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친, 알레피, 문나르
인도는 땅덩이가 정말 큰 나라이다. 땅덩이만 큰 게 아니라, 인종도, 종교도, 문화도, 생활도, 언어도. 모든 것이 다양하다. 복합성의 나라가 바로 인도인 것이다. 그래서 남인도가 가진 매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북인도 일부의 매력과는 또 다르다. 내가 살던 첸나이가 있는 타밀나두 주도 그러하지만, 타밀나두 주 서쪽, 그러니까 인도의 남서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케랄라 주 역시 마찬가지이다.
첸나이에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 중의 하나는, 케랄라 주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케랄라 주는 타밀나두 주와 조금 다른 문화를 지닌 남인도의 한 지역으로 첸나이가 있는 타밀나두 주가 남동쪽에 있다면 케랄라 주는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타밀나두와 달리 타밀어가 아닌 말라얄람어를 사용한다.
케랄라는 비행기로는 첸나이에서 한 시간, 자동차로는 일곱 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자연과 문화가 풍부한 아유르베다의 지역이다. 채식과 명상과 요가 그리고 아유르베다를 통한 치유를 꾀하는 아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아유르베다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아유르베다라고 하면 다들 마사지를 떠올리곤 하는데, 아유르베다라는 학문은 식습관과 생활 습관, 정신 습관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에서는 '요가'의 한 파트라고 볼 수 있다. 아유르베다 마사지는 그 안에 포함되는 일부분일 뿐이다.
첸나이에 머무는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케랄라 여행을 하곤 했다. 그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했던 여행이 첸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코친까지 가서, 렌트카로 알레피, 문나르까지 구경하고 다시 코친에서 첸나이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그 이후에는 자차로 종종 케랄라 여행을 하고 돌아오곤 했다. 넓게 펼쳐져 있는 차밭이라든지,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웅장한 산, 운이 좋으면 야생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사파리 투어, 인도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알레피 호수에서 배를 타고 즐기던 유유자적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식! 향신료를 조금 더 가볍게 쓰고 코코넛오일을 많이 사용하는 케랄라의 음식은 외국인들과 아이들의 입맛에 잘 맞는 요리들을 선보인다. 카타칼리로 대표할 수 있는 그들 문화의 자부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자연과 요리, 문화 이 모든 것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케랄라였다.
아라비아 해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코친은 14세기부터 향신료를 교역하던 주요 항구 중의 하나였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곳이다 보니, 그 잔재가 인도만의 문화와 어우러져 그들만의 독특한 유산으로 남아 있다. 그런 연유로 코친의 골목 골목 동네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럽의 향기를 담고 있는 거리를 걷다 보면 유럽의 어느 거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면 코친만의 매력이 듬뿍 느껴지는 인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도의 베니스라 불리는 알레피는 또 얼마나 매력적인지. 비록 맑고 투명한 호수를 기대하면 안 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양 옆으로 늘어선 야자나무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보트 안에서 즐기는 생선과 해산물 요리와 짜이 한 잔은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였다. 아이들은 선장의 특별 허락을 받고 키도 잡아보고 선상에서의 일박이라는 짜릿한 모험을 즐겼다. 비록 둘째 아이가 분신처럼 생각하고 들고 다니던 터닝메카드를 호수에 빠트리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이제 10살이 된 둘째는 그때는 정말 안타까웠지만, 이제 와서 생각하니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라고 말한다)
그리고 차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울창한 숲이 가득한 고산 지역 문나르. 아이들은 문나르에 갈 때마다 아무 차밭에나 들어가 일아이엽의 차를 따보고 해맑게 웃곤 했었다. 물론 주요 채엽 시기에 그곳을 방해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한적한 휴작기에 놀러가 차밭의 고즈넉함을 즐기곤 했다. 차밭이라면 그 어디라도 가고 싶은 나에게 문나르는 그야말로 지상 낙원과도 같은 곳이었다. 차밭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은 숙소들은, 나름 대도시였던 첸나이에서 벗어나 힐링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차밭과 자연 속에서 뛰어 놀 수 있었던 우리 아이들은, 참 행복했으리라고 생각한다. 더없이 많은 웃음을 누릴 수 있었던 곳 중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런지, 케랄라를 떠올리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아이들은 알레피에서 배를 탔던 기억을 아직도 최고의 추억으로 손꼽는다. 케랄라의 피쉬 커리와 이디야팜을 먹고 싶다. 차를 타고 달려갈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