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먹을만한 영국음식을 찾아서

by 김여행

사실 영국음식은 맛이 없다기 보단 특색이 없다. 가끔 밈으로 장어 젤리라던지 생선 대가리가 보이는 파이 같은 괴식들이 영국 전통음식이라고 소개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은 많지 않다. 런던이나 영국의 어느 도시를 가던 레스토랑에서 파는 대부분의 음식은 대부분 pan fried 요리뿐이다. 소고기를 시켜도 프라이팬에 구워주고 Sea Bass을 시켜도, 닭고기를 시켜도, 돼지고기를 시켜도 프라이팬에 구워서 준다. 그 와중에 굽기는 기가 막히게 잘 굽는다. 겉은 크리스피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적어도 영국의 요리사들은 스킬이 부족하진 않다.


문제는 영국사람들이 감칠맛에 인색하다는 거다. 무얼 구워서 주던 소스나 양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그릴자국이 이쁘게 난, 소금하고 후추랑 허브를 흩뿌린 새하얀 고기를 갖다 주는데 대중적인 영국의 레스토랑들은 메뉴가 여기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영국 식당을 서너 군데만 다녀보면 아 이제는 더 이상 안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영국인들에게 레스토랑은 우리나라처럼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영국의 레스토랑은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서 주변의 분위기를 느끼고 그리고 동행자와 대화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뉴가 튀거나 독특해지지 않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또한 마찬가지다. 맛대가리 없는 샌드위치와 빵과 디저트를 예쁜 3단 접시에 담아 친절한 미소로 서빙해 준다.


그런데 영국에도 맛을 위해 존재하는 식당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햄버거는 미국만큼이나 준수하다. 적당히 평점이 괜찮은 햄버거집을 잘 골라 들어가면 웬만큼 맛있다. 미국에서 레시피가 건너와 블루치즈, 핫소스, 어니언링 등으로 베리에이션 된 다양한 햄버거 메뉴들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영국 곳곳에는 미국 파이브가이즈 햄버거 지점이 많이 들어와 있다. 패스트푸드 치고 가격대가 양심 없긴 하지만 맛은 정말 괜찮으니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하다.


영국 펍에서 시켜 먹을 만한 음식은 단연 피시 앤 칩이다. 영국음식은 모두 맛없었지만 피시 앤 칩만큼은 다들 먹을만했다고 입을 모은다. 영국 요리사들이 팬요리를 잘하는 만큼 튀김 스킬도 괜찮다. 어느 집이던 피시 앤 칩만큼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잘 튀긴다. 같이 얹어 나오는 타르타르소스도 전혀 질척거리지 않고 산뜻하고 고소한 풍미를 더해준다.


영국 먹거리의 진수는 사실 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에는 테스코, M&S, 웨이트로스, 생즈베리 등 다양한 마트가 있는데 그중 M&S가 가장 가격대가 높지만 양질의 음식을 취급한다. 여기 즉석코너에서는 간단하게 점심으로 먹을 수 있는 쿠스쿠스 샐러드나 샌드위치, 콜드 파스타등을 판매하는데 제법 먹을만하다. 오히려 프랑스 마트인 Monoprix나 까르푸보다 영국 마트의 음식이 한수 위다. 특히 영국 마트에서 내가 매번 먹는 건 수프다. 마트 즉석코너에 가면 닭고기 수프부터, 커리수프, 버섯수프 등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든든한 용량의 수프가 많이 진열되어 있는데 무엇을 먹던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주스나 잼류는 첨가물이 거의 없이 과일 100%가 대부분이라 맛이 좋은데 가격도 저렴하다. 한국에 올때마다 종류별로 잼을 사오곤 한다.


*고든 램지의 프랜차이즈 식당들은 웬만하면 다들 비추한다. 맛은 있지만 대부분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만족스러운 프랑스 레스토랑 이용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