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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얀 Jul 04. 2020

공복 N시간



언젠가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고 괜히 피곤하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고 보니 안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불로초를 찾아 헤매던 진시황처럼 영원히 피로하지 않을 불피초를 찾기 위해 나름 애를 썼다.



역시 먹는 것이 중요하지 싶어 종합비타민부터 홍삼 액기스, 아사이베리즙, 페루의 산삼이라는 마카부터 아마씨,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 3 등등 몸에 좋다 하는 걸 찾아가며 먹어 봤지만 사실 어떤 것을 먹어도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TV에선 분명히 이것을 먹으면 동안 피부가 된다, 이것을 먹으면 날씬해지고, 이것만 먹으면 피로하지가 않다고 선전했는데도 나는 확실히 나아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약사 친구의 말이, 영양제나 건강 보조식품 같은 것은 그다지 큰 효과가 없고 그냥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계절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최고라고 해서 나름 영양소를 생각해서 요리도 해봤지만 역시나 뭔가 확실하게 몸이 좋아진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럼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하나.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방송은 "잘 먹는 것"이 핫이슈였다. 어느 시간대에 어느 채널을 틀어도 남자 셰프들이 잔뜩 나와서 요리를 해서 먹고 있거나, 유명한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거나, 산처럼 음식을 담아 먹으며 웃는 출연자들이 보였다.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 미식회

수미네 반찬

밥 블레스 유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푸드트럭

백 파더

고교 급식 왕

맛있는 녀석들

한식대첩

식신로드

밤도깨비

신상 출시 편 스토랑

오늘 뭐 먹지

골목식당

윤 식당

강식당

집밥 백 선생

한 끼 줍시오

한국인의 밥상

찾아라, 맛있는 TV

마스터셰프 코리아

허영만의 백반 기행

올리브쇼

팀 셰프

스페인 하숙

맛대맛

금돼지 식당

외식하는 날

현지에서 먹힐까

먹방쇼 맛의 전설

식객 남녀 잘 먹었습니다

맛있는 토요일 밥 한번 먹자

백종원의 만남의 광장

배달해서 먹힐까



집에 TV가 없는 나도 이런 프로그램들은 주변에서 들르는 소문으로, 아니면 인터넷에서 짤방으로라도 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TV 외 SNS는 훨씬 더 노골적이다. 도대체 이걸 과연 "잘 먹는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 식탁 가득 음식을 쌓아놓고 먹는 먹방 유튜버의 수는 점 점 더 늘어나고, 잘 세팅된 음식 사진만 줄줄이 올리는 먹스타그램 계정도 여전히 인기다. 이쯤 되면 나라 전체가 뭔가 걸신에 들린 것 같았다.



기원전 사람인 맹자도 인간 본성이란 결국 식 색이라고. 인간에게 식욕과 색욕은 원초적으로 끌리는 즐거움이 맞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먹는 것"에 집착할 일인가. 실제로 먹는 기쁨은 쉽고, 빠르고 비교적 싸다. 그래서인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많고, 매스컴은 자꾸 이를 부추긴다. 자영업자의 수가 특히 많은 (그중에서도 요식업)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서로 나쁠 게 없다.



한쪽에선 1일 1 닭, 1인 1 닭 같은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며 배가 터져라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또 다른 한쪽에선 하나같이 마르고 예쁜 외모의 연예인들의 몸을 카메라로 훑으면서 살 빼는 보조제를 파는.


 

이거 뭔가 세상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나?

우리 인생에서 먹는 것이 그리 중요하다면, 이 음식의 재료가 어떻게 키워졌고 어떻게 우리 밥상까지 오게 되었는지부터 궁금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며 2019년 새해 목표 중 하나를 음식 사진 올리지 않기로 정하여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하나 음식 사진을 올리지 않는다고 세상이 바뀔 리 없었고 매스컴이나 SNS에서는 여전히 음식들이 넘쳐 났다. 그러다 작년 3월. 어느 유명 기업인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는 시가 총액이 1조 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기업의 창업자이자 1대 주주이고 그 분야에서 20년이 넘도록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명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바로 바로바로






(귓속말) 제와 피~





데뷔 후 20년 동안 총 508곡을 작곡하고 그중 42곡을 1위 (2014년 기준, 2019년에는 50곡을 넘겼다고)로 만든, 무서운 창작 에너지.



