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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배출 기준 변경? 과태료 100만원?

조회수 노리고 허위정보 유포하는 쓰레기 유튜브 채널들

by 선정수

1. 어제 오프닝에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AI로 조작된 동영상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논란이 됐던 조작 동영상들을 짚어보고, 이런 허위 조작 동영상에 속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분리배출 잘못해서 종량제 봉투에 재활용 자원 넣으면 과태료 폭탄을 맞는다는 내용부터 살펴보죠.

- 지금도 과태료 폭탄이라는 키워드로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검색하면 어마어마하게 관련 동영상이 나옵니다. 10월부터 정부 정책이 바뀌어서 전국에서 AI를 이용해 쓰레기 배출 단속을 실시한다는 내용이고, 분리배출을 잘못하면 10만 원 부과되던 과태료가 25만 원으로 오르고 3회 반복 적발되면 100만 원까지 낼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공식 해명하기에 이릅니다. 기후부는 10일 <분리배출 거짓 정보에 속지 마세요… 생활폐기물 분리배출 홍보 강화>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기후부는 "올해 분리수거 지침을 개정한 이력이 없으며 전국적으로 단속을 강화해 달라고 기초 지자체에 요청하거나 과태료 부과 기준을 상향한 사실도 전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유튜브에 넘쳐나는 관련 동영상들은 한마디로 새빨간 거짓말인 거죠.


2. 이재명 대통령이 나와서 투자를 권유하는 동영상도 있었어요.

- 네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요. 외국의 투자회사라는 곳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등장시킨 허위 동영상을 만들어 SNS를 통해 유포하다가 적발된 겁니다. 이 플랫폼은 AI로 제작한 가짜 뉴스 영상과 인터뷰를 SNS에 올리며, 정부가 인정한 투자처처럼 홍보해 왔습니다. 조작 동영상에는 AI로 조작된 대통령은 “30만 원만 투자하면 수천만 원 수익이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일반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영상의 발음이나 문장 구조가 어색해, 외국인이 만든 딥페이크 영상으로 추정됩니다.


3. 경찰이 나설 만하네요. 건강과 관련된 제품에도 AI를 이용한 허위 조작 정보가 판을 치고 있다고요?

- 네 의료기기와 건강기능식품, 일반식품 등 다양한 범주에서 AI로 조작된 의료 전문가들이 등장해 직을 걸고 효능을 보장한다는 식으로 일반인들을 호도하는 내용이 크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35년 차 의사가 6년을 연구한 결과 샤워할 때 단 5분만 투자하면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동영상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면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되겠죠.

특히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정보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허위 조작 정보들이 굉장히 많이 발견이 되고 있습니다.


4.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유머, 여행 등 각종 생활 관련 정보도 조작 사례가 넘쳐난다면서요?

- 네 특히 숏츠, 릴스 등 SNS 짧은 동영상과 모바일 포털에 걸리는 영상들 가운데 이런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단순히 조회수를 노리고 말도 안 되는 영상을 조작해 올리는데요. 재난 장면을 교묘히 편집해서 사람들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가는 장면을 연출한다거나, 여성이 납치되는 장면을 연출한다거나 하는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고요. 거의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로 아무렇게나 자극적으로 만들어 조회수만 노리는 멸칭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제가 굳이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관광지에 케이블카가 설치됐다는 조작된 뉴스 형식의 동영상을 보고 실제 노부부가 그곳을 찾아가 헛걸음을 했다는 내용이 다수의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5. 이런 동영상은 누가 왜 만드는 걸까요?

