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커피에 취한 여행

하루에 커피 다섯 잔

by Color Curator

커피로 떠난 여행


새로운 프로젝트는 늘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포스톤즈 커피로스터즈 브랜딩도 마찬가지였다.

포스톤즈 커피 시작은 2022년.

삼성동 카페를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진정성과 최고를 향한 마음으로 떠났다.

명분은 시장조사, 나에게는 커피 여행.

일본은 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나라였다.

대부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영미권 나라를 가면 느끼는 언어의 장벽을 나는 일본에서 세삼 느낀다.

그 언어적 장벽이 주는 불편함은 여기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물론 구글맵 덕분에 길을 잃진 않았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마다 느끼는 답답함은 여전히 디지털로는 해소되지 않았다.

그 답답함 속에서, 커피는 또 다른 언어가 되어주었다.



일본 커피, 교토와 도쿄


일본은 커피 선진국이다. 17세기 후반, 네덜란드 상인들이 나가사키의 데지마 섬을 통해 커피를 들여왔다고 한다. 요즘 핫한 말차 문화로 널리 알려졌지만, 일본 커피는 겹겹이 쌓이며 독자적인 결을 만들어왔다. 한쪽에는 푸른 말차 그릇 속 고요한 전통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깊은 다크로스팅된 에스프레소 원두와 브라운빛 스페셜티 커피가 자리한다. 커피를 대하는 태도는 느릿하고 정성스럽다. 나무 결이 살아 있는 작은 카페의 문을 열면, 볶아낸 원두의 짙은 향이 검은 먹향처럼 스며든다. 특히, 일본에서 마시는 라떼는 유독 맛있다는 것. 라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커피 원두만큼 중요한 것은 우유이다. 우리 파티쉐는 말한다. 일본은 우유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맛도 풍부해서, 자연스레 빵과 디저트까지 맛있다고. 일본은 재료 하나하나에 진심이 보인다. 그래서 커피 한 잔조차 단순한 음료가 아닌, 오타쿠들의 ‘정신을 닦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일본 커피의 얼굴은 도시마다 조금씩 다른 색을 띤다. 교토에서는 오래된 다도 문화와 고요한 골목이 어우러져 한 모금의 커피에도 시간과 역사가 스며 있고, 도쿄에서는 빠른 도시의 리듬과 혁신이 커피 한 잔에 살아 숨 쉰다. 같은 원두, 같은 드립이라도 도시의 온도와 색, 공간의 질감에 따라 경험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여행자는 곧 깨닫게 된다.

이제, 천천히 흐르는 교토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고요한 골목과 나무빛 공간 속에서 커피가 빚어내는 정성을 마주하며, 일본 커피의 진면목을 감각으로 체험한 순간이다.



스페셜티커피를 사랑하는 일본


커피를 배우고서야 일본이 단순한 소비국을 넘어 커피 강국임을 알게 되었다.

비록 일본은 커피를 생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원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무대 위에 선다. 스페셜티 커피 옥션인 COE(Cup of Excellence)에서 10위 안의 커피 중 일본은 삼분의 일이상을 차지한다. 그 장면은 무채색 속 절제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온라인에서 한정된 수량의 최고급 원두를 위한 집념. 손끝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바이어들의 움직임. 그 모습은 마치 커피 한 잔을 내릴 때의 정밀함과도 닮아 있었다.

세계 커피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짙은 녹음이 드리운 중남미의 언덕, 붉은 흙빛 아프리카 고원, 은빛 안개가 내려앉은 동남아 산지를 배경으로, 일본의 장인들은 직접 발길을 옮기거나 장기 계약을 통해 고품질 원두를 확보하고 있다. 일부 로스터와 기업들은 농장 운영에 손을 더하며, ‘마이팜 계약’을 통해 농부들과 긴밀히 호흡한다. 그 결과, 섬세한 손길이 깃든 원두 하나에도 품질 관리와 환경 친화적 재배의 철학이 녹아 있다. 원두의 갈색 빛깔, 은은하게 퍼지는 흙내음,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의 초록, 이 모든 색과 질감이 일본 커피 문화의 정밀함과 집착을 담은 한 잔 속으로 이어진다.

