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타트업 면접 보는 게 어려웠다.
면접은 봐야 하는데 궁금한 게 없어...
지방의 스타트업이었던 회사에서 근무한 나는
입사 3개월 만에 면접관이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창기 멤버였기 때문에
실무 면접을 볼 사람이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 집중하다 보면 하루에 면접 수가 많은 날은 진이다 빠졌다.
입사 3개월 때 시작한 면접은 1,2년이 지나 10년이 넘는 시간까지 지속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면접을 봐왔지만
나는 항상 면접이 어려웠다.
어느 정도 면접 흐름에 대한 루틴이 생기고 익숙함이 생겼지만 쉬워지지는 않았다.
그냥 진짜 물어볼 게 없었다.
대부분 면접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내용을
보고 나면 궁금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게 딱히 없었다.
면접자의 90% 이상이
20대 초중반이었던 이유도 컸다.
우리 회사가 첫 회사가 되는 사람들이라
전 회사에 대해 물어볼 것도 없었다.
경력직이 아니라 쌩 신입들이라
업무의 전문성에 대해 볼 것도 없었다.
그들의 자기소개서는 열심히 생활한 대학이야기와
힘들게 일한 아르바이트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내용들은 자신들이 처해져 있던 상황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치열했는지를 말하고 있었지만 감흥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애석하게도
모두 그렇게 살아왔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다들 똑같이 살아온 이야기를 10년이 넘게 보고 있으니 그걸 보고 있는 내 시간이 허무해졌다.
간절하게 면접을 보러 온 그들에게 미안했다.
뭔가 세월에 찌든 내 차가운 감정이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뜨뜨 미지근하게 데워버리는 거 같아서.
미안합니다.
가끔은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에 억지로 질문을 쥐어짜 내서 던지곤 했다.
짧으면 20분이라는 면접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어떻게든 내가 해야 하는 노력이었다.
궁금하지 않은 것에 궁금한 척하는 것.
그것이 면접을 보는 내가 월급을 받는 이유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아마 면접을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면접을 잘 볼 수 있을 것인가?
이 회사에 어떻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인가?
특별한 거 없다. (신입이라면 더더욱..)
그냥 이 회사에 걸맞은 사람이어야 한다.
마치 올 화이트톤으로 거실 인테리어를 하는데 뜬금없는 색상의 아이템을 들이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이 사람이 가진 능력, 자랑이 주가 되었던 게 아니라
이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일지가 가장 중요했다.
'우리 회사의 비전에 맞는 사람인가? 기존 인원들, 그리고 지금 만들어 놓은 우리 회사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람인가?'
면접이 끝나고 대표님과 나눈 이야기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이런 이야기가 주였다.
생각해 보면 반대로 떨어지는 이유도 특별한 거 없었다.
+ 그냥 자기 의견 없고 착해 보여서 시키는 일 다할 거 같으면 뽑는 회사도 있고.. 노예를 원하는 회사에서는 노예 어필을, 능력을 원하는 회사에서는 실컷 자랑을.. 진짜 회사마다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
두 번째는 여느 회사에서도 존재하는 인재상이었는데
우리 회사는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대표였다.
스타트업에서의 '성장'은 대기업이나 체계가 탄탄한
회사들이 말하는 '성장'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시니어가 없는 환경에서 맨땅에 헤딩해가며 쌓은
경험과 실패를 성장으로 만들어 회사를 무조건적으로 키워내야 하는 자리라는 말이다.
특별한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정말 열심히 살아온 성장 이야기에
독보적으로 특별한 서사를 가진 인생이 아니라면
이런 회사 면접 내용에 크게 영향을 끼칠만한 게 없다.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는 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런 것이 면접관의 눈에도 좋아 보이는 건 당연하고, 그것들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단지 100명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가 똑같았다는 것이 면접관의 위치에서 힘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지만, 절벽에서 밀어뜨렸을 때
혼자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자기소개서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현타가 오는 일들도빈번했다.
사실 20대 초 중반, 대학을 막 졸업한 그들이 첫 사회생활을 앞둔 것인데.
열심히 살아온 그들에게 하는 면접질문은 일반적으로 너무 뻔했다.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건 정말 쓸모없는 질문이고,
그 대신 면접의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건넨
뭐 여기 살고 있는 것이냐, 면접 보러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 고생했다 등등 또한 뻔한 질문들.
그리고 이들에게 했던 가장 가혹한 질문들 몇 가지는 나 또한 지금 면접을 본다 한들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 회사에 지원한 동기가 뭔가요?"
나는 면접관이었지만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거 자체가 부끄러웠다.
사실 안 궁금하면서 물어보는 질문 중 1위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돌아오는 대답이 뻔한 이런 형식적인 질문을
왜 가장 먼저 하는 것인지?
드라마처럼 뭐 이 회사와 나와의 관계에 엄청난 서사라도 존재한다 생각하는 것인지?
회사 입장에서는 항상 새로운 생각, 미친놈 같은 천재를 원하면서 왜 면접 질문은 시대를 역변하는 고인 물들의 질문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것인지.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어느 회사든 지원하는 동기 중 이거 하나는 확실하지 않나?
'돈 벌어야 하니까.'
이 말을 어떤 면접자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을까?
