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도 여행 - 자이푸르, 조드푸르, 라낙푸르

by 티마스터 바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과 가족의 여행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온 도시를 핑크색으로 칠하여 붙여진 이름, 핑크 시티 자이푸르에서 홀리와 함께 짜릿한 시간을 보낸 후,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모여 있는 마치 고대 유적지와 같은 시내를 탐방했다. 시시각각 빛의 각도에 따라 새로운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바람의 성 하와마할, 호수 위에 지어진 물의 궁전 잘마할과 자이푸르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던 나하르가르 요새, 아름다운 벽화가 인상적이었던 시티팰리스, 그리고 인도와 이슬람 문화, 붉은 사암과 대리석의 조화가 매력적으로 돋보이는 암베르 성까지.


암베르 성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던 긴 줄. 마치 인도의 왕이 된 기분으로 코끼리를 타고 암베르 성으로 향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가히 반갑지만은 않았다. 너무나 아름답고 섬세했던 암베르 성의 벽화들은 신비로웠다. 인도의 만리장성이라고 불린다는 이 성의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고 화려함과 웅장함 또한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거울 궁전, 대리석 벽에 정교하게 조각을 하고 보석과 거울을 하나 하나 촘촘하게 박아 놓은 그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무굴제국의 지배를 받는 대신, 무굴제국과 혼인으로 엮어 번성할 수 있었던 라자스탄, 그래서 이곳 암베르 성에서도 힌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함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자르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을 보낸 후 자이푸르 일정을 마무리하고 블루 시티인 조드푸르로 향했다. 조드푸르는, 영화 '김종욱 찾기'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라자스탄 여행을 하기 전, 김종욱 찾기를 일부러 찾아보고 왔는데, 영화에 담긴 조드푸르는 그 매력을 일도 담아내지 못한 듯했다. 실제로 만난 조드푸르는, 감격 그 자체였으니까.


조드푸르에는 여행했던 곳들 중에 가장 웅장하다고 할 수 있는 메헤랑가르 요새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인도에서 가장 큰 요새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태양의 요새는 한국어 오디오북까지 갖춰 있을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사막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붉은 사암으로 지어진 메헤랑가르성은 중세 시대의 어디쯤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고풍스러웠고, 아름다웠고, 웅장했다.


요새에서 내려다본 조드푸르의 블루블루한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브라만 계급만이 집에 인디고 블루를 칠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무척이나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블루 시티는 아이러니하게도 신분 계급의 차별을 두기 위해 탄생된 도시라는 사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알고 나서도 아름다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은 블루 시티, 조드푸르. 숨은 매력이 곳곳에서 벗어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던 도시였다.

(나의 폭풍 검색질로 찾아낸 싱비 하벨리 게스트하우스(Singhvi's Haveli)는 블루 시티 조드푸르의 전경을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다이푸르로 떠나던 길에 들렀던 라낙푸르는, 생각지도 못한 숨은 보물과도 같은 장소였다. 인도의 3대 자이나교 사원 중의 하나인 아디나타 제인 템플이 자리를 잡고 있는 라낙푸르. 만나는 인도 친구들 모두 이곳은 꼭 가봐야 한다고 손을 붙들고 이야기하던 곳이다. 사실 큰 기대없이 찾은 곳이었는데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자이나교는 인도의 소수 종교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가장 오래된 종교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라낙푸르는 자이나교의 교리를 철저하게 지키며 금욕주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일년에 한두 번만 옷을 갈아입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소유를 지키고 지낸다고 한다.


50년 이상 걸려 완성한 이 템플은 정교하고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과 부조물이 잠시도 쉴 틈 없이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마치 로마 바티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멋진 템플. 사실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그냥 인도에 있는 수많은 템플과 같은 모습이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상사 모든 것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기도 했다.


사원 안에는 420개의 기둥이 줄지어 서 있다고 한다. 온 사방이 백색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템플은 마치 인간 세계와는 분리되어 있는 신비한 공간인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비슷한 듯한 조각과 비슷한 색감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 자꾸만 같은 곳을 맴돌며 쉽사리 이곳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라자스탄의 성, 요새, 템플을 여행하는 내내 아이들은 마치 새로운 놀이터라도 찾아낸 듯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온 사방을 돌아다녔다. 내가 그 공간에 몰입하고 즐기는 만큼, 아이들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공간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짧지 않은 여행 동안, 한 번도 아이들이 거추장스럽다거나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었다. 사진 속에 남겨진 우리의 모습을 보며,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을 추억할 수 있음에, 그때도 함께 행복했고, 지금도 함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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