일본은 커피 농장은 물론 커피 도구에서도 ‘최고를 향한 집착’을 드러낸다. 투명하게 빛나는 하리오 V60 드리퍼, 은빛 스테인리스 칼리타 웨이브, 붉은 갈색 옻칠 나무 드리퍼까지, 각 도구마다 장인 정신이 스며 있다. 일본의 커피 문화는 소비의 완벽함으로 채워지며, 작은 한 잔 속에도 세심함과 깊은 철학을 담아낸다. 손끝에서부터 눈과 코, 입까지, 모든 감각이 하나로 연결되는 경험이다.



교토, 고요함 속의 커피


교토 사람들은 의외로 아침 식사에 빵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토의 아침 카페에는 갓 구운 크로아상과 토스트, 그리고 향기로운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전통적인 말차 문화가 여전히 살아 있지만, 커피는 이미 교토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 아라비카 교토

교토의 커피는 단순히 카페트렌드가 아니라, 이 도시가 지닌 문화적 DNA를 담아내고 있다. 천년의 전통을 지켜온 도시답게 커피 한 잔에도 느림의 미학과 섬세함이 살아 있었다. 오래된 다도의 숨결이 스며든 고요한 골목에서 시작된다. 짙은 회색 기와지붕 아래, 황토빛 나무 기둥으로 둘러싸인 작은 카페에 들어서면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하다. 바리스타의 손끝에서 은빛 드립포트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줄기가 깊은 밤 같은 짙은 브라운 빛 원두 위로 맺히며, 한 잔의 커피가 천천히 완성된다. 그 향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은은히 퍼져 나가며, 단순한 음료를 넘어선 신비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교토의 커피는 장인의 손길로 빚어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새벽빛을 닮은 투명한 유리잔 속에서 반짝이는 커피의 색은 마치 오래된 사찰의 붉은 기둥과 계절마다 달라지는 단풍의 색조를 동시에 품은 듯하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에서 향을 맡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품질 높은 싱글 오리진 원두에 지역 장인들의 손맛이 더해져, 한 모금마다 교토의 전통과 역사가 은은히 스며든다. % 아라비카 교토는 화이트와 브라운의 극적인 대비로 기억된다. 하얗게 빛나는 벽면, 투명한 유리잔 속 깊고 진한 갈색 라떼, 그리고 창밖으로 흐르는 짙푸른 강물. 이 세 가지 색의 조합은 그 순간을 교토만의 경험으로 완성했다.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쿠라스(Kurasu). 골목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한 작은 커피 스탠드 ‘쿠라스’는 여행자에게 색다른 커피 경험을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름 그대로 ‘살다’를 의미하듯, 이곳은 일상 속 커피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쿠라스 카페 매장 ⓒ Kurasu

쿠라스는 4석 남짓한 아담한 매장으로, 교토역 북쪽 출구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골목 안쪽에 자리한다. 아침 일찍 문을 열면 여행객과 현지인이 함께 커피를 즐기며,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원두부터 다양한 커피 기구와 디저트까지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어, 커피를 즐기는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여기서는 쿠라스만의 ‘탭 커피’를 추천한다. 잔을 탭 머신에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커피가 내려져, 바쁜 아침에도 최상의 한 잔을 손쉽게 즐길 수 있다.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조화를 이루며 차 한 잔을 음미하는 듯한 섬세함이 느껴진다. 또한 핸드드립을 내리는 바리스타의 손끝은 다도를 연상케 할 만큼 정갈하다. 한 모금 머금은 커피의 브라운 톤은 입안에서 서서히 캐러멜빛 단맛으로 번져가며, 은빛 안개 속에 가만히 퍼지는 잔향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창밖 골목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고요하지만 생동감이 살아 있어, 마치 쿠라스에서 ‘커피 문화’가 숨 쉬는 듯했다.

여행자로서 내가 느낀 건 단순히 ‘맛있다’는 감상이 아니었다. 교토의 커피는 도시의 고요함과 닮아 있었다. 한 모금의 커피가 과거와 현재, 일본 고유의 정신과 글로벌 문화가 교차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는 것. 커피를 통해 교토라는 도시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묘한 온기가 오래도록 남았다.





