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의 시간
남편과 딸이 얼린 요구르트를 긁어먹는 소리를 듣는데 ‘아, 이런 게 행복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재우는 남편의 책 읽는 소리도 단연코 빠지지 않는다. 그 소리를 듣다가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 어쩐지 내가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 남편이 잘 자더라. 이런 거였구나!
최근엔 아이가 아빠에게 자전거를 배웠다. 자전거를 사두고 아이가 안 탄다고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새 자전거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이는 적극적으로 타러 나갔다. 아이는 자전거를 붙잡아 주는 아빠를 믿고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행복함이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부풀어 올랐다.
남편이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어김없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나는, 행복의 순간이 자주 오기를 바라지만 또 너무 잦은 바람에 무뎌져서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고 지나치치 않을 정도로 오기를 바라기도 하고 아니면, 행복의 순간이 자주 와도 민감하게 알아채서 아주 작은 행복의 조각을 세심하게 수집하는 높은 경지에 오르기를 수줍게 바라기도 한다. 내가 모은 행복의 조각들이 가을에 나는 열매처럼 나의 삶을 배부르게 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