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기후변화가 바꿔놓은 복달임기후변화가 바꿔놓은 복달임
1.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개식용종식법과 복날>입니다. 삼복은 지났지만 아직 불볕더위는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요. 해마다 복날이 되면 우리에 갇혀 식용으로 사육되는 개 이야기가 많이 보도됐었는데요. 작년 개식용종식법이 시행되면서 올해는 이런 기사가 좀 줄어든 것 같은데요. 좀 어떻습니까?
- 작년 8월 7일 개식용종식법이 시행됐습니다.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식용 목적의 개 사육, 도살, 유통, 판매를 금지하고 유예 기간 동안 폐업과 전업을 국가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7년 8월 7일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식용 목적의 개 사육이나 증식, 또는 개를 조리, 가공한 식품을 유통 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했습니다.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개식용 종식 법 시행 1년 만에 개 사육 농장 10곳 중 7곳이 문을 닫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농식품부가 파악한 바로는 국내에 개사육 농장이 1537곳 있는데요. 이 중 69.74%인 1072곳이 폐업한 겁니다.
2. 폐업한 곳이 많군요. 그런데 아직 유예기간이면 현재까지는 개 식용을 처벌할 방법은 없는 것이군요?
- 네 유예기간이라는 게 현재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는 차원이니까요. 현재로선 개 식용을 처벌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개를 잡아먹는 게 불법이라는 게 명확해졌고, 개 식용 관행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굉장히 안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서, 개고기 산업과 소비가 굉장히 위축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개식용종식법에 따르면 정부는 이 유예기간 동안 개 농장을 폐업하거나 개고기 유통업, 식당 등을 다른 업종으로 전업할 경우 지원금을 줄 수 있는데요. 정부는 빨리 폐업할수록 지원금을 많이 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폐업하는 게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걸로 보입니다. 개고기를 찾는 손님도 실제로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고요.
3. 정부 발표 대로 개농장 10곳 중 7곳이 폐업했다고 한다면 거기서 기르던 개들은 다 어떻게 됐나요?
- 애초 개식용종식법의 적용 대상이 된 개 사육농장은 1537곳이었는데요. 이 중 1072곳이 폐업을 했고, 여기서 기르던 개는 34만 5590마리였는데요. 이 개들은 대부분 도축돼서 식용으로 판매된 걸로 보입니다. 천하람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동물보호단체 등이 입양했거나, 반려견 또는 경비견으로 전환된 개는 455마리에 불과한 걸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최근 지자체가 300마리 정도를 더 인수한 걸로 보도가 됐는데요. 34만 5590마리 가운데 755마리, 그러니까 0.2% 정도만 식용견 사육장을 살아서 빠져나온 걸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정부는 개 사육 농가가 소유권을 포기한 개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예산 15억 원을 편성해 놨는데, 이것도 한 푼도 쓰이지 않은 걸로 밝혀졌습니다. 정부 정책이 최대한 빠른 속도고 개농장과 관련 산업을 없애고 전환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정작 식용견으로 사육되던 개를 구조하는 데는 초점을 맞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현재 남은 개들에 대한 정부의 보호 및 처리 지침이 아예 없다.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어 고통을 줄일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버려지는 반려견이 10만 마리 정도 되는데요. 입양되는 개들은 극소수고 대부분은 안락사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개 농장에 남아있는 개들은 아직도 8만 6000마리 정도가 됩니다. 개식용 산업을 없애는 것만큼이나 남아있는 개들에 대한 인도적 조치를 취해주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4. 법 시행 이전까지는 여름철 삼복더위에 개고기 수요가 급증했었잖아요. 복달임으로요. 그런데 이런 추세가 바뀌고 있다면서요?
- 일단 기존에 보신탕집이라고 불렸던 개고기 판매 업소들이 염소 고기로 대체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염소탕이 기존 개장국과 비슷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지고, 고기의 식감도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고 하는데요.
염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수입량도 급증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염소고기 수입량은 2021년 2027톤에서 2024년 8349톤으로 3년 만에 4배 이상 늘었습니다. 2025년 들어서도 7월까지 4920톤이 수입돼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호주산이고요.
국내 염소 사육농가는 1만 5000 가구 정도 되고, 사육되는 염소는 57만 마리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염소고기는 지난 6월 기준 Kg당 1만 7000원 정도를 기록했는데요. 도매가격 기준으로 돼지고기가 kg당 7000원 정도, 닭고기는 5000원 안팎에서 거래되는 걸 감안하면 염소고기는 비싼 편입니다.
5. 국산 염소고기 값이 비싸다 보니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요?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2023년 염소고기 원산지 위반 실적은 거짓표시 21건, 미표시 3건 등 총 24건, 2024년에는 거짓표시 8건, 미표시 4건 등이 단속됐습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18건 단속되는 등 염소고기 원산지 위반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음식점은 염소고기를 포함한 6종의 축산물(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오리고기·양고기·염소고기)에 대해 반드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미표시 시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현재 염소는 ‘기타 가축’으로 분류돼 사육·유통·검역·표준화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는데요. 염소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만큼 건강하게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당국의 관리가 이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6.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자는 취지로 복날에 먹는 음식을 복달임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복달임이 바뀌고 있다면서요?
- 조선시대 왕은 삼복더위에 신하들 중에 고위 관료에게 소고기와 얼음을 하사했다고 합니다. 고기가 귀했던 시절이라 소고기 엄두를 내지 못하는 집에선 개고기를 끓인 개장국을 먹었다고 하고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 넉넉하지 못했던 시대에 개장국 그러니까 보신탕이 서민들의 복달임으로 자리를 잡은 거죠. 소고기는 비싸고, 개고기는 쌌으니까요. 시골에선 기르던 개를 잡기도 했고요.
그런데 나라는 선진국이 됐고, 비만과 다이어트가 보통 사람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될 정도로 영양 과잉이 오히려 문제인 시대가 됐잖아요. 세 집 걸러 한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강아지와 고양이를 자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 개고기를 먹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게 된 것이고요.
최근 광주일보는 <채식 챌린지, 마라탕 복달임... MZ세대의 복날 신풍속도>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뉴스 1은 <"삼계탕보다 내 몸에 맞는 영양제 찾아요"…MZ들의 복날>이라는 기사를 냈고요. 젊은 세대들은 삼계탕이나 개장국 같은 전통적인 복달임 음식보단 채식, 마라탕, 영양제 등을 선호하는 등 바뀌는 세태를 전해주죠.
7. 시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어서 선호하는 복달임 음식도 바뀌는 측면이 있네요. 기후변화도 이 복달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 네 그렇습니다. 전통적으로 일 년 중 가장 더운 한 달 남짓한 초중말복이 가장 더운 시기였고, 이 혹독한 기간을 잘 이겨내 보자는 취지로 복달임이라는 전통이 생긴 것 아닌가 싶은데요.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아열대화를 걱정하는 시대가 왔잖아요. 폭염도 6월부터 시작되고 9월까지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이 굉장히 길어지고 폭염도 일찍부터 늦게까지 나타나고 있고, 장마철 지나면 무더위 이런 개념도 굉장히 뒤죽박죽 돼버리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삼복이 특별히 더 가혹하니까 잘 견뎌내자 이런 개념이 굉장히 희박해지는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독한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영양이 풍부한 고기 음식을 복달임으로 먹었던 전통은 점점 더 옅어질 걸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