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으로 ‘공부도 재능이다’라는 주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참 떠들썩하더니 공부는 재능이 맞는데 그 재능은 노벨상급 학자에나 해당된다고 하다가, 요즘엔 SKY 의대나 상위 1%에게만 국한된다는 식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다시 불씨가 붙었다.
“노력도 재능이다!”
뇌과학과 유전학이 인기를 끌면서 내가 도달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유전’으로 치부해버리고 싶은 욕망이 느껴진다. “모든 건 타고난다. 유전자의 힘이고 재능이다.” 이러면서 너무 쉽게 포기해 버린다. 하기 싫은 온갖 이유를 다 갖다 붙이다가 결국엔 재능 DNA 빨로 퉁 치고는 스스로에 대한 한계치를 정해놓고 그 안에 자신을 가두어버린다. 얼마나 공부가 힘들고 하기 싫었으면 이런 말로 자기 합리화를 할까 좀 애처롭기도 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대 분위기다. 요즘은 노력이 ‘노오오오력’으로 조롱받는다. “열심히 해봤자 뭐가 달라져?”라는 냉소가 SNS를 떠돌고, 노력보다 ‘운’이나 ‘금수저’를 탓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노력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데다 노력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왠지 촌스럽고 순진해 보이는 세상이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계를 넘어 극한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그 노력, 하루 15시간 이상을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와 연구에 매달리는 그 성실함 — 이 정도라면 충분히 재능이라 불릴만하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탁월하다’라는 단어를 붙인다. 탁월한 능력, 탁월한 재능, 그리고 탁월한 노력. 일반인이 감히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말하는 노력은 그런 초인적인 성실함이 아니다. ‘탁월한’과 ‘열심히’는 엄연히 다르다. 열심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생각해 보자. 우리 모두 티어 올리려고 게임 때문에 밤샌 적이 있다. 관심 있는 일에는 관심의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에너지를 쏟아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노력도 재능이라면 우리 모두 그 재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노력도 재능이다’라는 믿음은 청소년의 뇌에 달콤하고도 치명적이다. 노력조차 유전자에 각인된 재능의 결과물이라는 믿음을 성장의 임계점에 선 청소년이 가슴에 품는 순간, 그들의 뇌는 스스로 성장을 거부하는 고립된 성채로 변해버린다. 단순히 태도 문제가 아니라 뇌과학적으로 명백한 자기 파괴적 믿음이다.
뇌는 고정된 조각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이다. 학습과 경험에 따라 시냅스가 재구성되는 신경가소성은 청소년기에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노력은 재능이라고 믿는 순간 뇌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실력은 제자리에 머물고, 결국 뇌는 난 역시 재능이 없다는 자기 암시를 스스로 증명하며 굳어버린다.
뇌의 보상 회로도 망가진다. 원래 뇌는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 즐거움의 전달자인 도파민을 분비한다. 하지만 “어차피 안 돼”라는 전제가 깔리면 뇌는 기대를 포기한다. 기대가 없으니 도파민도 없고 동기조차 사라져 행동이 멈춘다. 쓰지 않으면 퇴화하는 원리에 따라 보상 회로는 서서히 잠든다.
더 무서운 현상은 조용한 포기다. “어차피 나랑 안 맞아서”라는 말로 도전을 피하면 뇌는 당장은 고통스럽지 않다. 그러나 뇌가 자라는 지점은 바로 그 불편한 순간이자 모르는 것을 알아가려는 찰나다.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생산적 실패’라고 부른다. 근육이 미세하게 찢겨야 더 강해지듯 뇌도 틀리고 버벅거리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회로를 만든다.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는 믿음은 뇌가 가진 무한한 확장성을 시작도 하기 전에 꺾어버리는 일이다.
노력은 훈련이다. 훈련만 되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해낼 수 있다. 하지만 노력하는 법을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배운 적이 없으니 제대로 된 노력을 경험해 보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어떻게 훈련해야 할까?
첫째, 왜 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라. 노력을 지속하려면 자신의 내적 동기부터 확인해야 한다. 내가 이걸 왜 하는지, 이게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차분하게 들여다보자. 동기가 없으면 최선을 다할 이유도 없다. 긍정적인 자기 대화, 목표 시각화, 목표를 달성했을 때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보상. 이 모든 것이 동기의 불씨를 살려준다.
둘째, 목표를 작게 쪼개라. 목표가 뚜렷하면 집중할 수 있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동기가 유지된다. 단, 목표는 측정 가능하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매일 30분 운동', '매일 노트 1장 글쓰기’처럼. 큰 목표를 한 번에 이루려 하지 말고 작은 성취를 통해 점진적으로 다가가라. 일단 시작되면 생각보다 쉽게 진척된다.
셋째, 5초 안에 시작하라.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해라. 주저함은 대부분 너무 많은 생각에서 온다. 마음속으로 5, 4, 3, 2, 1을 세고 그 순간 바로 시작해라. 간단하지만 제법 효과 있다.
넷째, 습관으로 만들어라. 습관은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고 자동으로 행동하게 해 준다. 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기에도 습관이 우리를 움직여준다. 특정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앵커링을 활용하면 더 빠르게 자동화된다.
다섯째, 환경이 재능을 이긴다. 좋은 주변 환경은 좋은 재능과 맞먹는다. 자신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우리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과 환경은 철저히 피하라.
여섯째, 필요하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라. 반에서 1등 하는 친구, 공부 선배, 선생님, 동기부여 전문가, 누구든 좋다. 좋은 환경이 내 부족한 재능을 보충해 주는 최고의 자원임을 기억하라.
노력은 재능 없는 사람을 먹여 살리는 힘이다. 노가다판에서 잡부로 일할지, 기능사 자격증을 따서 기술직으로 대우받으며 일할 지를 가르는 것이 노력이다. SKY가 아니라면 공부가 의미 없다는 식의 마음가짐은 우리 의식을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골방 안에 가두어 버린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슬쩍 조금 더 해버린다. 그래서 요즘이 오히려 역사상 가장 성공하기 쉬운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 그만큼 줄었으니 조금만 노력해도 예전보다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는 말한다. 회피는 근본적으로 모든 새로운 배움의 여지를 막아버린다. 그래서 회피를 반복할수록 비참한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는 실수를 하게 된다.
우리는 최고가 되기 위해서만 노력하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고쳐나가기 위해서도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난관을 통해 내가 무엇을 잘못하는지 확인하고, 성찰을 통해 개선해 나갈 때 비로소 실력이 쌓인다. 재능 있는 사람은 상위 0.1%로 가는 것이고 우리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0.1%가 되기 위함이 아니다.
모두가 챔피언이 될 순 없지만 그래도 꿈틀거리는 건 있어야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