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gi Sep 13. 2024

책 읽기의 장소

 오랜만에 소설책을 샀다. 한동안 소설을 읽지 않았는데 주로 휴일이 되면 그래도 가끔은 소설책이 읽고 싶어 질 때가 있다. 그마저도 다른 일정이 있으면 책 읽기는 뒤로 미뤄버리고 만다. 책이라는 건,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책 읽기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야 읽을 수 있고, 읽고 싶을 때 딱 그 책이 있어야 읽을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요즘은 주로 공부책을 읽고 새로 시작한 공부가 있어서 도통 책 읽을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별 큰 계획이 없는 휴일이어서 간단히 집 정리를 하고 서점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가끔 빌리기도 하지만 나는 사서 읽는 것을 조금 더 즐긴다. 줄을 긋기도 하고 여러 번 두고 읽을 때도 만만찮게 있다. 읽다가 막힐 땐 그냥 책상에 꽂아 두었다가 한참 후에야 아, 읽다 말았지! 하고 다시 읽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궁금한 책이나 일에 참고할 책은 자주 빌려본다. 이번엔 읽고 싶은 책이기 때문에 알라딘 중고 서점으로 향했다.


 교보문고와 알라딘 중고 서점을 가장 자주 이용한다. 책 값도 만만찮기 때문에 먼저 중고 서점에 읽고 싶은 책이 있는지 알아본다. 올해 나온 신간이 아니면 대부분 중고 서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한두 번 정도 읽고 팔린 책이 많아서 상태도 좋다. 이번에 사고 싶은 책은 편의점 인간이라는 일본 소설이었다.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났기에 가기 전에 미치 찾아봤더니 마침 중고 책이 있어서 바로 사러 갔다. 다음으로 보고 싶은 책은 일기 형식의 책으로 이 책은 신간이어서 바로 옆에 있는 교보문고로 향해 책을 샀다. 조금은 낡은 중고책과 빳빳하고 깨끗한 새책을 하나씩 샀다. 낡은 책 냄새와 새 책 냄새를 번갈아서 맡아보았다. 다르긴 다르지만 그래도 좋은 종이 냄새다.


 책을 사니 오늘의 할 일이 끝났다. 날씨는 더웠고, 이대로 집으로 가기엔 아쉬웠고 집에 가선 이 책을 안 읽을 것 같았다. 내일부턴 다시 공부를 해야 하니 오늘 산 책은 오늘 읽고 싶었기에, 서점에서 집 사이에 있는 얼마 전에 새로 생긴 카페에 가기로 정하였다. 새로운 카페는 이층에 있었다. 이곳은 책 읽고 작업하기에 좋은 공간으로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카페엔 독서대와 필기구도 있었다. 평일 오후라 조금은 한적하고 좋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빈자리를 잡아 아이스 카페 라테를 주문했다. 디저트도 먹고 싶었지만, 이후에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 참기로 했다. 먼저 읽을 책은 편의점 인간이라는 소설책이다. 서점에서 책을 사며 미리 살짝 읽었는데, 내용이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두껍지 않은 책이라 잘하면 한자리에서 다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은 정말 흥미로웠다. 짧은 소설이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얼마 전 책 추천을 해달라는 지인이 생각나 책 추천으로 연락을 했다. 잠깐 대화를 나누고 가져온 작은 노트에 짧은 감상도 적었다. 평소에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걸 쓰지 않으면 이대로 머릿속에서 지금 느끼는 감정들이 모두 달아날 것만 같았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오늘 여기 오지 않았으면 이 책을 다 못 읽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뭔가를 새로 하기 전에 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기분 전환도 되지만, 뭔가가 이미 익숙한 공간에선 새로운 것을 더 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저녁으로 먹을 것과 맥주를 샀다. 오늘은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고, 참 좋은 휴일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오늘은 집을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전 16화 제라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