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짓다
작년부터 우리 집은 졸업식에 꽃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 값이 한 번 쓰는 것 치고 너무 비쌌기 때문이었습니다. 6학년과 고3인 두 명의 졸업식 꽃다발 값이 만만치 않아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페레로로쉐 부케입니다. 2만 원이 조금 넘는 48개의 초콜릿과 포장도구를 사면 한 사람 몫의 꽃 값으로 두 명 분의 부케가 완성됩니다.
작년 이맘때 엄마, 아빠의 가내수공업으로 마련한 페레로 로쉐 초콜릿 부케를 받은 아이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졸업식 꽃다발은 이제부터 초콜릿만 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포장에 필요한 재료들은 그대로 간직해 두었습니다.
오늘은 아들의 졸업식이었습니다. 어제저녁, 오늘 있을 졸업식을 위한 부케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아마추어의 솜씨로 1년에 한 번씩 만드는 부케가 마음에 들 정도의 모양을 갖추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꽃다발 모양을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내가 길러지는 가내수공업 시간을 거쳐 드디어 완성.
어설프게 겨우 완성하고 나니 아차 싶었습니다. 아들에게 생화와 초콜릿 부케 중 어느 것이 좋은지 물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혹시 아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생화 꽃다발을 원한다면 섭섭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 만들어 놓고 아들에게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초콜릿으로 꽃다발을 만들었는데 어때? 괜찮아?”
“정말 좋아요!!”
“생화가 좋은지 초콜릿이 좋은지 물어보지 않고 이렇게 만들었는데도 좋아?”
“네!! 저 꽃 싫어해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는 우리 집. 꽃을 싫어할 정도로 아들 감성이 메마르게 키웠나 싶기도 했지만 한시름 놓였습니다. 겨우 만들었는데 싫다고 하면 꽃을 사러 나가야 되는 상황에서 아들의 한 마디는 우리를 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