도쿄, 속도와 빛의 커피


도쿄는 글로벌과 로컬이 역동적으로 공존하는 거대 무대였다. 도쿄의 카페와 디저트숍들은 최신 트렌드의 집결지이자 새로운 문화 실험의 현장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바리스타와 파티시에들이 독창적인 커피와 디저트를 만들어내며, 이는 곧 도시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상징했다. 도쿄에서 커피 한 잔과 디저트를 즐긴다는 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글로벌 문화와 디자인, 그리고 최신 라이프스타일의 한복판에 서는 경험이었다. 이곳은 ‘문화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빛나는 무대로, 브랜드 전략에도 이처럼 다채롭고 트렌디한 감각이 요구한다.

코히 마메야 카케루 내부 ⓒHyun Oh

도쿄의 커피는 정밀하고 혁신적이었다. 코히 마메야 카케루(Koffee Mameya Kakeru)에 들어서면 로스팅 순서대로 진열되어있는 커피가 맞아준다. 그리고 안에 들어서면 전통적인 일본식 우드톤과 블랙의 세련된 인테리어는 고급 오마카세 분위기를 더해준다. 실험실 가운을 입은 바리스타가 손끝 감각과 여행자의 취향, 그날의 기분까지 고려해 맞춤형으로 원두를 내려주는 커피 경험을 선사한다. 약 1~1.5시간 동안 드립 커피, 라떼, 에스프레소, 심지어 커피 칵테일까지 경험할 수 있고, 원두마다 가진 향과 맛의 특성, 최적 추출법을 세심하게 설명받으며 작은 의식처럼 커피를 음미할 수 있다. 고급 디저트와 함께하는 그 순간은, 마치 일본 스시 오마카세에서 셰프가 한 점 한 점 정성껏 내어주는 경험과도 닮아 있었다.

커피로 만든 목테일과 라뗴 ⓒHyun Oh

여기에는 전 세계 유명 원두가 각 로스팅 프로필에 맞춰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반가웠던 것은 우리나라 모모스커피도 라이트 로스팅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고객이 선택한 원두는 갓 갈아 향을 먼저 코끝에서 뇌로 전하는 커핑의 분쇄 단계를 연상시켰다. 이 곳은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추출된 커피는 깊은 다크브라운과 금빛 크레마를 자랑하며, 도시의 빠른 리듬과 빛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교토의 컬러


교토의 골목을 걷는 순간, 눈앞에는 고요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품은 색들이 펼쳐졌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교토 문화의 숨결이었다.

초록빛 산자락이 도시를 감싸고, 사계절마다 바뀌는 자연의 색이 교토의 시간을 채운다. 봄이면 벚꽃이 부드럽게 흩날리고, 여름의 짙은 녹음은 느긋한 여유를 선사한다. 가을 단풍의 붉은 물결은 열정과 깊이를 더하고, 겨울의 하얀 눈은 모든 것을 덮어 고요함과 순수를 안겨준다. 이런 자연의 색채는 건물과 사람, 예술과 생활 속으로 스며들어, 교토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만들었다.

교토 전통 색채인 ‘이로하니호헤토(いろはにほへと)’ 속 옅지만 깊은 색들(봄 벚꽃의 분홍빛이나 아름답게 물든 꽃색)은, 역사와 철학을 담은 또 하나의 언어였다. 염색과 도자기, 사케 병까지, 자연에서 온 색들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한다. 한지 위에 펼쳐진 수묵화처럼, 빈 공간과 여백의 미를 중시하는 일본 미학의 정수가 눈앞에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색과 향은, 교토의 커피 한 잔에도 스며들었다. 황토빛 나무와 짙은 브라운의 원두가 만들어 내는 층층의 깊이, 잔잔하게 퍼지는 향기는 도시의 고요와 닮았다. 도쿄의 커피는 전혀 달랐다. 차갑고 날카로운 메탈릭 톤, 네온빛처럼 선명한 크레마와 시각적 리듬이 도시의 속도를 보여주었다.

한 잔의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도시를 해석하는 색채였고, 사람들의 리듬을 담아내는 감각이었다. 교토는 ‘고요의 색’을, 도쿄는 ‘속도의 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일본 커피 문화의 두 얼굴을 감각으로 배우게 되었다.



