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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리나라 식품 물가는 왜 비쌀까?

직거래하면 얼마나 아낄 수 있나

by 선정수

1.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990원 빵과 푸드플레이션>입니다. 최근 유명 유튜버가 저렴한 가격에 빵을 파는 제과점 팝업 스토어를 냈는데,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고 합니다. 자영업으로 빵집을 하시는 분들이 마치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자들인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는 건데요. 일단 맥락을 좀 짚어보죠.

-경제 유튜버 슈카는 최근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 형태의 빵집을 열었습니다. 소금빵과 플레인 베이글, 바게트 등은 990원에 팔았고요. 식빵은 1990원, 치아바타는 3490원, 복숭아 케이크는 1만 8900원에 파는 등 시중 판매가보다 싸게 빵을 팔았죠.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파는 우유식빵이 3000원대 중반에서 4000원대 정도에 팔리고 있고, 공장에서 만드는 양산 빵도 우유식빵이 2000원 선에서 팔리는 걸 감안하면, 이 슈카 빵은 굉장히 낮게 가격을 책정한 겁니다.

2. 싼값에 빵을 만들어 파는 빵집을 열었다. 그런데 그게 왜 논란이죠?

-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기존 빵집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고요.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슈카 때문에 비양심적으로 장사하는 걸로 매도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자 슈카는 "자영업자를 비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도 자영업자다. 빵값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것인데 다른 방향으로 해석돼 안타깝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실제로 슈카 유튜브 영상을 보면 빵값이 비싸기 때문에 가격을 낮춘 빵을 판매하면 시장이 확대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걸로 봤다는 해명을 한 게 확인됩니다.


3. 외신 보도를 살펴보면 최근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 프랑스 일부 대형 마트에선 470원짜리 ‘공장형 바게트’를 판매해 블랑제리라고 불리는 프랑스 전통 빵집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1일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에 따르면 9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리들(Lidl), 알디(Aldi) 등 대형 마트에 29센트(약 470원) 짜리 바게트가 등장했는데요. 이는 프랑스 내 빵집 바게트 평균 가격 1.09유로(약 1700원)보다 약 70%나 저렴한 금액입니다.

대형 마트의 이런 저가 전략에 프랑스 전국 제빵·제과협회(CNBP)의 도미니크 앙락 회장은 “고객 유인용 미끼”라며 “제빵업계 전체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대형마트가 싼 값에 바게트를 팔 수 있는 이유는 일반 빵집보다 인건비가 덜 들기 때문인데요. 앙락 회장은 “빵집의 인건비는 생산 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수제 빵집은 반죽 시간을 더 길게 하고, 직접 모양을 만들고 현장에서 빵을 굽는다. 발효 시간에만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대형마트의 공장식 제빵이 전통 방식으로 빵을 만드는 제빵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낸 건데요. 앙락 회장은 “그들은 시간당 1만 개의 바게트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제빵사가 생산할 수 있는 빵은 하루 400∼600개에 불과하다”며 “대형 마트의 바게트 뒤엔 사람은 없고 기계만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4. 우리나라와 비슷한 흐름인데요. 우리나라 빵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얼마나 비싼 건가요?

- 프랑스 대형마트에 도입된 공장 바게트는 470원, 빵집 평균 바게트 가격은 1700원이었잖아요. 우리나라 바게트 가격을 좀 살펴볼까요? 슈카 팝업스토어에선 990원에 팔았죠. 프랜차이즈 빵집에선 3900원, 쿠팡에선 2743원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슈카 빵집에서 파는 바게트가 크기가 약간 작은 것 같기는 한데요. 그래도 가격 차이는 좀 나는 게 확실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우리나라 빵값이 얼마나 비싼지 좀 찾아봤는데요. 국제 물가 비교 사이트 넘베오를 참조했습니다. 500g짜리 기준 식빵 한 덩어리 가격을 비교했는데요. 우리나라는 4148원으로 127개국 중 1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장 비싼 나라는 아이슬란드(6083원)였고요. 스위스,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코스타리카, 오스트리아, 스웨덴, 자메이카가 우리보다 식빵 가격이 비싼 걸로 나타납니다. 아르헨티나는 237원으로 가장 식빵 값이 쌌고요. 일본은 2078원, 독일 3148원으로 나오는데요. 우리나라 빵값이 세계적으로 비싼 건 틀림없습니다.


