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여행 - 코다이카날, 깐야꾸마리, 라메스와람

by 티마스터 바유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긴 대서사시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라마야나와 마하라바타. 이 두 개의 서사시는 인도인들의 정신적이고 종교적인 삶과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역사와 전통, 그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두 서사시 모두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언어로 알려져 있는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되어 있다.


타지의 서점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했던 나는, 첸나이의 그 어느 서점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던 이 두 권의 책을 여러 가지 버전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라마야나는 '라마의 길'이라는 뜻으로, 라마의 진실된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결국 선은 악에 승리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훈적이고 역사적인 시이고, 마하라바타는 세상에서 가장 긴 서사시로, 인도 땅의 역사를 담고 있는 대민족 서사시이다. 요가에 몸담고 계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바가바드 기타'라는 위대한 고전 시가 포함되어 있어 더욱 유명하다. 두 개의 서사시 모두 단순히 역사와 신화를 담은 대서사시라기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가르침을 가득 담고 있는 글이다.


요가에서 배웠던 철학을 바탕으로, 나는 가장 마음에 들던 버전의 라마야나 책을 골라 찬찬히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마야나를 온전히 한 권 다 끝낸 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라메스와람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선선했던 10월의 어느 날, 첸나이 동남쪽에 위치한 코다이카날, 그리고 인도의 땅끝마을 깐야꾸마리, 라마야나의 도시 라메스와람. 나름의 커다란 트라이앵글을 그리며 남인도 대장정을 시작했던 것이다.


언제나처럼 맑고 푸른 인도의 하늘이 우리의 여정을 빛내주었다. 아이들과 나는 양손에 메헨디를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른 새벽 첸나이를 떠났다. 신선하고 맑은 공기와 탁 트인 자연이 맞이해주는 코다이카날은 아이들을 위한 파라다이스였다. 해가 뜨는 순간부터 해가 진 후 깜깜한 밤까지 쉬임없이 모험을 떠나며 뛰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즐기는 달콤한 짜이 한 잔의 여유는 코다이카날에서 즐길 수 있는 행복한 휴식이었다.


두 번째 목적지인 깐야꾸마리는 남부의 인도양, 서쪽의 아라비아해, 동쪽의 벵골만의 세 물줄기가 만나는 인도 최남단의 땅끝마을이다. 물, 특히 바다를 신성하게 여기는 인도인들에게 세 물줄기는 각각 창조의 신 브라흐마와 유지의 신 비쉬누, 그리고 파괴의 신 시바를 상징하기에, 세 바다가 만나는 이곳은 더없이 신성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크리슈나의 여자 형제로 알려진 데비 칸야 쿠마리 여신의 이름에서 따온 칸야쿠마리는 파르바티의 화신으로, 시바와 결혼하기로 했으나 결혼식 당일에 시바 신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혼식을 위해 준비해던 쌀과 다른 곡물들이 돌로 변해 이곳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여신은 지금까지도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을 축복해주는 순결한 여신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라마야나의 이야기에 나오는 라마와 라바나의 전쟁 중에 하누만이 히말라야에서 스리랑카로 가던 중에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허브를 하나 떨어뜨리는데, 그곳에 바로 깐야꾸마리였고, 지금까지도 이곳은 진귀한 허브가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칸야쿠마리에서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작은 바위섬에는 시대의 뛰어난 학자인 스와미 비베카난다의 동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는 바로 이곳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바람이 정신없이 불어대는 이 작은 바위섬에서, 색색깔의 사리를 입고 바다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고 있는 인도 여인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깐야꾸마리의 선셋 포인트에서 바다가 태양을 온전히 삼켜버릴 때까지, 그 아름다운 노을과 석양을 감상하며 이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다음 목적지이자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였던 라메스와람으로 향했다. 라마야나의 살아 있는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그곳, 신성한 도시로 말이다.


인도 최남단에서 북으로 5시간 정도를 달리면 라메스와람이 나온다. 라메스와람은 스리랑카까지 고작 29km 떨어져 있는 도시이자 라마야나의 배경이 된 중요한 도시이다. 라마는 시바 신의 별칭으로, 라바나가 라마의 부인을 랑카(지금의 스리랑카)로 데리고 도망가자, 하누만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다리를 연결하여 랑카에 이르게 된다. 라마가 고행을 하며 이곳의 바닷물로 죄를 씻었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죄를 씻어내기 위해 이곳의 바다에 몸을 담그기도 한다.


스리랑카와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다누시코디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전용 버스를 타야 한다. 덜컹거리는 갯벌과 바닷길을 지나다 보면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홍학과 이름 모를 새들이 반겨준다. 다누시코디 안에서는 옛 수로를 포함한 몇 개의 건물을 볼 수 있고, 인도와 랑카를 연결해줄 때 쓰였다는 부석도 볼 수 있다. 사람 머리 크기만한 돌이 물에 동동 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하지만, 이런 부석은 제주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라마와 시타가 기도를 드렸다는 가네샤와 시바 링감이 있는 작은 템플, 끝없이 펼쳐지는 맑고 푸른 바다. 인도에서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라메스와람을 떠나기 전에는, 라마의 발자국이 남아 있다는 템플에 들러, 라마의 흔적을 손으로 만져본다.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바로 눈앞에서 돌위에 선명하게 찍혀 있는 발자국을 볼 수 있기에 신기하기 그지없다.


라메스와람, 대서사시 라마야나 속 이야기가 그대로 살아 숨쉬는 도시. 도시 자체가 역사와 신화로 가득했던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라마야나'를 곱씹어 읽을 때마다 떠오른다. 인도에 거주할 기회가 있다면, 꼭 라마야나를 읽은 후에 이곳을 찾길 권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고 찾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동과 발견을 만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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