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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스 else Aug 16. 2023

사는 동네가 꼭 핫플이 되어야 하나요?

의도치 않은 첫 집 마련기 - 1

* 표지 - Freepik 소스 조합 / 삽입 그림 제작 - 글쓴이(엘스 else)


Ep. 1 - 그저 나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부동산 매매'


당시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결혼하지도 않은 나에게 멀기만 한 이 주제가 내 삶에 갑자기 등장했다.


그 첫 번째 계기는 사소했다.


첫 직장 입사 후,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에 출퇴근하기 편하면서도 월세가 싼 서울 어느 지역의 작은 원룸에서 사회 초년생 시절을 시작했다. 으레 그렇듯 취준생활도 청산했고 새 공간에서 독립해 처음에는 모든 게 무지개 빛깔처럼 좋았다.


그러나 그 시기 유명세를 타던 서울 여러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곳에서 밀려난 영세업자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본래 주거민들만 있던 내가 살던 지역에까지 들어오면서 급작스럽게 일상에 변화가 덮쳐왔다.


*젠트리피케이션 :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저소득층, 영세 기업이 주를 이루던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과 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출처 - 위키백과)


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풍경, 그러나..


매일 같이 핫플 가게를 찾아오는 외부인들로 정신없는 거리.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취객들의 고성방가.

방문객들이 무심코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로 인한 미관 훼손과 끊이지 않는 악취.


한적히 동네를 산책할 수도, 편하게 마트에서 장을 볼 수도, 시끄러워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도, 흡연 연기로 창문을 맘껏 열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내 일상 터전은 초토화되었다.


벽화로 유명했던 한 마을이 관광객들 행렬에 도를 넘는 피해를 받자 화가 난 주민들이 벽화 그림을 지워버렸다는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그 주민들 심정에 200% 감정 이입이 된다. 그러나 필자는 원주민이 아닌 세 들어 살던 나그네와 같은 사람이었기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랬다고 월세방의 계약 기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첫 번째로 '주거 지역의 보장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살던 지역은 원룸촌이라도 현지 원주민들의 주택들과도 섞여있는 곳이라 원래는 거주 지역으로서 괜찮은 동네였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와 달리 주거 지역과 상권 지역의 경계가 모호하고 언제든 섞여 들어갈 수 있는 구조라면 일반 가정집에 이렇게 가게들을 입점시켜 동네가 마구잡이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에는 이런 경계가 분명한 '주거 단지'의 개념이 확실하게 잡힌 곳으로 이사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데, 이것이 부동산에서 주요 상식 중 하나인 ‘토지 용도지역’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훗날 깨닫게 된다. 이 용도지역과 관련해서는 해당 에피소드 때 다시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려고 한다.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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