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만 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윗사람이 까라면 까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안 되는 이유가 수만 가지 있겠지만 그걸로 설득하기보다는 일단 하고서 그 결과로 상사를 설득하는 것이 좋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한 주류 회사의 팀장님이 나오셔서 직장 생활의 꿀팁으로 한 말이 나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최근에 내가 계속 느껴오던 애매 모한한 생각은 단 한 마디로 정리한 팀장님의 말씀을 듣고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상사와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나름 자신의 의견을 열심히 어필했지만 결국 상사의 의견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나의 논리와 준비가 상사를 설득하기에 부족했기 때문에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 거절은 학습된 무기력을 만들었다.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도 없는데 말해서 뭐하나 그냥 하자라고 생각하면서 의견을 나누는 것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조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조직도 조직이지만 나 자신의 성장이 없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최대한 상사를 설득시키고, 내 의견을 통과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것이 바로 까라면 까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다. 까는 것이라도 보여줘야 자기의 말을 듣긴 들었구나라고 하면서 나의 말을 듣기 시작할 수 있다.
까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말을 귓구녕으로도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수가 있다. 그러면 뭘 해도 설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대충이라도 까는 시늉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하게 만드는 상사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짬이 만들었건, 성과가 만들었건 나의 상사로 있는 사람이고, 막상 까 보면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을 때가 있다.
즉 어설픈 내 주장보다 한번 상사 말대로 까보고 얻은 피드백을 반영한 주장이 더 논리적으로 탄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설득력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견은 늘 두 번째 방안으로 준비를 하자. 첫 번째 방안은 상사의 의견을 반영할 것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첫 번째 방안을 다 설명하였을 때 그때서야 두 번째 방안이 상사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첫 번째 방안을 만듦으로써 두 번째 방안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몇 시간 더 고생함으로 수십 시간 준비한 내용을 지킬 수 있다. 대부분의 의미 있는 것들은 사소한 귀찮음을 극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번 유 퀴즈 온 더 블록의 주제는 '미생'이었다. 인턴 시절 자신이 미생이라는 생각을 하며 자주 울곤 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어느 직급에 있을 때 드디어 완생이 될 수 있을까.
사장이 된다고 해서 완생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느 직급에 있던 언제나 완생이 될 수 있다. 완생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자기 자신만의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상사의 말에 까는 시늉만 하는 사람이라면 미생에서는 조금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