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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Jan 17. 2024

나 역시 말려지고 싶다

드라이드 토마토

 날이 흐린 1월의 오늘. 꼭 눈이 내릴 것 같은 날씨이지만 1 월치곤 기온이 높은 요즘이라, 특히 내가 있는 대구는 유난히 더 따뜻해서 눈은 전혀 기대하긴 힘들다. 오늘은 그저 흐리고 꾸물한 눅눅한 날일 뿐이다. 날씨에 좌지우지되는 내가 너무 싫을 때,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 덮여도 구름 위는 맑은 하늘이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기분 좋음을 유지하곤 했다. 그래도 흐린 날 덕에 어둑해지는 실내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유달리 잠이 오고 노곤하고 머릿속이 눅눅해지고 있다. 


 이런 날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면 어땠을까, 침대 위에서 뒹굴뒹굴하며 넷플릭스를 돌려 보다 옆에 늘어져있는 고양이들 품에 얼굴을 살짝 묻어보고, 벙벙한 머리를 깨우기 위해 커피를 한 잔 내리고 느긋하게 커피 향을 맡으며 하루를 보낼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막상 쉬는 날이 되면 그 어떤 날보다 밝고 맑기를 기대하면서.


 기타 연주를 들으며 오븐을 켰다. 마침 드라이드 토마토를 만들어야 한다. 햇볕에 말리는 토마토로 썬 드라이드 토마토라는 이름을 가진 말린 토마토이지만, 햇볕에 말릴 수 없어 오븐으로 만들어 먹는다. 오븐에서 천천히 수분을 말려 꽤 시간이 소요되지만 모름지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음식은 그 자체로도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드라이드 토마토는 주로 샌드위치에 넣거나 오일 파스타에 넣어 먹는다. 몇 개 넣으면 엄청난 감초 역할을 한다. 일반 과일과 야채와는 다른 감칠맛을 가진 게 바로 이 드라이드 토마토이다.


 식빵에 드라이드 토마토, 치즈를 얹어 살짝 굽니다. 그리고 루꼴라나 시금치를 듬뿍 얹어 초 간단 샌드위치를 해 먹는다. 혹은 가지나 쥬키니, 파프리카, 버섯 등 구운 야채를 이용한 샌드위치에 넣어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감자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는 담백하고 짭조름한 맛이 있지만 조금 심심한 느낌도 든다. 이때 드라이드 토마토 몇 개를 넣어주면 부족한 맛이 채워진다. 방울토마토는 그냥 먹어도 너무 맛있지만, 익혔을 때 더 빛나는 식재료임이 틀림없다.


 습하고 눅눅한 실내에 오븐이 켜지자 공기가 후끈해져 괜히 좋다. 꼭 장마철 여름의 오후 같은 오늘, 토마토를 말리며 내 머릿속의 수분도 뺏아가길 바라본다. 너무 건조해져도 안 되지만 너무 습해도 안 좋은 게 사람인 것 같다. 하루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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