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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슬플 예정 76

(생즉고-삶은 곧 고통이다)


우리 집근처 고등학교 학생이다.

어쩌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몇번 마주쳤을지도...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그가 겪었을 긴 시간 동안의 아픔, 절망, 괴로움, 막막함, 두려움...


말이라도 따스하게 건네줄걸..

밥이라도 같이 먹어줄걸...

공원에 앉아 따스한 햇볕맞으며 삶이 살아볼만 하다는걸 느끼게 해줄걸...


아프고 괴롭고 외로워하는 이에게 힘이 되지 못한 자책감에 너무너무 힘든 밤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학생이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학생이고, 그런 상황인지는 더더욱 모르는데도 이상하게 공감되어서 밤새 잠 못 자고 울다가 결국 공황발작이 왔다. 


공황발작!


아! 오랜만이다.

이제는 왠지 오래 못 만난 반가운 친구와 재회한 기분이었다.

참 묘하다.

고통이 시간이 지나면 반가움이 되고, 그리움이 된다는 사실.


그 반가움과 그리움도 잠시,

다시금 그 학생이 느꼈을 폭풍 같은 감정들이 나를 덮쳤다.


상처입은

절망하는

고독한

힘이 없는

버림받은

외로운

속상한

쓸쓸한

아픈

고통스러운

가슴이 저리는

아픈

공허한

막막한

가슴이 미어지는

비참한

서러운

울적한

처량한

캄캄한

겁나는 

두려운

쓸쓸한

감정들이 날카로운 이빨로 그의 심장을 물어뜯고,  발톱을 세워 그의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너무 울고 싶었다. 그걸 맨 몸으로 매일 밤 버텨내야 했을 그를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졌다. 홀로 벼텼을 그 거친 시간들!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에게는 딱 한 사람의, 딱 한 순간, 딱 한 마디만 있어도 얼마나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데… 그에게 그런 사람, 그런 순간, 그런 말 한마디가 없었다는 것에 더 미어졌다. 무너졌다.


그도 기쁘고, 만족스럽고, 멋지고, 명랑하고, 반갑고, 상쾌하고, 신나고, 유쾌하고, 즐겁고, 짜릿하고, 평온하고, 평화롭고, 행복하고, 활기차고, 흐뭇하고, 흡족하고, 흥겹고, 다정하고, 따스하고, 상냥하고, 아름답고, 온화하고, 당당하고, 든든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자신감 넘치고, 활발하고, 무엇보다 희망찬 감정, 순간, 날들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긍정적인 감정들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온갖 괴롭고 고통스러운 부정적인 감정들이 사신의 검은 옷을 입고 그를 계속해서 유혹했을 것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꽤나 오랜 시간동안 말이다. 


아…..

자살은 도저히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택하는, 아니 선택을 강요받는 유일한 행위이다. 그러니 자살할 용기 있으면 그 용기로 살아보라고 하는 말은 폭력이다. 

차라리 죽고 싶은 자의 마음이라...


그가 이제는 편안하기를..

그가 이제는 두려움없기를..

그가 이제는 고통이 없기를..

그가 이제는 외로워하지 않기를..


결국,

외로움이 가장 극심한 고통이라 결론 내리며 마음 부여잡고 새벽을 나섰다.

여전히 삶은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지하철 첫차의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감정 잘 추스리는 하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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