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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Oct 19. 2023

달콤하게 드셔 보셨나요?

치즈 바나나 토스트

 날이 좋다는 핑계로 일을 손에서 놓고 있는 요즘이다. 날씨는 좋고 바람은 선선하니 돗자리 하나 챙겨 강가로 소풍 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나는 계절이다. 항상 봄, 가을은 마음잡기가 어렵다. 이 아름다운 세상, 그저 쉬고 휴양을 하며 보내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다. 2023년이 끝나 간다는 뒤숭숭함도 한몫을 하고 이래저래 변화되는 주변 환경도 내가 마음을 못 잡는데 한 역할을 한다.


  좋은 날씨에 비해, 하루는 재미가 없으니 오늘은 작게나마 변화를 주고 싶어 마트로 향했다. 이날의 목적은 슬라이스 치즈이다. 빵과 치즈의 조합이야 당연히 맛있고 특별할 것 없는 조합이지만, 평소 즐겨 넣는 야채나 햄 같은 재료가 아닌 바나나를 넣어 달콤한 토스트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어제는 늦은 퇴근으로 인해 저녁에 먹을 예정이었던 치킨을 포기하고 바나나를 선택했다. 이성이 이겼다. 그 바나나는 잘 익어 달콤했고 예상외로 치킨과는 다른 만족감을 주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었던 바나나지만, 특별함 한 스푼 넣어 사랑스러운 나의 점심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간단하게 맛있게 만드는 것이 나에겐 가장 중요한 점이다. 먼저 오븐을 예열한다. 처음 해 보는 것이라 180도로 맞추었다. 식빵과 통밀 빵 중 고민을 했지만 부드러운 식빵보단 거친 통밀의 식감이 부드러운 치즈와 바나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아 통밀 빵으로 선택했다. 빵 위에 좋아하는 치즈를 얹고 아몬드 슬라이스와 바나나를 얹는다. 바나나 위에 설탕을 솔솔 뿌린다. 그대로 예열된 오븐에 넣어 10분-15분 정도 굽는다.


 오븐 속에서 빵은 바삭하게 구워지고 치즈는 녹는다. 바나나는 물렁해지며 더 강한 단맛을 뿜어낸다. 슬라이스 아몬드는 바삭해지고, 설탕도 살짝 녹으며 더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10-15분 정도 구운 다음, 그 위에 시나몬과 아주 소량의 꿀을 뿌렸다.


 뜨겁게 익어 더욱 달콤해진 바나나와 짭조름한 녹은 치즈, 식감을 더해주는 아몬드와 코를 자극하는 시나몬과 단 향, 그 모두를 어우르는 바삭하고 거친 통밀빵. 바나나 치즈 토스트는 상상이 가능한 맛이지만 그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만든 보람이 있었다. 만든 과정에 비해 과할 정도의 맛을 보여준다. 쌀쌀한 요즘 날씨에 치즈와 달콤함이 주는 음식은 어쩌면 최고로 궁합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되면서 마음도 뒤숭숭하고 의욕도 조금 떨어졌다. 가을 타나..? 싶은 마음이지만 뭐든 해야 하는 게 살아가는 사람의 자세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 하늘만 보고 있던 요 며칠, 스스로가 한심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 요즘, 쉬운 것부터 시작하기로 하여 만든 것이 이 토스트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있어 보이는 토스트를 만들어 내며 오랜만에 뿌듯함과 성공함을 맛보았다. 음, 역시 뭔가 만들어내는 이 재미에 우리는 뭔가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없다면 어서 움직이고, 나아가자. 무기력쯤이야 바나나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바나나를 동그란 모양을 살려서 썰었다.


바나나를 길게 썰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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