-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AI로 의료 전문가를 만들어내 제품을 광고하는 유형입니다. 제품에 대한 신뢰감을 주기 위해 없는 의료진을 꾸며내는 거죠. 명백한 허위 광고라고 볼 수 있죠. AI로 조작한 대통령을 등장시키는 투자 권유도 비슷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쓰레기 분리수거 정책이 바뀌었다는 조작 동영상은 조회수 높이기, 구독자 늘리기 등 채널 확장과 관련됐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일정 조건에 도달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자극적인 동영상을 거는 거죠. 유튜브가 공개하고 있는 수익 창출 조건은 지난 12개월간 공개 동영상의 유효 시청 시간이 4,000시간 이상이고 구독자가 1,000명인 경우 또는 지난 90일간 공개 Shorts 동영상의 유효 조회수가 1,000만 회 이상이고 구독자가 1,000명인 경우입니다. 댓글 많이 달아달라는 요청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댓글이 많이 달리면 알고리즘의 추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이런 AI를 이용한 허위 조작 정보를 걸러내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요즘엔 AI 동영상 제작 기술이 굉장히 많이 발전해서 무심코 보면 이게 진짜 사람이 출연하는 건지, AI로 만든 건지 구분이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 쇼츠에 유모차에 담긴 아기를 습격하려는 곰을 고양이가 쫓아내는 10초짜리 동영상이 올라왔는데요. 10월 9일에 처음 게시된 이 영상은 12일 만에 조회수 8000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좋아요 115만 개, 댓글은 5만 4000개가 달렸는데요. 댓글 대부분은 고양이의 용기와 충성심에 대해 감탄을 표현하는 내용입니다.

그렇지만 이 동영상을 처음 게시한 스너글스냅스라는 채널에서 이 동영상을 살펴보면 "이 영상은 AI 도구, 합성, 그리고 라이선스 영상을 사용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제작 과정에서 실제 동물이나 사람을 해치거나 연출하지 않았습니다."라는 설명이 달려있습니다. 실제 영상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런데 영상만 보고는 실제인지 아닌지 정말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7.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 첫 번째는 출처 확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동영상의 원출처를 찾아서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는 겁니다. 내용이 진짜라면 특히 재난 관련이나 엄청나게 특이한 일이 발생했다면 기성 언론사들도 같은 내용을 보도할 확률이 큽니다. 물론 기성 언론사도 조작 영상에 속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셔야 하죠. 다음은 동영상에 흐릿하게 번져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AI로 생성된 동영상은 워터마크라고 하는 출처 표시가 나오도록 돼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2차, 3차 가공자들이 이 워터마크를 지우고 게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블러'라고 부르는 흐릿한 반점 같은 게 동영상 안에 떠돌고 있다면 AI로 제작된 영상일 가능성이 굉장히 큽니다. 다음은 물리법칙을 확인하는 건데요. 빛과 그림자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 바람이 불 때 소매가 펄럭이는지 등을 확인하는 겁니다. 사람을 비출 때는 얼굴 표정이나 주름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운지, 손가락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지는 않는지 등을 살피는 게 좋습니다. 발의 움직임과 발자국 소리가 잘 매칭이 되는지, 입 모양과 소리가 잘 맞아떨어지는지 등을 살피는 것도 방법이고요.


8. 글씨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면서요?

영상 안에 등장하는 글자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AI 의료전문가들을 살펴보면 보통 이름이 새겨진 의사 가운을 입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름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정부 부처의 이름을 제대로 인용하고 있는지, 전문가가 소속 기관을 밝히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쓰레기 분리배출 과태료가 올랐다는 동영상에선 박용태 계장이라는 사람이 출연하는데요. 환경복지부 20년 차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환경복지부라는 부처는 없습니다. 이 사람 유니폼에도 무언가 글씨가 쓰여있는데 역시 읽지 못할 어느 나라 글씨도 아닌 이상한 글씨가 쓰여 있죠. 이 채널의 다른 동영상에는 15년째 복지정책실에 근무하고 있는 이주 하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요. 우리나라 어떤 공무원도 자기를 이렇게 소개하는 법이 없죠. 부처나 지자체 소속이라고 하죠. 게다가 15년 차인데 얼굴은 20대 앳된 얼굴을 하고 있죠. 이런 동영상은 거르시면 됩니다.


유튜브나 SNS에 떠도는 '혹하는' 동영상들은 보는 대로 믿지 마시고,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귀찮더라도 직접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거나 자식들에게 확인을 부탁하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뭘 그런 걸 귀찮게 따져'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이런 허위조작 정보 때문에 입게 되는 피해는 사실상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신경 써서 걸러내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것 빼고는 전부 다 확인해 보시는 습관을 들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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