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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틀스타 Oct 22. 2020

사랑하는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사진을 찍는다.

요 며칠 자주 눈물이 난다. 동생이 보고 싶어서다. 내 동생 용용이는 이제 10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60살 정도 되는 나이라고 한다. 내게는 여전히 아기 같은데 우리 엄마와 아빠 나이 또래가 될 만큼 훌쩍 자랐다.


우리 가족에겐 여전히 아기 같은 용용이가 나이가 드니 몸이 한 두 군데 아프기 시작했다. 얼마 전, 산책을 한 것이 무리였는지 폐에 물이 찼고 앞으로 평생 약을 먹으며 지내야 된다고 한다. (다른 강아지 10살이면 여전히 건강한 아기도 많지만, 용용이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도 좋지 않아서 노화가 더 빨리 온 것 같다고 한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용이의 예쁜 얼굴이 담긴 사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커다란 까만 눈, 가죽으로 덫댄 듯 예쁜 까만 입술, 반짝반짝 윤이나는 예쁜 코까지.


용용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얼른 친정에 갔다. 폭 껴안아 주고 싶었다.


7개월 전, 나는 독립하여 다른 집에 산다.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친정은 서울,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전. 매일 붙어있던 용용이와 나는 떨어져 지내게 됐다. 집을 나오기 몇 주 전부터 자주 용용이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용용아, 누나는 이제 저~기 누나 방에 없을 거야. 누나가 매일 놀아주지 못해서 용용이가 너무 심심해할까 봐 누나는 걱정이 많이 돼. 누나가 갑자기 어디 간 것인지도 모른 채 용용이가 속상해할 것 같아. 미안해 용용아. 누나가 몸은 떨어져 지내지만 매일매일 전화할 테니까 우리 화상통화로도 만나고, 목소리로도 만나는 거야!"


충분히 이야기는 했는데, 따로 지내는 상황이 처음이라 용용이도 무척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아침마다 박박 긁으며 나를 깨우던 예쁜 너.


내 동생, 용용이. 내 유일한 친구, 용용이. 아침마다 나를 깨워주는 모닝콜, 용용이. 비가 오는 날이면 음악 틀어달라고 내 방에 찾아오는, 용용이. 내가 외출할 때면 애처롭게 쳐다보는, 용용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내 나이 스물둘. 우리 집에 천사 같은 용용이가 찾아왔다. 한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조그마한 아기였다. 아기 때 용용이는 나의 발가락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나 보다. 늘 내 발가락을 보며, "누나 얼른 뛰어봐. 나랑 뛰어놀자"라고 엉덩이를 천장으로 치켜들고 놀자고, 얼른 놀자고 재촉했다. 그럼 나는 또 열심히 안방에서부터 부엌까지 뛰어다닌다. 용용이도 열심히 신이 나서 안방부터 부엌까지 나를 쫓아 뛰어다녔다.


이번에 친정에 가서 보니 이제 용용이는 안방부터 부엌까지 뛰지 않는다. 힘든가 보다. 내가 집을 떠난 지 1년도 아닌, 7개월인데 그 사이 용용이가 정말 많이 나이가 든 것 같다. 거실 러그 안에서만 놀자며 이 안에서는 돌아다니지만 러그 밖으로는 오지 않는다. 금세 지친 용용이는 풀썩 바닥에 누웠다.


용용이는 우리 집의 두 번째 강아지다. 첫 번째 강아지 용팔이는 내가 스무 살 때, 용팔이의 나이 12살 때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나는 그때 학교 생활이 너무 바빠서 충분히 용팔이가 떠난 사실을 슬퍼하지 못했다. 그때의 미안함 때문일까. 용용이가 여전히 내 곁에, 우리 가족 옆에 예쁘게 지내고 있는 데도 조금은 두렵다.


용팔이가 떠나고 난 뒤 용팔이 사진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 용용이가 우리 집에 온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사진을 무지하게 많이 찍었다. 영상도 많이 찍었다. 보고 싶을 때마다 보려고!



그 덕분에 몸은 떨어져 있지만, 내가 찍어둔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지금도 용용이를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 본다. 용용이랑 오래오래 지내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시간이 적어서 두렵기보다 내가 매일 매일 용용이를 더 사랑해주지 못하고 예뻐해주지 못할까 봐 두려운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우리 가족밖에 모르는 용용이에게 둘도 없는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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