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프 ㅡ온새미로의 여행 ㅡ제주 2

여행을 떠날 때 집은 잊어버려라

by 온새미로


집을 나서려고 할 때면 유난히 집안일들이

보이는 것은 성격일까? 습관일까?

냉장고 냉동실의 음식들을 정리하고 채워지지 않은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까지

모두 정리하고서야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설 수가 있었다.

결벽증도 아닌데 여행 전에는

항상 이런 습관이 있는듯하다.

여행 후 돌아왔을 때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 들어오는 것이

여행의 여독을 푸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주부 9단도 아닌데 내 눈엔 집안일만 보인다.


여유롭게 출국 수속을 하고

커피 한잔하자 생각에 탑승시간보다

한참 미리 집을 나섰다.

하지만 국제선을 주로 예약하던 나는

습관적으로 영문으로 항공권을 예매하였고

국내선이라 여권을 가져오지 않아

신분증과 일치하는 한글로 예약을

바꾸어야만 발권이 가능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다.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되다니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나 보다


더구나 등산용 나이프가 배낭에 들어있던 것을

모르고 입국심사를 하다 딱 걸려버렸다.

버리기 아까워 다시 거꾸로 나가 짐으로 부치고

다시 들어와야만 했다.

미리미리 공항에 왔기에 예상치 못한 일에 대처가 가능했다.


이제야 한숨 돌리고 달달한 커피 한잔

잠시의 여유를 마시는 동안

강아지 한 마리가 사람들에게 인기폭발이다.

아기처럼 기저귀까지 차고 엄마와

제주 여행을 가는 중인 듯하다.

꼭 마치 막내딸 안고 여행 가는 엄마이다.


아기 강아지가 예쁜 승무원 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사람보다 더 사랑받는 이 시대의 반려견들

어쩌면 자식이나 형제들보다도

더 의지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기대하다 실망하는 사람들

주인을 배반하지 않은 반려견들이

사랑을 독차지하는 시대이다.

예쁜 반려견은 귀엽지만 조금은

쓸쓸한 마음이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9화프ㅡ온새미로의 여행 ㅡ제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