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하고 잘 살게 도와야!
1.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비혼 출산과 관련된 정보>입니다. 비혼, 그러니까 남녀 가 혼인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이 부쩍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먼저 실태부터 좀 살펴보죠.
-통계청이 27일 2024년 출생통계를 발표했습니다. 작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23만 8300명으로 그 전해보다 3.6% 늘었습니다. 30대 연령 출산율이 늘었고, 20대는 줄었다고 하고요. 아기 엄마의 평균 출산 연령은 33.7세로 재작년보다 0.1세 높아졌습니다. 저출산 기조가 좀 완화되는 것 아니냐 이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는데요. 이건 나중에 기회 되면 다시 한번 다루기로 하고요. 제가 가장 눈여겨본 대목은 혼인 외 출생아가 늘었다는 점인데요.
지난해 혼인 외 출생아는 1만 3800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8%를 차지했습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게 1981년인데요. 0~1%대에 머물던 비혼 출생 비율은 2016년(1.9%)부터 9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2. 결혼은 하기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다. 우리 사회가 비혼 출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이런 시선도 변하고 있다면서요?
-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법적인 부부 사이에서 낳은 아이 이외에는 굉장한 차별을 가했죠. 조선시대에는 서얼제도가 있었고요. 그래서 첩의 자식이었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상황을 한탄하기도 했죠. 재벌가에서도 혼외 출산한 자녀들은 기업 승계 등에서 차별을 받았고요.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은 여성을 미혼모라고 부르고 사회적으로 낙인찍었고요. 미혼모 자녀를 '애비 없는 자식'이라는 멸칭으로 부르기도 했죠.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사회 인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라는 항목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2008년 21.5%에서 지난해는 37.2%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에 대한 긍정은 42.3%에서 67.5%로 늘었고요. 동거와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주죠.
3. 비혼 출산, 다른 나라 상황도 좀 살펴보죠?
- 2022년 기준 엄마가 비혼 상태인 출생아 비중은 OECD 평균으로 보면 41.0%에 이릅니다. 프랑스는 65.2%, 스웨덴 57.8%, 영국 51.4%, 미국 39.8%, 독일 33.5%로 나타납니다. 비혼 출산 비중이 10% 보다 낮은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튀르키예, 이스라엘 정도로 꼽히고 있습니다. 혼인 외 출산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인데요.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5.8%였다고 말씀드렸고요. 다른 나라들은 2020년 기준인데요. 일본 2.4%, 튀르키예 2.8%, 이스라엘(2019년) 8.1%로 나타납니다. 칠레, 코스타리카, 멕시코는 70%가 넘고요.
4. 비혼 출산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요?
- 저출생으로 인해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이 되고 있는 상태인데요. 사실 우리나라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 지가 20년 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별 소용이 없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꼽히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정상가족> 위주의 정책입니다. 남녀가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그 가정 안에서 아이가 태어나도록 한다. 이런 수순이죠.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가족의 형태였는데요.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꺼리게 됐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면서 배움의 기간이 길어졌고, 교육 수준과 함께 직업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그만큼 늘어나지 않아서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죠. 또 남들 하는 것 전부 다 해야 하고, 남들 갖춘 것 다 갖춰야 하는 풍조가 강하다 보니 경제력이 아직 약한 사회초년병들에겐 결혼식 하고 예물 갖추고, 신혼살림 꾸리고 하는 게 너무나 버겁게 느껴진단 말이죠. 실제로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인 조혼인율은 1990년 9.3에서 지난해는 4.4로 하락했습니다. 2022년엔 3.7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한 건데요.
청년 인구도 줄어든 데다가 결혼은 꺼리고 있는데, 결혼해서 이룬 <정상가족> 안에서 아이를 낳는 것만 바라보고 있으면 당연히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들고 또 줄어들게 되는 거죠.
5. 그렇다면 비혼 출산과 관련된 지원이라든지, 사회적 제도는 어떻게 뒷받침되고 있을까요?
-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사실 모든 선진국이 저출생 현상 때문에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1993년 합계출산율이 1.66까지 떨어졌습니다. 프랑스는 가족 형태와 상관없이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세금을 대폭 줄여주는 등의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면서 출산율 반등을 이뤄냈습니다. 핵심은 비혼 출산도 차별하지 않고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거였죠.
우리나라의 법 제도는 결혼이라는 테두리 밖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법 체계는 비혼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를 혼인 외의 출생자(혼외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이런 정의 자체가 사회적 낙인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태입니다. 또 비혼 출산 시 출생신고 자체가 어렵고, 남녀고용평등법이 정하는 배우자 출산 휴가도 비혼 관계에선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난임 치료, 주거 지원, 의료기관 이용 시 보호자 요건 등 비혼 커플이 법적으로 혼인한 부부가 받는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들이 많죠. 우리 사회의 비혼 출산에 대한 이해와 지원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6. 출산율이 좀 높아진 걸로 나오는데요. 비혼 출산이 늘어나는 것과 출산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 작년 합계 출산율은 0.748명으로 재작년보다 0.027명 늘었습니다. 2016년 1.172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처음으로 반등한 건데요. 사회 유지에 필요한 최소 합계출산율은 2.1입니다. 두 명의 어른이 아이 두 명을 낳아야 인구가 유지가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두 명의 어른이 1명도 채 낳지 않는 사회가 된 거니까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선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거대한 장벽으로 느끼고 있단 말이죠. 게다가 출산은 결혼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회를 가득 메우고 있는 상황이고요. 물론 이 고정관념은 조금씩 약해지는 과정이기는 하지만요.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죠. 하나는 결혼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 것이고요. 다른 하나는 결혼이라는 테두리 바깥에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기 쉽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죠.
물론 두 가지 모두 중요한 일이고 해야 하는 일이지만, 빨리 착수할 수 있고 효과가 이미 입증된 방법은 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겁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혼자 59% 중 결혼 비의향자는 28%로 나타나는데요. 이 중 출산 의향이 있는 비율은 4%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정부 정책이나 기업 지원이 확대된다는 가정 하에서는 출산 의향이 있는 비율이 6%로 나타났거든요. 이는 비혼 출산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의향이 있는 인구가 전체 청년의 10%에 이른다는 의미가 되죠.
7. 아이를 낳고 키우기 힘드니까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 아닐까요. 근본적인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요?
- 결국에는 청년들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 될 텐데요. OECD도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데요. OECD는 지난 3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OECD는 한국의 출산율이 특히 다른 경제발전 국가보다 낮은 이유로 높은 사교육비 지출과 주택 비용 상승을 꼽았습니다. 한국이 사교육 이용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 질 개선이나 사교육 기관 규제, 수능 킬러 문항 제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대학 서열화라는 근원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걸 지적했고요. 주택 비용도 2013년∼2019년 사이 두 배로 상승해 그 결과 결혼할 가능성이 4∼5.7%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장시간 근무 문화, 근무 시간·장소의 유연성이 부족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점 등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여성이 집안을 돌봐야 한다는 성별 역할 인식과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등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출산율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청년들이 집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들이 학원에 묶여있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부모들이 학원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될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