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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well Apr 13. 2021

졸업 후 6년만에 석사수업을 들으니(2)

석사과정(MSc) 두 번째 학기부터의 이야기

5주 동안의 짧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1월 중순에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생의 생활 패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덕에 우왕좌왕하던 첫 번째 학기에 비해 한결 편안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학기에는 체력 유지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첫 학기에는 영국의 물가가 전반적으로 비싸게 느껴진 데다 자주 함께 식사를 했던 한국인 여학생들이 샌드위치 등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그들을 따라 하는 바람에 식사를 잘 챙겨 먹지 못했다. 그들은 대신 간식을 자주 먹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주린 배를 움켜쥐며 도서관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첫 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잠시 들어갔을 때 병원에서 쟀던 몸무게는 유학 가기 전에 비해 6~7kg이 빠진 상태였다. 첫 방학 때 심한 감기 몸살로 고생하면서 무조건 배부를 때까지 많이 먹고 운동도 정기적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기숙사에 조촐하게 마련된 체육관에서 1주일에 세 번씩은 땀 흘릴 정도로 운동을 하려고 노력했다.


확실히 체력이 뒷받침되니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힘이 덜 들었다. 같은 과목이어도 두 번째 학기에는 교수들이 모두 바뀌었고 배우는 내용도 달라졌다. 처음 배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석사과정 공부를 시작하는 기분이라 즐겁게 공부를 했다.


세 번째 학기까지 선택과목의 논문(extended essay)을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일상적인 숙제, 예습, 복습과 더불어 1주일에 하루 정도는 논문 작업도 병행했다. 두 번째 방학 때 논문을 쓰면 될 것 같지만 이 기간 동안에는 가장 중요한 학년말 시험 준비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점수 비중이 높지 않은 논문은 미리 마무리를 지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방학 2주 만에 논문 작성을 끝내고 시험공부에 집중한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었는데 논문 점수의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시험 점수의 격차는 상당히 컸기 때문이다. 같은 노력을 들였을 때 점수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논문에 비해 시험이 훨씬 높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학기가 시작되던 주에도 다시 모의시험이 있었는데 전년도 기출문제를 그대로 내는 경우가 많아서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점수가 나오긴 했는데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루틴을 지켜가면서 공부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험 일정이 4~5일 간격으로 적절히 분산되어 있어서 5월 중순부터 한 과목씩 공부하고 시험을 본 후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는 패턴을 6월 초까지 반복했다. 네 과목 모두 나름대로는 만족스럽게 시험을 친 것 같아 시험이 끝나는 날에는 기분이 홀가분했다.


다른 학생들은 방학 때마다 저가항공 사이트를 드나들며 근처 유럽 국가를 잘 놀러 다니는 것 같았다. 나는 공부와 박사과정 지원에 치여 여행에 관심이 전혀 없다가 6월 초에 시험이 끝난 후에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급하게 저가항공 표를 알아본 후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세비야에 7박 8일 동안 다녀왔는데 평생 잊지 못할 여행 중의 하나로 기억에 남아 있다.


졸업식은 7월 중순이었고 최종 성적은 졸업식 직전에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7월 초에 갑자기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좋은 성적을 받게 되어 이 학교 박사과정에 남을 수 있으며 장학금도 일정 부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1~2주 후에는 나보다 성적이 높았던 학생들이 다른 미국 학교로 가거나 취업을 택했는지 내가 받게 될 장학금의 액수가 올라갔다. 지난 10개월 간의 고생이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보람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기에 남아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겼다.



짧은 MSc 과정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하여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체력이다.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체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체력이 뒷받침되면 학습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평정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에 더해 평정심 유지를 위해서는 주변 학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영어가 유창하다면 상관없지만 한국에서 학부까지 졸업하고 유학을 가게 되면 영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질문을 많이 하고 의견도 많이 내놓는 다른 학생들을 부러워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학생들이 반드시 시험 점수까지 높은 것은 아니다. 실제 진학에 중요한 것은 시험 점수라는 점을 명심하고 공부에 더 시간을 쏟되 영어로 하는 토론 문화에도 천천히 익숙해지면 된다.


* 표지 사진 출처: https://www.ucl.ac.uk/news/2020/oct/using-ucl-libraries-t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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