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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항 취소 판결, 이유는?

[팩트체크] 공항 들어서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나?

by 선정수

1.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새만금 공항 개발 계획 취소>에 관한 정보들입니다. 먼저 이 새만금 공항이 어떻게 추진돼 왔는지 맥락을 좀 짚어보죠.

-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은 시민과 환경단체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주장을 받아들여 새만금공항 개발 계획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로 인해 올해 11월 착공 예정이었던 새만금 공항 개발 사업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선정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국토부는 2022년 6월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고요. 2024년 7월 착공해 활주로와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지어 2029년 개항하는 게 당초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8월 잼버리 파행 후폭풍으로 국토부가 새만금 공항·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적정성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업이 보류됐다가 지난해 4월 재개됐습니다. 원고들은 ‘새만금국제공항 사업 부지가 조류 충돌 위험을 지나치게 축소하거나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됐고, 정부가 공항 건설로 초래될 치명적인 환경 파괴 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본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법원이 공항 개발 계획을 취소했다는 것은 원고 측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요. 핵심 쟁점들을 살펴보죠.

-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진 주장은 조류 충돌 위험입니다. 국토부는 새만금 공항 개발을 추진하면서 사전타당성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이 평가에서 공항 입지 선정 절차를 거쳐 사업 부지를 선정했는데, 그 과정에서 후보지들의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조류 충돌 위험이 입지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법원이 주목했습니다. 관계 규정 및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제시한 기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후보지들의 조류 충돌 위험을 면밀히 평가한 뒤 이를 고려하여 입지를 선정했어야 하는데 사전에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거죠.

다만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하기는 했지만, 역시 위험 정도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데다가, 이를 입지 대안 비교·검토 과정에 반영하지도 않았습니다. 즉 조류 충돌 위험 평가 모델에 따르면 새만금 공항 건설 예정 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이 국내 어느

공항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평가 모델의 일관성 없는 적용, 평가 대상 지역 축소 등을 통해 그 정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고, 그마저도 입지 대안 비교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국토부가 조류 충돌 위험 평가를 고무줄 잣대를 가지고 했다는 거죠?

- 그렇습니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당시 조류 충돌 위험 평가를 실시했는데요. 최초엔 '운영 중인 공항 모델'을 적용해 평가를 했습니다. 신통치 않은 결과가 나오자 "(새의) 몸무게와 개체수의 정도에 따라 위험성이 높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신규공항 입지 검토 모델'로 기준을 바꿔서 적용합니다. 그런데 영국 기준을 적용하자 최대 19년에 한 번 치명적인 기체 손실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사업 부지의 위험도가 매우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러자 인접한 군산공항과 무안공항의 평가 결과를 제시했는데요. 군산공항은 1만 8222년에 한 번꼴로, 무안공항은 1만 2221년에 한 번 꼴로 치명적인 기체 손실 사고가 발생하는 걸로 추정된 자료를 제시했죠. 그런데 환경부가 이 검토가 타당한지 확인하라고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하라고 요구를 했는데요. 국토부는 "국내에는 영국과 같은 항공기 완파 규모의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없어 영국의 기체 손실 가능성이 적용된 모델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운영 중인 공항 모델로 또다시 기준을 바꿔서 적용했습니다. 그 뒤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서 159종의 조류를 대상으로 반경 13㎞ 지역의 위험성을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109종의 조류를 대상으로 반경 5㎞ 지역의 위험성만을 평가해 축소된 결론을 제시했습니다.

새만금공항보도자료.png 새만금 공항 기본계획 취소 판결 보도자료. 출처: 서울행정법원

4. 그럼 법원이 인정한 새만금 공항 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은 어떻습니까?

- 국토부는 인접한 군산공항 및 무안국제공항의 평가 결과가 양호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총 위험도 평가에서 나타난 새만금 공항 사업 부지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다른 공항보다 훨씬 높다고 법원은 인정했습니다. 연간 예상 조류 충돌 횟수가 새만금 공항 예정지 반경 13㎞ 기준 최대 45.92930회로 추정됐는데요. 인천공항 2.9971회, 군산 0.04846회, 무안국제공항 0.07225회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높은 걸로 나타난 거죠. 더구나 법원은 국토부가 새만금 공항 예정부지와 조류 서식 환경 및 규모가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국제공항에서 2024. 12. 29. 여객기 참사가 일어난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이후 다음 단계로 이루어지는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법만 검토할 수 있고 입지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더구나 조류 충돌 위험을 낮추는 방안은 사업 부지로부터 일정 거리 안에 새들이 모여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어서 조류의 서식지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인근 조류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실효성 있는 조류 충돌 위험 저감방안을 수립하는 것에는 더더욱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5.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법원 판결에 담겼다면서요?

