘 신뢰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고 합니다. 의지력과 유머 감각도 향상되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통제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노인은 심술궂고 까칠하다"는 표현은 일부 부정적인 사례가 강화된 고정관념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연구는 사람의 성격이 변화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수의 연구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신경증, 외향성,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감소하고, 친화성과 성실성은 증가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노인은 어떻다더라'라고 규정짓는 말은 과학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노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강화하는 작용을 합니다. 화가 난 노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인은 화를 내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는 거죠. 좌절하고 분노한 노인들이 적어질수록 노인 범죄는 줄어들겠지만, 화가 났다고 모두 범죄를 저지를 것처럼 취급하면 안 되는 거죠.


5. 그렇다면 화난 노인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대책은 있을까요?

- <노인의 성격 특성이 자아존중감 및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국내 논문을 가져와봤는데요. 개방성, 친화성, 성실성 및 외향성이 자아존중감과 긍정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성격을 강화하고자 하는 개인의 노력이 요구된다. 즉, 노인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타인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고 이웃이나 친구, 가족들과 활발한 교류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며, 여가생활과 문화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과 동시에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라고 짚었습니다.

노인들이 고립되면 부정적인 성격이 강화되기 쉬운데요. 연구진은 "가족 구성원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노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거나 사회 봉사 활동 프로그램의 운영을 통해 노인들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라고 짚었습니다. 이를 위해 "노인들이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모임이나 동호회에 가입하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권유하라"라고 강조합니다.

6. 노인 개인과 그 가족의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 올해 2분기 65세 이상 고용률은 40.8%로 나타났습니다. 주된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도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가 빠듯하기 때문에 나이 지긋해도 돈을 벌러 나가는 것이죠. 65세 이상 고용률 OECD 평균이 13.6%인데요. 우리나라의 사회 안전망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죠.

나이 들어서 받아주는 데가 없으니까 비정규직에 취업하고 있고요. 65세 이상의 49.4%는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걸로 나타납니다.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에 취업하면 모진 갑질을 당하기 일쑤고요.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가 연간 50조 원을 넘고 전 국민 진료비 지출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생계가 빠듯해 늦도록 일해야 하는데 몸은 아파 병원비는 나가고, 이래저래 노인들이 삶이 팍팍한 세상인 거죠. 그래서 노인 자살률 등 각종 지표가 굉장히 나쁘게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

노인들이 경력을 살리면서 건강하게 오래도록 일하고, 젊은 세대와 상생하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앵그리 6070이 왜 화가 나게 됐는지 원인은 굉장히 명확하거든요. 노인 세대의 화를 누그러뜨리면서도 젊은 세대를 희생시키지 않는 묘수가 늦지 않게 나와줘야 할 시기입니다.

keyword
이전 18화휴가철 알아두면 좋은 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