5. 우리나라 빵값 왜 비싼 걸까요?

- 우리나라의 빵값이 비싼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빵을 만드는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측면입니다. 밀, 설탕, 유지 등 거의 모든 제빵 원료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가격 변동에 취약합니다. 이런 원료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농업 수출국과 비교하면 수입, 운송 및 보관 등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빵 원재료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죠. 게다가 밀이나 설탕의 경우 원물(통밀, 원당) 형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데요. 완제품으로 수입하면 고율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밀가루와 설탕을 만드는 업체도 과점 구도로 짜여있고 경쟁이 제한적이죠.

여기에 우리나라 빵집 대부분이 프랜차이즈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가 유통단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비용적으로는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완제품을 공급하고 매장에서는 판매만 하거나 생지라고 불리는 반죽을 가맹점에 주면 가맹점에서는 구워서 공급하는 정도거든요. 그래서 가맹점 자체적으로 원가를 절감할 방법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죠. 빵집 프랜차이즈도 과점 형태로 대형 업체 두어 곳이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경쟁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6. 빵 말고 다른 식품도 굉장히 비싸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혹시 관련 통계가 있나요?

- 빵만 비싼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농산물 품목 대부분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듭니다. 식품 물가가 다른 품목의 인상 수준을 훌쩍 넘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인 푸드플레이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인데요. 앞서 말씀드렸던 넘베오 사이트를 참조하면, 사과(1위), 감자(2위), 토마토(2위), 양파(2위), 바나나(2위), 소고기(4위), 와인(8위) 등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닭고기(32위), 계란(51위), 상추(6위), 우유(16위), 쌀(18위), 생수(26위), 맥주(37위) 등 전반적으로 굉장히 가격 수준이 높은 걸로 나타납니다.

수입에 의존하는 바나나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고요. 사과 감자 토마토 양파 이런 채소들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합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물가 수준은 소득 수준을 감안할 경우 주요 선진국 중 평균 정도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품목별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 수준이 현저히 높거나 낮은 품목이 많다고 하는데요. 특히 식료품, 의류, 주거 등 의식주 비용은 OECD평균보다 크게 높은 반면, 전기·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은 크게 낮은 걸로 나타납니다.


7. 왜 식품 가격은 유독 비싼 걸까요?

-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가 받는 가격을 뺀 나머지를 유통비용이라고 볼 수 있고요. 유통비용이 소비자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유통비용 비율이라고 하는데요.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의 2023년 조사를 확인해 봤습니다. 농산물 35종(곡류, 채소, 과일)의 평균 생산자 수취율은 50.8%였습니다. 유통비용률은 49.2%로 나타납니다. 소비자가 1만 원을 내고 농산물을 구매하면 농부에겐 5080원이 돌아간다는 이야기죠. 나머지는 유통비용인데요. 직접비가 17.1%, 간접비는 17.5%, 이윤이 14.6%입니다. 직접비는 운송비나 포장재비, 상하차비, 수수료 등을 말합니다. 배추밭에서 배추를 키워서 내다 팔아야 하는데요. 보통은 도매시장으로 많이 출하를 하기 때문에 수확해서 차에 싣고 도매시장으로 가서 차에서 내립니다. 도매시장에서 경매를 붙이게 되면 도매시장에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죠. 이런 비용이 직접비이고요. 점포 유지관리비, 인건비, 공과금, 감가상각비 등이 간접비로 분류됩니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유통비용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2013년 45.0%였던 유통비용률은 10년 뒤인 2023년 49.2%로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8. 생산자는 제값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 모두 상생하는 대책은 없을까요?

직거래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2024년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유통 경로 대비 로컬푸드직매장은 7.5%, 직거래장터는 9.7% 정도 저렴하고 온라인몰 직거래는 40.2% 정도 비싼 걸로 나타났습니다. 온라인몰이 비싼 이유는 소비자가 택배비를 부담하는 구조와 특상품 중심의 고품질 상품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가격이 높게 형성되기 때문인데요.

농업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항상 뒷전으로 밀려 있다 보니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불만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수십 년째 유통비용을 낮추는 데 실패하고 있기도 하고요.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해 특상품 말고도, 적절한 품질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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