- 네 그렇습니다. 새만금 공항 예정 부지는 수라갯벌이라고 불리는 곳인데요. 새만금 방조제가 세워지고 난 뒤 거대한 새만금 갯벌은 육지로 바뀌었는데요. 이 수라갯벌은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 남아있는 유일한 갯벌입니다. 방조제 건설 뒤 죽은 것처럼 보이던 곳이 해수유통을 한 뒤에 생명을 되찾았는데요. 북쪽으로 방조제 너머에 맞닿은 서천갯벌과 함께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들의 먹이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사건 사업부지로부터 약 7㎞ 떨어진 서천갯벌은 습지보호지역·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며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각종 법령,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 내용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사업이 해당 부지 및 서천갯벌에 서식하는 법정보호종 조류 등에 미치는 영향을 더 면밀히 검토했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 사건 사업으로 해당 부지에 서식하는 조류들의 취식지·휴식지 파괴 및 축소, 개체수 감소 등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 조류 충돌 위험으로 인해 이 사건 사업부지 바로 인근에 대체서식지를 만들 수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고, 피고가 그 주장처럼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저감함과 동시에 조류 등을 보호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항 건설로 인해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지 않은 것도 실책으로 꼽혔습니다.


6. 경제성과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 경제성 평가할 때 B/C 분석이라는 걸 많이 쓰는데요. 비용 편익 분석입니다. 비용을 얼마만큼 투입했을 때 이익은 얼마만큼 생기나 이걸 분석하는 건데요. 재판부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사건 사업은 그 비용편익비(B/C)가 0.479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어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 그럼에도 이 사건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하여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은 채 추진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 사건 사업으로 인해 침해될 공익 또는 사익보다 상당한 정도로 우위에 있어야만 그 추진이 정당화될 수 있음" 이건 무슨 말이냐 하면 1조 원을 투입하면 거둘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4790억 원뿐이라는 겁니다. 5210억 원은 매몰되는 거죠. 그럼에도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추진이 되는 거라면 이 사업으로 인해 침해되는 공적 사적 이익과 비교해 판단해봐야 한다는 뜻인데요. 새만금 공항 건설로 인한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이익이 침해될 공익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새만금 공항을 예정대로 짓는다면 조류 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데, 건설 이후 과정에서 입지를 변경하기도 어렵고, 실효성 있는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법정 보호종 조류와 서천 갯벌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걸 해결할 대책을 마련하는 게 불가능하다. 결국 공항을 지어서 누리게 될 지역균형발전의 이익보다 안전, 환경이 침해되는 피해가 더 크다고 본 겁니다.

202508공항별운항실적.png 2025년 8월 기준 공항별 운항 편수. 자료: 한국공항공사

7. 사실 많은 사회간접자본 시설들이 대선 공약 등 정치권의 선심성 국책사업으로 추진됐었는데요. 지역 공항들의 운영 성적은 어떻습니까?

- 전국에 운영되고 있는 공항이 모두 15곳인데요.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 평균 운항 편수가 10편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5곳입니다. 양양이 0.8편으로 가장 적었고요. 원주 4편, 군산 6편, 포항경주 6편, 사천 5.5편으로 굉장히 적습니다. 여수는 13편, 울산은 14편으로 10편을 약간 웃돌았고요. 일일 이용객수로 따져봐도 이들 7개 공항은 2000명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 공항의 경영 상태는 매우 어렵습니다. 무안(-241억, -337%), 원주(-56억, -799%), 군산(-53억, -291%), 포항경주(-156억, -1216%), 사천(-77억, -1027%), 여수(-204억, -731%), 양양(-224억, -2859%), 청주(-5억, -1.2%), 울산(-206억, -1142%), 광주(-93억, -97%), 대구(-20억, -6.5%) 공항이 적자와 마이너스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고요. 흑자가 나는 곳은 제주(566억, 23.6%), 김해(662억, 31.1%), 김포(327억, 9.4%), 인천(7411억, 28.2%) 뿐입니다.


8.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가덕도 신공항, 대구 경북 신공항 건설 등에 영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이번 새만금 공항 건설 계획 취소 판결은 기본적으로는 공항 건설의 경제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향후 공항 건설 사업들도 좀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할 것 같고요. 이제는 공항 건설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지 않는다는 게 너무나도 명확해졌기 때문에 지역 정치인들이 표심을 노리고 선심성 공약을 내거는 관행은 사라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새만금공항보도자료.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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