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km 정도를 달렸을 때,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다. 천둥 번개가 쳤다. 그리고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25년 4월 김포 한강 마라톤대회에 나갔다. 4월이면 겨울도 다 지나가고, 날씨가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신청을 했던 대회다. 하지만 겨울은 미련이 남았는지 아직 그 추위를 거두지 않았다.
달리기를 할 때에는 쌀쌀한 날씨가 더운 날씨보다 오히려 낫다. 그래서 좋은 컨디션으로 달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날씨가 점점 더 악화되더니 결국 우박이 내린 것이다.
이런 날씨에서 달려본 것은 처음이었다. BB탄 총알만 한 우박이 온몸을 때리는데, 너무 따갑고 몸이 차가웠다. 이미 많이 달려놓은 상태라서 중간에 포기하기는 싫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빨리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4시간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다. 기록은 3시간 39분이었다. 좋은 환경에서 달렸을 때에는 이루지 못했던 성과를 최악의 환경에서 이룬 것이다. 위기는 오히려 성과의 기회이기도 하다.
2024년 8월 직원 3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 3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찼다. 이것들을 어떻게 해낼까 고민하다 보니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나누고, 아웃소싱을 하고,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먼저 과감하게 나 혼자는 할 수 없는 일들을 제거했다. 이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사업자 모임을 했다. 사업자 모임을 하려면 장소를 대관하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연락하는 등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직원이 있을 때에는 직원이 그 일을 했지만 내가 그것을 하게 되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쓰여 다른 일들을 할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사업자 모임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단했다.
두 번째로는 영상을 만들던 직원이 일을 그만두면서 생긴 공백을 아웃소싱으로 대신했다. 물론 콘텐츠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나 혼자서 영상을 만들고 편집했다. 하지만 편집을 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나보다 편집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편집을 위해 직원을 채용했던 것이다. 직원이 그만두고 나서 다시 편집을 하다 보니 내 시간이 너무 오랫동안 쓰였다. 다시 직원을 채용할 수 있었지만, 이전에 직원을 써보니 일하는 시간은 정말 적은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던 기억에 건당으로 편집을 할 사람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채용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편집자를 구했다.
마지막은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할 수 없는 일들을 제거하고, 아웃소싱을 했음에도 나만 할 수 있는 일들은 여전히 나에게 시간적인 부담감이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AI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전까지 나에게 AI는 백과사전 같은 존재였다. 내가 모르는 것을 GPT에게 물어보고, 답변해 주는 정도로 사용을 했다. 하지만 AI에게 각각의 역할을 주고, 그 역할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지금 현재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AI가 할 수 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공부하고 직접 MCP 워크플로워와 AI 에이전트, 바이브 코딩을 배워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어느 때보다 시간이 많고, 적은 돈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일을 한다. 가장 먼저 나 혼자는 감당할 수 없었던 사업자 모임을 포기하자 시간적 여유가 많이 생겼다. 사실 사업자 모임은 나누려는 사람보다 가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 덕분에 나는 그 모임에 참여할 때 나누는 것들이 훨씬 많았다. 그 시간에 서로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내 관계가 넓어지고 지식과 지혜가 쌓이는 경험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 아웃소싱을 하고, 월 300만 원을 넘게 아끼게 됐다. 나는 영상 편집을 1편에 1만 원에 맡긴다. 이전에는 350만 원을 주고 직원을 썼었다. 하지만 퀄리티나 결과물은 예전보다 오히려 좋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쓸데없는 곳에 돈을 썼는지를 알 수 있게 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AI를 사용하고 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다. 나는 수강생들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과 매주 인스타그램에 대한 소식을 서칭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워크플로우를 통해 자동으로 숙제 피드백을 주고, 자동으로 인스타그램 소식을 카드뉴스로 만드는 워크 플로우를 만들고 나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졌다. 이제는 그냥 클릭 두 번이면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없으면 성장을 할 수 있을까? 위기가 있어야 현재를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겪고 나니, 위기가 생기면 '아, 내가 성장할 순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도 달릴 때 우박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