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하지 않기, 몸상태를 알고 옮겨가기
지난주 베니스에서 마라톤에 참가했다. 유명한 세계대회여서 그런지 참가자들이 어마어마했다. 덕분에 출발하자마자, 사람들이 길을 가득 채워서 병목이 발생했다. 이렇게 병목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빠르게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 달린다.
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도 목표한 페이스가 있기에 병목을 뚫고 주로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나와 같은 사람들이 2-30명 정도가 있는 것이다. 여기 있으면 또 경쟁하며 병목을 겪겠구나 하는 마음에 목표 페이스보다 더 빠른 그룹으로 빨리 뛰어갔다.
그리고 20km가 지났을 무렵, 나는 다리에 경련을 겪게 된다. 그리고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어느덧 처음 내가 목표했던 그룹이 나를 지나치고, 내 목표 페이스보다 훨씬 느린 그룹도 나를 추월해 갔다. 내가 가고자 했던 더 빠른 그룹은 내 훈련량과 근육이 따라갈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사실 마라톤은 처음에는 병목이 있지만 반쯤 지나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오버페이스를 한 사람들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평소 훈련량과 근육이 받쳐주는 사람들이 자유로운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이미 여러 번의 레이스를 통해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눈앞에 병목과 경쟁에 반응하는 실수를 했다.
이러한 일들은 나의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처음 인스타그램 교육을 시작할 때에는 병목을 피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었다. 당시 인스타그램은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보고, 소상공인들의 업장 방문이나 상품 구매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기에 소상공인들도 인스타그램을 많이 하고 있었다. 문제는 너무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 퍼스널 브랜딩에만 집중되다 보니 소상공인들을 위한 인스타그램은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에 나 또한 소상공인이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출을 높였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다. 그것은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분야였기 때문에 운이 좋게 잘되었다. 그렇게 나의 계정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그 분야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 들어왔다. 내가 새롭게 찾은 시장에 경쟁이 생기고, 병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나는 조바심이 났다. 여기를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앞서가는 그룹에 편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임에서 만나 알고 있던 동생이 부업 시장 강의를 통해 큰 매출을 일으켰다. 여기서 벗어나는 것은 바로 저곳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거기에 편승하기 위해, 내 제품의 소비자가 아닌 사람들을 모으고 마치 모두가 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결과는 대실패였고 역대 최저 매출을 냈다.
사실, 조금만 기다리면 지친 경쟁자들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정말 나와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만 남게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 눈앞에 있는 문제 때문에 조급해졌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 상품에 대한 메타인지가 있음에도 시장이 크다는 이유로 맞지 않는 상품으로 그곳을 두드리는 실수를 한 것이다.
경쟁자가 많다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활로에도 경쟁자는 생긴다. 그 안에서 끝까지 내 속도에 맞춰서 달리면 결국엔 소수의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그래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모르고 나의 훈련량과 몸상태에 맞지 않는 그룹으로 가면 경련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길에 들어설 때에는 현재 나의 상태를 명확하게 알고 그에 맞는 때에 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