그냥 면접관의 자리에 앉아있던 나 혼자 속으로만 생각했던 대답이다.
"왜 꼭 우리 회사에 지원해야 했나요?"
하.....
요즘은 회사 지원하기 전, 퇴사자들이나 면접자들이나 그 회사에 대한 후기를 남길 수 있는 사이트가 활성화되어있다.
면접자들이 이 회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건 그 후기들이 꽤 힘이 될 것이다.
그것들을 보고 대기업도 아닌 곳에 '이 회사는 좆소기업이 아닌 거 같아서 지원했어요'라고 대답할 수도 없고, '이제 취업 준비를 시작했는데 마침 사람을 구하고 있어서 지원했어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건 면접자들에게 무슨 대단한 대답을
듣기 위해 하는 질문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마 업무와 회사에 관련된 답변을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거 같다.
아, 딱 한 명 본적 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콘텐츠를 유튜브 광고로 봤는데 이런 콘텐츠를 저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그때 얼마나 사막에서 바늘을 찾은 기분이었던지..
그 외,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사회 초년생 면접자들에게 이런 질문은 고문이다 고문.
그 뻔해빠진 대답을 듣는 나도 고문이고.
"살아오면서 성장했던 경험이 어떤 것이 있나요?"
어마어마한 질문이다. 진짜 큰 것이 왔다.
대답 또한 어마어마한 서사와 감동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까지 든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20대 초중반이다.
초, 중, 고 학교 다니고 대학 다니고
취업 준비밖에 안 해본 사람들에게 '성장'이라..
물론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성장'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하지만, 간절한 면접 자리에서 '성장한 경험'을 말하려 한다면 말문이 턱 막히는 게 대부분일 테다.
이 간절한 자리를 울릴 만한 나의 대단한 성장이 과연 존재하긴 했는가?
성장이란, 실패와 좌절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인데
20 초중반의 인생에 시험을 망쳤다, 팀별 과제가 힘들었다 그 외 이 면접 자리를 설득할만한 '성장'의 스토리가 존재할 것인가.
나는 서른 중반이 넘은 뒤에야 비로소 '성장' 한 스토리를 한 페이지 정도 작성할 수 있을 거 같다.
그전에 내가 면접을 봤다면 나는 아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꼭 누구 씨를 뽑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나는 사실 이런 질문에 바라는 대답이 없었다.
사회 초년생들에게 그냥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진짜 솔직하게 대답해줬으면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솔직함보다는 지금 나를 포장할 수 있는 말을 더 고르곤 한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회사에서 성과를 내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질문에도 '제가 매출 혹은 성과 어느 정도 올려드릴 수 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지만 사회 초년생들에게?
이런 질문은 가혹하다.
사회 초년생들이 ‘열심히 할 수 있기 때문’ 이라는 대답 말고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의미 없는 뻔한 질문에는 의미 없는 뻔한 대답이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
정말 신기하게도 100명에게 이 물음을 던졌을 때 100명이 똑같이 대답했다.
저의 성실함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분이 다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입사 3개월이면 그때의 간절함은 사라진다.
그런 직원들을 볼 때마다 입안이 씁쓸해졌다.
이런 씁쓸함을 느끼기 위해 던지는 질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었다.
언제까지 간절하게 면접을 준비한 그들에게 뻔한 질문만 던질 것인가?
언제까지 면접의 질문들은 뻔함을 벗어나질 못할까.
뻔한 질문들로 나의 시간, 그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건 과연 합당한 일인 걸까.
내가 일했던 회사에서 면접에 탈락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랬다.
'우리 회사와 맞지 않을 거 같아서'가 가장 컸다.
절대 그들의 능력이 떨어진다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면접자들이 면접에 떨어지게 되면 문제를 나에게서 먼저 찾는다.
내가 부족해서, 혹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실제로 면접에 떨어진 한 면접자는
개인적으로 연락까지 온 적이 있었다.
'제가 무엇이 부족했을까요? 저를 보완하고 싶어요.'
정말 멋진 사람이다.
아마 어느 회사를 가든 뭐라도 해낼 사람의 마인드와 실행력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면접 탈락 결과를 전하게 되면 정말 미안했다.
이유는 단순한 것을.
우리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였는데,
말이 거창해서 그렇지 사실 그냥 우리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인재가 아니라도 우리 회사와 어울릴 거 같은 사람이면 그에게는 합격의 목걸이가 주어질 수 있다.
내가 못할 거 같은 사람으로 보여서가 아니다.
정말, 어느 회사든
면접에 탈락해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절대 본인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간절하게 취업을 준비한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지 말라고.
내가 살아온 속사정 하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력서만 보여주고 면접 연락을 받은 것만으로도 나는 참 괜찮게 살았다 생각하라고.
그저 그 회사와 내가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면접관 또한 지금 다른 잘난 회사에 면접 보라고 보내놓으면 똑같은 수준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면접관의 일은 안 궁금한 것을
궁금한 척 물어보는 광대 같은 짓이었다고.
내 광대짓을 보게 한 그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 아 그리고,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자기소개서에 면접관이 궁금할 거 같은 먹이들을 좀 던져주면 좋지 않을까? 다들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 중에서 궁금함이 생기는 인원을 발견하기 정말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