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여행 - 벨로르, 옐라기리, 호게나칼

남인도 여행

by 티마스터 바유

아메리칸 스쿨에는 일주일간의 봄방학이 있었다. 당시에만 해도 대부분 인도 여행을 꺼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인도 여행은 생각도 못했는데, 남인도 근처에 누군가 시원한 산자락에 다녀왔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친구들이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오자고 권했다. 나는 인도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순간부터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꿈꿨던 사람인지라 흔쾌히 여행에 응했다. 인도에서 친구들과 다 함께 떠났던 첫 번째 여행이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남인도는 도로가 생각보다 잘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덜컹거리는 흙길도 물론 존재하지만 남인도 도시별로 연결된 고속도로가 정말 완벽할만큼 잘 정비되어 있어 차로 여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의외로 도로변에 에어컨을 구비한 괜찮은 음식점들이 꽤 많아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화장실이 급할 때는 주유소를 이용하면, 멀쩡하고 제법 쾌적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새벽같이 출발한 여행길에 길거리 짜이집에서 짜이 한 잔에 도사(쌀가루와 콩가루로 만든 남인도식 팬케이크)를 곁들여 아침 식사를 하는 일은 나에게 인도 여행의 로망과도 같았다. 이날도 친구들을 꼬셔 함께 도사를 손으로 뜯어먹고 달달한 짜이 한 잔을 곁들이며 우리의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가 숙소로 잡았던, 등산하기에 참 좋다는 옐라기리(Yelagiri)는 첸나이에서 차로 네다섯 시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첸나이와 달리 고도가 높은 산이라 쾌적하고 시원한 공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옐라기리로 가는 길에 벨로르(Vellor)에 위치하고 있는 거대하고 웅장한 힌두 템플인 골든 템플(Sri Lakshmi Narayani Golden Temple)에 들렀다. 사원 전체가 금으로 뒤덮여 보기만 해도 화려한 골든 템플은 락쉬미 신을 위한 힌두교 사원으로, 사진 촬영은 일체 금지가 되어 있다. 힌두교 템플은 대부분, 긴 치마나 바지를 입어 다리를 가려야 하고, 반드시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맨발로 뜨거운 바닥을 걸어다니는 일은 아이들에게는 고역이기도 했지만, 햇빛을 피해 차가운 바닥을 밟고 다니는 일은 또 다른 놀이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곳을 얘기할 때면 우리 아이들은, 발바닥이 뜨거워 기사에게 안겨다녔던 일을 추억한다.


벨로르는 남인도사람들뿐만 아니라, 북인도와 네팔, 부탄에 이르는 곳에서도 유명한 지역인데, 정형외과로 가장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히말라야에서 차 한잔>이라는 책에도 언급된 적이 있는데, 부탄에 살고 있는 페마라는 사람이 뇌성마비에 걸린 아이를 들쳐업고 믿음 하나로 벨로르까지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첸나이에서 아이의 팔이나 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있는 가난한 이들은, 믿음 하나로 오토바이를 타고 벨로르까지 달려 아이를 치료해오곤 한다. 당시에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찾았던 벨로르였기에 그저 화려하고 빛나는 골든 템플의 신기함에만 매료되었지만, 추후 다시 한 번 이곳 벨로르를 찾게 되었을 때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옐라기리는 예상대로 시원하고 쾌적한 곳이었다.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가며 만났던 절경들도 아름다웠고, 한번에 덮치면 꼼짝없이 당할 것만 같았던 원숭이 무리들과의 만남도 신선했다. 첸나이와 기후가 달라, 첸나이에서 볼 수 없는 열대 과일들도 가득했고, 거리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신이 난 아이들도 즐거워 보였다. 4월이면 한창 여름이 시작되는 시즌이라,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작지만 큰, 행복이었다.


옐라기리에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호게나칼(Hogenakkal)은 바구니 보트로 유명한 곳이다. 우기가 지나고 나면 물이 가득 차올라 스릴 넘치는 유속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잔잔하면서도 제법 유속이 없지는 않아,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놀이기구를 타듯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바구니보트 안에서, 뜨거운 햇살을 가려가며 깔깔대며 인도를 즐겼다.


평생 도시에만 살았던 내가, 다소 원시적이고, 다소 아날로그적이며, 다소 지저분하기까지 한 이곳 인도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순간이었던 것 같다. 차가운 물살을 가르며,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순박한 인도 사람들과 한 배에 타고 웃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바로 이 순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그때, 난 인도와 진정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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