내일모레 반백살을 앞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탄탄한 몸매로 비닐바지를 고집하는 뚝심.  




 

팬티가 트렁크로 바뀐 것은 좀 아쉽




지금도 본인의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며 방송에 나오는 친근한 이미지 때문에 나는 그가 그렇게 대단한 회사를 키워냈다는 것을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20대에 이미 자신이 목표했던 20억이란 돈을 벌었다고) 사실 지금의 한류, K-pop의 인기를 만든 데는 그의 영향이 엄청났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 방송을 보고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그의 "食"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것이야말로 내가 방송에서 보고 듣고 싶은 것들이었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아침 8시 30분에는 유기농 올리브유를 소주잔 크기의 잔에 담아 원샷한 후, 각종 비타민과 영양제, 견과류 과일 유산균 등을 먹는다. 여기까지는 흔한 건강프로그램에서 건강식품을 소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전 날부터 20시간 동안 물 외에 모든 음식을 끊는다는 것.



일명 공복 20시간.



일주일에 3번은 저녁을 먹고, 나머지는 8시 반 아침 영양 보충 (식사 라기 보단 영양 보충의 느낌) 12시 점심 식사. 그 외엔 먹지 않는다는 것.



먹는 것이 도처에 넘쳐나는 세상.

하지만 그는 반대로 먹는 것을 끊었다.

그 생활을 20년 가까이하고 있다는 것.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충분히 먹는 것을 "잘 먹는 것"이라고 할 때

그는 "정말로 몸이 필요한 것들을, 적절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을 택했고 그것이

그가 지금까지 건강과 일과 행복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했다.  



그만의 확실한 음식 철학으로 JYP 엔터테인먼트는 식비로 연간 20억을 쓰고, 식자재는 유기농, 조리 기구 역시도 플라스틱 같은 환경 호르몬이 나오는 재료는 쓰지 않는다고. 더욱 멋진 것은 음식물 쓰레기가 남는 것을 싫어해서 전날 예약된 수만큼만 만드는 것도 특징.



나 역시도 쓰레기에 민감한 사람이라 음식을 만들거나 시킬 때도 항상 "조금 아쉽더라도 약간 모자라게"를 추구하는 편인데 "남기더라도 넉넉하게, 푸짐하게"가 미덕인 한국에선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래도 JYP처럼 식사를 줄여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방송을 본 후 JYP의 食철학에 Sick 되어 바로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공복 12시간.



사실 공복 12시간은 말만 거창하지 크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냥 저녁 식사 후에 바로 양치를 해 버리고 야식과 군것질을 끊으면 된다.


오전 8시 아침 식사

오후 12시 점심 식사

오후 6시 저녁식사


평상시처럼 하루 3끼를 충분히 먹어도 벌써 공복 14시간이다.


하지만 저녁 식사 후에 무엇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도 보통 내가 좋아하는 과일과 초코칩 과자와 같은 군것질은 거의 저녁 식사 후 ~ 자기 전까지 했다. 특히나 나의 경우는 배가 고프면 잠이 오지 않았고 빈 속으로 오랜 시간 있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쓰렸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저녁을 먹고 난 후에 배가 너무 고프다 싶으면 양배추즙을 마시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 양배추즙을 마셔 위를 보호했다.  그렇게 일주일만 하니 어느새 잠들기 전 빈 속이 적응이 되고 잠을 자는데도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배가 고프니 빨리 자자 싶어서 잠자는 시간도 당겨졌다.


 

게다가 [대부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보니 공복 14시간에는 정말로 어마 무시한 장점들이 많았다.

  


1. 어마 무시한 식비 절약 저절로 짠 테크가 된다



원래 물욕이 없는 편인 나도 예전에는 숨만 쉬어도 180만 원은 썼다. 그 이유가 바로 식비, 그중에서도 과일값 때문이었는데 가족들이 나를 부르는 별명이 "과일 킬러"인 만큼 매일 과일을 먹어야 하고 많이 먹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과일이 참 비싸다. 내가 자주 가던 과일 가게 아주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처럼 "맛있는 건 비싸!" 그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명품 지갑도 아니고, 단지 명품 과일을 사기 위해 백화점을 다닐 정도의 과일 마니아였던 것이다.


