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월급만 받아간 지능 낮은 팀장이 후회하는 것

회사에서 진정한 승자들이 일하는 법

by 햅피백수
회사에서 인터넷 쇼핑..?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숨쉴틈 없다. 컴퓨터 전원을 켜는 것부터 일의 시작이었다.


말 그대로다. 사실 안 하려고 한건 아니고 못한 거 같긴 한데..

출근해서 컴퓨터 전원을 눌러두고 바로 탕비실로 향한다.

회사에만 오면 도저히 정신이 깨어나기를 거부하는 거 같아서 사약처럼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켠다.

사약 한 사발 종이컵에 가득 채워서 자리로 돌아온 나를 반겨주는 건

'팀장님, 아래 내용 확인해 주세요'로 시작되는 대표님의 메신저다.


(1), (2), (3), (4), (5) 참 보기 편하라고 번호까지 붙여가며 구구절절 업무 지시에 대한 내용들이 장문의 편지처럼 들어와 있는데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침부터 기분 잡ㅊ.. 아니 기분 가라앉네 정말.

심지어 보낸 시간을 보면 어젯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다.

아 그 시간에는 제발 잠 좀 자세요 제발..


대표님의 업무 지시는 한두 가지에서 절대 끝나지 않는다..


업무를 시작하면 다른 건 필요 없고, 대표님이 보내온 지시사항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부터 집중해야 한다.

잠도 안 자고 전날 보낸 업무 지시가, 업무 체크 사항이, 얼마나 궁금할까...

얼마나 궁금했으면 출근한 지 5분 지났는데 보낸 내용 확인했냐고 푸시가 들어올까.

고로 내 업무는 대표님의 지시사항 처리부터 시작된다.


결국 오전에는 원래 해야 했던 업무를 시작도 못하고 점심시간이 왔다.

개미지옥보다 더한 업무 지옥에 빠져있다 보면 배달시켜놓은 점심이 도착한 지도 모를 때가 많다.

자꾸 미안하게 직원들이 밥을 세팅해 두고 나를 찾으러 오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진짜 일에 미친 자 같은데 그게 아니고..

오너에게 꼬투리 잡히기 싫어서 그전에 미리 해두려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된 건데..

왜 그런 거 있잖아, 공부하려고 했는데 공부 안 하냐고 먼저 물어보면 더럽게 하기 싫은 거..

뭐 그런 거처럼 '팀장님 이거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라면 '이미 그렇게 했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실수로 너무 열심히 일해버렸지 뭐야.


이딴 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리더라.

덕분에 10년이 훌쩍 넘는 회사 생활동안 회사에서 인터넷 쇼핑을 한다? 꿈도 못 꿨다.

그런데 이렇게 일하면 안 된다!? 이러면 회사에서 진정한 패자라고..

남의 회사에서 내 일처럼 열심히 일하는 거만큼 바보 같은 짓이 없다.

똑똑한 직원들은 빠듯한 업무 중에도 본인들을 위한 휴식 타임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몰래 놀기 고수들이구나, 하산하거라..


화장실을 다녀와서 내 자리로 향하다 보면 많은 직원들의 모니터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데,

어쩜 그렇게 재미있는 일들을 몰래몰래 잘하고 있던지..

입사하고 몰래 노는 건 알려준 적이 없는데, 팀장인 나도 못하는 걸 하고 있으니 청출어람이 따로 없다.

그래도 나름 양심은 찔리는지 손가락은 일하는 척 키보드 위에 올려두고 시선만 모니터 구석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혹여나 저를 부르는 소리를 놓치지는 않을까 이어폰도 한쪽 귀에만 꽂은 채로.

재미있는 동영상은 작은 화면으로 바꿔뒀으니 들킬 일이 없다고 생각하나 보다.

여기서 내 역할은 그냥 모른 척해주는 거다.

그래.. 이게 대리만족이지 뭐 긁적.. 나 대신 노라죠..


컴퓨터만 있다면 회사에서 무엇이든 할 수 이쒀 개꿀!


중고차를 사겠다며 화면 가득 중고차 화면으로 채워두는 용사도 있다.

강철의 심장을 가진 자라 할 수 있겠다.

빠른 화면 전환을 위해 왼쪽 손가락은 특정 키보드 타자 위에 올라가 있지만, 집중하다 보면 팀장인 내가 등뒤로 지나가는 것도 모른 채 중고차 시장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

그래 놀아라.. 들키든가 말든가 니 손해지 내 손해냐..


요즘 적금대신 주식을 산다는 직원은 파란색이 난무하는 주식창을 보고, 사무실 밖으로 보이는 강가 수온 체크를 하곤 했다.

그날은 오전 내내 주식만 보고 있었는지 점심을 먹으러 모인 자리에서 주식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제가 계속 지켜봤는데 여기 오늘 사면 좋을 거 같아요'

자신 있게 다른 직원들에게 추천까지 해주던 그는 다음날 또 수온 체크를 한다.

들어가기 좋은 수온이 어디 있니~

그 어느 온도가 주식에 피 철철 흘리는 식어버린 니 심장보다 더 차가울 수 있겠니~

그냥 들어가 츄라이 츄라이~


'띵동'

회사 계정으로 로그인되어있는 내 pc카톡으로 회원가입을 축하한다며 할인 쿠폰을 받아가라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한창 20대 여성 의류 쇼핑몰로 유명한 사이트에서 메시지가 온걸 보니, 누군가 실수로 회사 카카오 계정으로 회원 가입을 했나 보다.

메시지가 날아온 시간이 2시가 넘을 때였으니.. 그래.. 점심 먹고 한창 잠 올 때지..

그래.. 잠을 잘 수 없으니 쇼핑이라도 해야지..


'도비는 회사에서도 자유예요!'


정신 차려! 실수로 최선을 다해서 일하지 말란 말이다!


이렇게 회사에는 자유를 꿈꾸는 다양한 도비들이 존재한다.

인터넷 쇼핑, 웹툰, 중고차, 주식 등등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의 꿀맛을 몰래몰래 찍먹 하는 것이다.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 받아가면서 이런 자유 찍먹도 못하면 손해다.

오너들이 원하는 똑똑한 직원은 회사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줄 충실한 직원이지만, 직원들이 보는 똑똑한 직원은 귀신같이 틈틈이 쉬고, 열심히 일하는 '척'까지 해내는 사람이다.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하는거면서..)


내 자리는 소위 말하는 꿀 빨기 좋은 자리였는데, 내 자리에서 영화 한 편을 떼러 보고 있어도 아무도 알지 못하는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소처럼 일했다. 음머~ 바보에음머~

무슨 마님한테 쌀밥 한 그릇이라도 더 얻어먹으려는 종놈처럼..

어차피 직원이 회사에서 받아가는 건 월급밖에 없는데, 똑똑한 직원들은 월급+자유를 얻어갈 동안 나는 월급+스트레스+병 골고루 얻었다.


회사에서 일밖에 한 게 없어서 퇴근하면 항상 이런 상태였었지..


회사에서 일만 하지 마라.

월급과 더불어 얻어갈 수 있는 다양한 자유들이 있다.

"너 회사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해?"라는 말만 들으며 회사에서 월급밖에 못 받아간 나는 결국 고장났고 엔진이 꺼져버렸다.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눈치껏 쉬면서 일한 그들이야 말로 인생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승자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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