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통옷, 사리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해보고 싶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바로 한복을 입어보는 일이다. 내가 모르는 그 나라의 전통 의상에 대한 환상. 그들의 문화를 가장 쉽게, 또 가장 깊게 체험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전통 의상을 입어보는 일이다.
남인도 타밀나두 주에 위치하고 있는 첸나이는, 21세기가 된 지금도 거리에 나가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다닌다. 인도의 또 다른 도시들인, 수도 델리나, 대도시 뭄바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결혼을 한 여성들은 사리를,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여인들은 추리다라는 옷을 입고 다닌다. 물론 특별한 행사나 축제에는 자신이 가진 가장 화려하고 비싸고 예쁜 사리를 꺼내 입는다. 남자들은 청바지나 서양식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룽기라고 불리는, 둘러서 입는 치마 같은 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첸나이를 대표하는 노래 중에 ‘룽기 댄스’라는 곡이 있는데, 한국에 돌아오기 직전 마지막 공연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남자아이들은 전부 룽기를 두른 채로 말이다.
그래서, 사리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인도 전통 의상 중의 하나인 사리는, 긴 천을 몸에 훌훌 둘러 입는, 다소 특이한 디자인의 옷인데 배꼽이 다 보일 정도의 짧은 블라우스에 천을 둘러 옷핀으로 고정해서 입는다. 예전에는 블라우스도 없이 천만 둘러 입었는데, 영국 식민지 시절에 남편들이 인도 여인들 가슴만 쳐다보자, 영국 부인들이 블라우스를 만들어 입혔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복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대략적인 옷감과 같은 양의 천이 들어간다는 사리, 가야국 시절부터 남인도와 한국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기는 하다. 단적인 예로 한국어의 ‘엄마’와 ‘아빠’가 남인도 언어 중의 타밀어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도 말이다.
그럼, 사리를 한 번 골라볼까나. 화려한 축제용이나 대외용이 아니라, 진짜 입고 여행도 다니고 심심할 때 한 번씩 꺼내어 입을 만한 사리를. 이런 재미있는 쇼핑에 딸아이가 빠질 수가 없지! 동네 아낙들이 찾아가는 사리집을 찾아갔더니, 다들 반짝반짝 빛나는 눈길로 나와 딸아이를 바라본다. 몇 개 배워둔 타밀어 한 마디를 했더니 난리가 났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며(인도인들은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한다) 딸아이에게 인형처럼 예쁘다고 한 마디씩 한다.
단 한 장도 같은 문양이 없었다. 수많은 패턴, 수많은 색상... 인도인들은 이런 다양한 색감과 패턴에 태어날 때부터 익숙해져있어 그런지, 일상 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디자이너처럼 멋진 문양과 색감을 선보인다.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일상 예술가란 이런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 수많은 사리 가운데서, 정말 어렵게, 한 벌에 한화로 8000원꼴 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사리를 구입했다. 딸아이의 탁월한 선택 덕분에 두 개의 사리 모두 나와 잘 어울리는 듯했고 마음에도 쏙 들었다.
그 뒤로도 나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 지역에서 사리를 한 벌씩 구입하곤 했다. 비싼 사리가 아니라 만원, 이만원 정도 하는 저렴한 사리를 동네 가게에서 기념품처럼 구입했다. 지역별로 인기 있고 유행하는 패턴이 조금씩 다르다는 게 참 재미있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몇 벌만 남겨두고 나머지 사리들은 집앞 꽃파는 아가씨, 단골 닐기리스에서 일하는 점원들에게 나누어주고 돌아왔다. 4년의 인도 일상과 여행 중에 나와 함께 했던 사리들, 그 화사한 색감과 화려한 패턴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