그랬기에 벌이가 시원찮아도 과일은 꼭 먹어야 하니 과일값으로만 늘 하루에 만 원은 썼는데 공복 14시간을 한 후에는 그 과일값이 1/3로 줄었다. 일단 먹는 시간에는 밥을 주로 먹다 보니 식후엔 배가 불러 예전만큼 한꺼번에 많이 먹지를 못한다.



2. 피부가 반들반들해진다  


이것 역시 내가 체험한 아주 놀라운 변화 중 하나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작년 공복 14시간을 시작하기 전까지 늘 여드름과 함께 지내왔다. 뾰루지부터 화농성 여드름, 좁쌀여드름부터 성인 여드름까지. 여드름은 내 얼굴을 텃밭 삼아 그렇게 몇십 년을 월세도 안 내고 지내왔다.


그랬기 때문에 세수를 하면 얼굴에는 늘 오돌토돌한 여드름이 있었고,  남자 친구들의 매끈한 얼굴이 너무 신기했다. (내가 피부가 안 좋아서인지 나는 피부가 깨끗한 남자들을 많이 만났다)


피부과 치료부터 피부 관리실, 먹는 약 바르는 약 할 거 없이, 여드름에도 돈과 시간을 많이 썼는데 이 미친 여드름은 내가 좋은지 떨어지질 않았다.



공복 14시간을 시작하고 몇 달이 지나자 어느 순간부터 세수할 때 뭔가 얼굴이 매끈매끈한 느낌이 들었다! 여드름이 올라오는 것도 눈에 띌 정도로 줄었고 예전에는 어딜 가더라도 꼭 비비크림이나 쿠션 정도는 바르고 나갔는데 이제는 출근할 때도 로션 외에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다니게 되었다.

평상시 아침저녁으로 바르는 건 LG생활건강에서 나오는 일리윤 로션이 전부인데도 예전에 무리해서 비싼 에센스에 이것저것 사 바르던 때보다 촉촉하다.



3. 정신이 맑아진다


아침이면 잠에서 깨려고 일부러 카페인을 들이붓는다는 친구들이 많던데

공복 14시간을 하게 되면 아침에 일어날 때 몸과 정신이 동시에 깨는 기분이다.   


감각에 예민해진달까? 머리가 맑은 느낌이랄까?

한동안 음식이 들어가지 않으면 몸은 위기 상황이라고 느낀다는데

그래서인지 뭔가 직감이 살아난달까?

일단 공복 14시간을 해 오고 있는 1년 2개월 동안 감기에 걸리거나 잔병치레를 해 본 적이 없다.



4.  먹는 것의 기쁨.


매일 아침 행복에 눈 뜨게 된다.

드디어 어제 참았던 과일을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또 금방 점심을 먹어야 하니 많이 먹지는 못하기 때문에

과일 한 입 한 입이 베어 먹는 시간이 소중하다.



아껴 먹는 것의 기쁨. 참았다 먹는 것의 기쁨.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만나기 힘든 이런 류의 기쁨.

그러고 보니 기쁨에도 종류가 참 다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5. 가벼운 몸은 뽀나스


다이어트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나는 살집이 있는 몸이 보기 좋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먹었던 적이 있다. 공복 14시간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몸과는 좀 멀어졌지만, 확실히 나는 가벼운 몸이 활동하기에 좋다는 것을 느낀다.

 




- 2020년 하반기 (7월부터)부터 바뀐 아침 식단


원래 그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미지근한 물 한 잔 + 홍삼 액기스(현재 3개월째 먹는 중인데, 그다지 좋은 점은 모르겠어서 이번 달까지만 먹을 생각)

9시 단팥빵 + 녹차

가 나의 아침이었다.


이렇게만 먹어도 일단 공복 14시간 자체로의 장점이 너무 많아서 몸에 좋은 걸 더 먹고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7월부터는 JYP 식단을 따라 조금 더 신경 써 보았다. 아직 좋은 점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건강식을 많이 먹는 것보다 불필요한 것을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 그것은 내가 정말로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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