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여름에 제라늄을 받았다. 우리 가게의 단골손님이 직접 삽목해 튼튼히 뿌리를 내린 예쁜 제라늄이다. 제라늄은 긴 꽃대에 분홍색의 꽃 봉오리를 갖고 있었고, 들어오는 손님의 미소가 너무 환해서 그 순간이 되게 기억에 남는다. 사실 받기 며칠 전에 제라늄이라는 꽃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되게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처럼 내가 이 꽃이 왔다. 신기하고 얼떨떨해서 당시는 되게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다니... 그렇게 제라늄은 우리 가게에 왔다.
둥글고 넓적한 초록 잎이 호박잎 같기도 연잎 같기도 하다. 조금 두툽하고 보들보들한 촉감이다. 만지면 향이 나는데 어떠한 향이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제라늄의 잎은 처음 날 땐 상아색 같은 색을 띤다. 양배추 같은 색이다. 그러다 크기가 커지면서 초록색으로 변한다. 양배추 겉잎 색이다. 꽃대에는 여러 송이의 꽃송이가 생겨 있는데, 처음 가게에 왔을 땐 7개의 봉오리가 있었다. 모두 진한 분홍색의 꽃을 잘 피어주었다. 처음 있던 꽃대는 꽃이 지고 난 뒤에 잘라주었다. 다시 꽃을 피워주길 바라는 맘으로 지켜보았는데, 어느덧 잘라진 곳으로 꽃송이가 생겨있었다. 처음 보고 흠칫, 살짝 놀랐다. 다행히 얘는 이곳에서 잘 적응을 했구나, 하는 안도감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두근거림과 설렘이 뒤따랐다.
13-4송이의 꽃 봉오리들이 생겼다. 정말 가득 생겼구나, 참 대단하다며 매일 꽃구경을 했다. 처음 제라늄이 가게에 왔을 때도 출근하면 가방도 벗기 전 꽃의 상태부터 살폈다. 매일 한 송이씩 꽃을 피워주었고, 처음엔 7송이 정도의 꽃이 매일 피어났다. 신기하게도 처음 핀 꽃은 마지막 송이의 꽃이 필 때까지 지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모두 피어낸 상태를 내게 보여 주고 싶기 하여도 한 것처럼. 매일 근무는 꽃이 피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꽃이 피어난 것을 확인하면 마음이 화사해졌다.
지금 두 번째 꽃대의 13송이 정도의 꽃이 모두 피었다. 전과 같이 진한 분홍색의 꽃이다. 그러고 얼마 전에 그 밑에 새로운 꽃대가 올라오더니 이내 꽃송이가 생겼다. 작게 4송이의 꽃 봉오리가 있다. 곧 꽃을 피울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신기하다며 틈틈이 구경을 하고 볕을 좋아하는 꽃이라 해서 창가에 꽃을 두다가 오늘 또 새로운 꽃대를 발견했다. 작은 꽃송이가 두 개 달려있었다. 총 세 개의 꽃대를 가지고 있다. 여태껏 대충 봤는지 이렇게 멋진 꽃들이 태어날 준비를 하는 것을 몰랐다니! 반성해야겠다.
아침에 꽃을 구경하는 일은 즐겁다. 마음의 고민이 조금 가벼워진다. 꽃은 항상 소리소문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피어난다. 하지만 늘 물을 주고 햇볕을 보여주고 가끔 영양을 주기도 해야 한다. 화분이 작다면 분갈이를 해 주고 가지치기도 해 주어야 한다. 조금은 늘 수고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그래야 무럭무럭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식물을 돌보는 것처럼 나를 돌볼 준비를 한다. 일단 얼마 전부터 목감기에 걸려 있는 내게 따뜻한 꿀물을 한잔 주고, 잠이 부족하니 10분 정도의 쪽잠을 자도록 하자. 하는 생각을 하고 그리고 늘 생각해야 할 것은 오늘은 내게 무엇을 줄 것인가, 무엇을 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