커피에 취한 하루


커피를 향한 여정은 하루를 순식간에 다섯 잔의 커피와 다섯 번의 디저트로 채워버렸다. 진한 에스프레소의 쓴맛과 달콤한 케이크가 번갈아 입안을 채우자 배꼽시계가 일시정지 해버렸다.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고, 오히려 혈관 속에 설탕과 카페인이 몸을 가볍게 떠다니게 했다. 특히 일본 특유의 다크 로스팅 커피는 유독 쌉싸래하고 묵직했다. 다크 로스팅은 쓴맛과 깊은 단맛, 무거운 바디감, 다크 초콜릿 같은 향미를 더욱 강조한다. 일본인들의 견고한 입맛과 전통적인 식문화, 신맛보다 쓴맛과 단맛에 익숙한 미각 경향도 이러한 다크 로스트 선호에 한몫한다. 오래된 커피 전문점 ‘깃사텐’ 문화에서는 융드립이나 사이폰 같은 전통 추출 방식과 깊고 진한 맛이 어울렸기에, 다크 로스팅은 오랫동안 그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다크로스팅 커피는 심리적으로 카페인이 더 높게 여겨졌다. 그러다보니 2만 보를 넘게 걸었지만, 피곤한 몸과 달리 정신은 말똥말똥했다. 침대 위에서 계속되는 뒤척임의 연속이었다. 하루가 길었지만, 밤은 더 길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커피 향만이 밤새 진하게 남았다.



감각으로 배우는 교토, 고요한 리듬 속에서 배우는 커피


교토의 아침은 도쿄와 달리 부드럽고 느리게 시작된다.

골목마다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커피 향은 낯선 여행자를 따뜻하게 맞아준다.

소또 코히 로스타(SOT Coffee Roaster)의 핸드드립 클래스는 바로 그런 교토의 리듬을 닮아 있었다. 작고 소박한 공간에서 바리스타는 물줄기의 속도와 원두의 갈림을 천천히 설명해주었고, 우리는 손끝으로 커피가 달라지는 순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체험이 끝난 뒤, 갓 내린 커피와 달콤한 디저트가 함께 놓였다. 커피의 씁쓸한 농도와 디저트의 부드러운 단맛은 교토의 전통 다도와 현대 스페셜티 커피가 공존하는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교토커피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가을이 제일 좋다. 이 때, 교토에서는 커피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수십 개의 로스터리와 카페가 모여 다양한 시음과 로스팅 시연, 작은 클래스들을 마련한다. 전통적인 키사텐 스타일 커피와 현대적인 브루잉이 한자리에 어우러지며,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열린 장이 된다. 붉은 단풍잎 사이로 퍼져나가는 커피 향은, 교토라는 도시의 시간과 계절을 함께 마시는 경험이었다.



감각으로 배우는 도쿄, 한 잔의 기술을 배우는 도시


도쿄의 중심, 빌딩 숲 사이로 들어서면 작은 골목 끝에서 은은한 원두 향이 흘러나온다.

그곳에 자리한 타쓰에 코히 로스타리(Tasse Coffee Roastery)에서는 전문적인 로스팅과 핸드드립 과정을 통해 짧지만 깊이 있는 배움의 시간이 열린다. 여기 워크숍은 ‘커피는 과학이자 예술’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했다. 핸드드립의 정갈한 움직임, 그리고 전통 일본식 주전자 방식이 주는 의외의 부드러움. 눈앞에서 벌어지는 작은 의식 속에서 커피의 깊은 맛과 향은 한층 더 선명해졌다. 뜨거운 물줄기가 투명한 유리 드리퍼 속 원두 위로 원을 그리며 떨어질 때, 커피 가루가 서서히 붉은 갈색에서 흑갈색으로 변해갔다. 작은 컵에 담긴 그 한 모금은 도시의 빛처럼 날카롭고, 네온사인의 색처럼 선명했다.

하라주쿠의 라떼아트 클래스에는 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클래스는 소규모로 운영되어 바리스타가 직접 손끝의 리듬까지 챙겨준다. 영어와 일본어가 섞여 들려오는 설명은 낯설면서도 묘하게 편안했고, 마치 세계인의 언어가 커피 앞에서 하나로 연결되는 듯했다.

도쿄 하라주쿠와 시부야 거리에서는 라떼아트, 에스프레소 추출, 소량 로스팅을 배우는 짧은 코스도 마련되어 있다. 거품 위에 새겨지는 하얀 패턴과 카카오빛 에스프레소가 만든 대비는, 도쿄의 거리에서 반짝이는 광고판의 형형색색과 닮아 있었다. 도쿄의 커피는 ‘속도와 빛’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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