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쿠르그, 마이소르

자연 그리고 빛의 축제

by 티마스터 바유

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도 좋지만, 아이들과 셋이서 오롯이 함께 하는 여행도 참 좋아했다. 학교 방학과 쉬는 날이 많은 터라 아이들과 인도 여행을 종종 다니면서, 열심히 일만 해야 하는 신랑에게 참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했다. 인도 여행을 워낙 좋아하지 않는 신랑이라, 조금은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말이다.


아이들과 셋이서 떠나는 여행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과 달리 가족 구성원인 서로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언젠가 나의 곁에서 떨어지고야 말 아이들이기에, 품 안에 있는 동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고, 교감하자는 게 나의 육아 지론이다. 아이들이 내 품에서 꼬물거리고 기어 다니던 그 어린 시절도 벌써 그리운데, 함께 있어 힘든 일만 생각하다가는 후회만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갖지 못하는 것들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만끽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가네샤의 생일이었다. 토일월 운 좋은 황금같은 휴가를 누리게 되어 짧은 여행을 계획했다. 커피 생산지로 유명한 쿠르그에서 한밤의 점등식으로 유명한 팰리스가 있는 마이소르. 마이소르 팰리스는 일요일에만 점등을 하기 때문에 월요일이 쉬는 날이었던 이날은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손등에 작은 가네샤를 메헨디로 그려넣고, 길거리 짜이 한 잔을 벗삼아 여행길에 나섰다. 제법 먼 거리라 새벽 5시에 출발했더니 오후 3시쯤 쿠르그에 도착했다. Luxury and comfortable 휴양에 초점을 맞춘다면 안성맞춤인 지역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묵었던 패딩턴 호텔은 수영장도 제법 넓고 다양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는데다,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가능해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수영에 질릴 줄 몰라 하던 아이들도 쿠르그에 선선한 날씨에 입술이 파래져 한 시간을 채 넘기지 못했다. 대신 커피 농장 투어와 방방이를 즐기며 호텔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자연을 즐겼다. 고요한 산속에서 차가운 공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첸나이라는 4계절이 여름인 지역에 살다 보면, 가끔, 아니 꽤 자주 차가운 공기가 그립다. 머릿속이 뻥 뚫리는 차고 맑은 공기가 있는 산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잦았다.


시원한 쿠르그에서의 일박을 마치고 마이소르로 건너오자 후덥지근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한다. 팰리스의 도시답게, 마이소르를 한 바퀴 도는 마차들이 즐비하다.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동물원에서 화이트 피콕과 호랑이, 코끼리, 기린 등을 보면서 가볍게 시작했던 꽤 긴 산책을 마치고 마차로 마이소르를 한 바퀴 돌았다. 마이소르 팰리스에 불이 켜지려면 7시까지 기다려야 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마루티 템플에 다녀오기로 했다.


마루티 템플은 시바 신에게 온 마음을 다하던 하누만과 시바 신의 깊은 포옹을 재현해 놓은 동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시바가 본인의 마음을 믿지 않자, 직접 가슴을 열어 심장을 보여주었다던 그 후의 포옹일까. 참으로 좋아하는 두 신의 포옹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나의 템플 투어에 동행해준 아이들에게도 늘 고마운 마음이고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마이소르 팰리스의 점등식. 해가 지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의 오색찬란함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하나씩, 하나씩 불이 켜지면서 하늘이 캄캄해지는 순간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나오는 황홀 그 자체였다. 아이들도 나도,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곳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드디어 마이소르 팰리스의 모든 불이 환하게 켜졌다. 한국에서 보았던 빛의 축제들을 떠올리며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곳이었는데, 고성과 고뿌람의 웅장함과 역사를 빛으로 재현해내는 그 순간은, 그 어떤 불빛보다도 아름다웠다.


하나씩 불이 꺼지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신기루처럼 그렇게 아쉬웠던 점등식, 짧은 여행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쿠르그와 마이소르 여행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아이들이 기억하던 여행 중의 하나였다. 반짝이는 불빛만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던 도시, 마이소르. 다들 팰리스의 점등식만 보기 바쁘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 조금 길게 머물며 찬찬히 도시 전체를 둘러볼 것을 권하고 싶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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