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와의 만남
인도로 떠나는 순간, 가장 들떴던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다즐링이었다.
차를 사랑하고 차를 가르치는 일에 몸담고 있던 나의 가장 큰 꿈 중의 하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차 중의 하나인 '다즐링'을 여행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인도 생활을 시작했던 첫 해에, 마침내 오랫동안 바라왔던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하는 인도 여행, 아이들은 잔뜩 들떠 있으면서도 첸나이에 두고 온 기사 하자가 못내 그리운지, 함께 가지 못함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다즐링, 홍차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도차. 인도 북동쪽, 히말라야 등지에 위치하고 있어 그 어느 차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그 진가를 알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그런 멋진 차.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다즐링의 매력을 오롯이 지닌 차들을 만나기 쉽지 않지만, 다즐링의 진가를 맛보게 되면 누구나 감탄을 내뱉곤 한다.
다즐링은 비단 차로만 유명한 곳이 아니다. 차뿐만 아니라 꽃과 나무, 절경으로 유명한 이곳은, 전 세계적인 관광지 중의 하나이다. 인도 여행을 선호하지 않는 신랑도, 히말라야 산맥이라는 이야기에 다즐링 여행은 흔쾌히 승낙했다. 첸나이에서는 캘커타에서 스탑오버를 하고 바그도그라(Bagdogra) 공항으로 날아간 후 그곳에서 차로 한두 시간 정도 올라가면 마침내 다즐링에 도착한다. 다즐링으로 가는 길에는 익숙한 '골든 팁스'(다즐링 차 브랜드)와 같은 간판들이 보이고, 차나무들도 제법 보인다. 마침내 평지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구불구불할뿐만 아니라 위태위태하다. 창밖을 내다보면 아찔함에 오금이 지릴 정도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태연한 척을 한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작은 비포장도로로 날쌔게 오가는 지프자들. 아슬아슬 위험천만한 길가 양쪽으로는 지상의 풍경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웅장하고 멋진 풍경들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탁 트인 경관과 시원한 공기, 너무나 파랗고 맑아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하늘, 줄지어 서 있는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봉우리들. 모모와 툭바와 같은 익숙하고 맛있는 음식과 원없이 마실 수 있는 짜이. 끊임없이 펼쳐진 차밭과, 찾아갈 때마다 왠지 모르게 편안한 불교 사원들, 돌릴 때마다 마음에 평화가 깃드는 프레이어즈 휠, 초르텐과 타르초...다즐링은 정말이지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여행지였다.
숙소에 도착하기 전 구름이 가득한 티샵에서 마시던 차 한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모와 향긋한 다즐링을 함께 맛볼 수 있음에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모습. 구름 위에 올라와 있는 것 같다고 흥분한 목소리로 창밖을 내다보던 딸아이와 묵묵히 차를 마시고 모모를 먹으며 입을 오물거리던 만으로 3살배기 아들의 모습까지도, 매 순간이 아름다웠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에서의 매 순간 순간들이 생생하게 기억되는 건, 그만큼 그곳에서의 시간이 소중했고 특별했기 때문이다. 추후에 또 다시 히말라야를 찾게 된 이유도, 다즐링에서의 여행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리라. 한 번의 만남으로 아쉬웠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곳이 가슴 시리도록 그리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