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색감의 나날들
눈을 뜨면 잠결에 바로 오늘의 색을 골라본다. 어떤 날은 빨간색 계열, 어떤 날은 파랑색 계열의 색을 선택한 나를 볼 수 있다.
컬러가 바뀌는 날도 있고, 같은 색을 고른 날도 있다. 이렇게 고른 색은 무의식 상태에서의 감정을 알 수 있다. 한두 달 동안 선택된 컬러를 살펴보면, 신기한 패턴이 보일 때가 있다.
컬러를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마음 상태를 알아볼 수 있고, 더 나아가 '나'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나는 컬러를 통해 일상을 기록한다.
나를 대표하는 색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자신있게 OO색이라고 얘기했었다. 너무도 명확하게 내가 좋아하는 색을 얘기할 수 있었던 시절되 있지만, 지금은 한 가지의 색상을 고르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지난 한 달의 기록을 보며 하나의 색으로 얘기하기 보다 컬러 톤으로 편하게 이야기해 본다.
최근 나의 컬러는 솜사탕 같은 파스텔톤의 색상이다.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서일까? 날씨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연관이 있어서 일까?
요즘 나는 다양한 이유로 파스텔톤을 좋아하게 되었다. 마음이 따뜻해져서일 수도 있다.
떠올리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짓게 하는 대부분 것들은 파스텔톤이다. 파스텔 색감은 주로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봄, 꽃, 아이스크림, 아기, 등 가볍고 귀여운 것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지다보니 주변에 파스텔 색감이 자주 눈에 띈다.
그 중에서도 파스텔을 좋아하는 가장 이유는 따스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이다. 요즘 통창이 있는 카페에 앉아 창밖에 풍경을 종종 보곤 한다.
자연이 선물하는 색상과 커피 한 잔은 나에게 진정한 행복이다. 그리고 남산을 걸으며 보는 파릇한 새싹, 아직 피어나는 벛꽃, 튤립 봉우리를 보다보면 일상에서 답답함에서 벗어나게 된다. 서울에서 자연을 가까이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틈틈히 자연을 즐기면서 나도 모르게 어느새 여유가 생긴 듯하다. 이런 여유를 즐기다보면 파스텔톤은 친구같은 존재가 되어 있다. 너무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지만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올해 봄을 충분히 즐기고 잠시나마 곁에 있는 봄의 색감을 마음에 간직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어린 시절부터 나는 색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다양한 색상으로 물들어진 것을 다 좋아하다보니 다양한 종이와 만년필을 좋아한다. 빈 종이에 다양한 색상으로 내 생각를 정리하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에게는 컬러는 일상에 무한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감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좋은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컬러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이번 트레바리를 시작했다. T의 일상에 대해 처음 써보는 글쓰기은 어떤 색일까?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드디어 봄이 왔다고 소식을 알려주는 연두색이다. 아직은 땅에 씨를 심은 단계에서 시작해도 차근차근 쓰다보면 수확의 계절 가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