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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네 Mar 06. 2023

코로나 확진을 대한 태도

100일 글쓰기 카페: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시간


코로나로 뜸했던 오래된 모임을 한 차례 연기까지 하며 어렵게 만났다. 새로 맡게된 총무로서 가벼운 친목 모임을 탈피하고자 독서 토론 1차 모임과 계절 메뉴 2차 저녁 식사까지 준비한 모임이었다. 오 샘이 회원들에게 연말에 책을 선물한 덕에 총무로서 독서모임 제안까지 하였기에 오샘은 몸살 감기로 아픈 몸을 이끌고 모임에 참석했다.

 

문제는 코로나 걱정이었다. 카페에서 독서 토론을 하려는 찰나 호주머니에 있어야 할 마스크가 보이지 않았다. 가방에 차에 호주머니까지 3개 정도는 항상 가지고 다니는 나였지만 아무리 찾아도 마스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감기 기운을 보이는 오샘한테 마스크를 쓰라고 하였다.

 

하지만 독서 토론에 열을 올리다보니 어느새 오샘은 마스크를 벗고 열띤 토론을 하였다. 그때마다 마스크를 쓰라고 주의와 당부를 하였지만 독서 토론의 사회를 맡았던 나로서는 난감해 할 뿐이었다. 함께 차도 마시고 말도 하고 요즘 감기나 코로나는 별거 아니라는 이야기 속에 유야무야 마스크를 벗고 독서 토론은 끝이 났다.

 

저녁 식사도 '새조개 샤브샤브'를 먹었는데 오샘은 감기가 똑 떨어질 것 같다고 좋아했다.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다음날 오샘은 전화와 단체 톡방에 코로나 확진 사실을 알렸다. 전화를 받는 순간 기침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사람의 마음이 그토록 간사하다. 어깨도 욱씬거리고 머리까지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

 

모임 톡방에 비타민이 많이 들어간 차나 물을 마시자는 예방법과 함께 이번주에 중요한 스케줄이 많은데 어쩌면 좋냐고 하소연을 하였다. 다들 많이 당황하고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 한결같이 오 샘을 위로하고 괜찮을 거라는 격려였다. 그런데 나는 푸념과 하소연을 했으니 코로나를 대하는 태도가 오 샘의 불편한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내가 코로나에 확진이 될수도 있고 무사히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뭔가 2% 부족한 나의 솔직함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 하는 사람에게 설령 괜찮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관용이 부족했다는 아쉬움이다. 뻔뻔한 사람에게 뻔뻔하게 구는 것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오 샘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선택도 있었을 거라는 반성을 하였다.

 

어제부터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남편에게 옮기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지만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심정은 3.1절 태극기 깃발처럼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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