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죽어야 할거 같았어
"팀장님 가스라이팅 당하는 거 같아요"
엥? 아니야 나 못하는 거 맞는 거 같아.
한창 대표님이 설정해 둔 목표 발끝에도
미치지 못해, 회사 돈으로 점심 먹는 것도
사치인 것처럼 느껴지던 시절
나를 잘 알고 따르던 직원들이 했던 말이다.
무슨.. 연인 사이도 아니고,
회사에서 무슨 가스라이팅이야.
직장 내 가스라이팅이라는 게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대표님이 설정해 둔 목표가 그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길 바라서
신기루 같은 목표를 세워둔지도 몰랐지.
"팀장님 진짜 다른 회사 가면 엄청 대우받아요"
또 다른 직원이 이야기하는데 내 반응은 '에이'였다.
아닌데.. 대표님이 나보고 더 성장해야 한다고,
다른 회사는 연 매출이 우리보다 몇 배는 더 높다고 그랬는데..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대답하며 그냥 웃었다.
나인투 식스 꽉 채워 일하고 그 이상을 일했고,
최선을 다해 일한 과정이 있었지만
결과 우선적인 현대사회에서 회사생활을 했던 나는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대표님이 만들어 놓은 우물 안에서..
어떻게든 그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우물 벽면을 한창 벽차기 하고 있을 때라
내 가치를 알아봐 주는 직원들의 말이
고마운 줄 몰랐다.
아니, 그들의 말이 '진짜' 인지 몰랐다.
10년이 넘는 직장 생활동안.
"성장하지 못하면 패배자예요"
오랜 시간 이 말을 같이 들었던
지능 높은 직원들은 이미 퇴사를 가슴에 품었으며
이곳은 나와 맞지 않은 회사라 인정하고 회사를 나갔다.
사람이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지,
왜 나의 노력들까지 패배자로 만드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의견이었다.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대표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존재였다.
사람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성장하지 못하면 가치가 떨어지지.
열심히 한 나는 필요 없고,
성과를 못 내는 내가 패배자야.
내 인생의 주인은 나인데, 그저 돈 주는 사람
가치관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만드는 시점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도 모르면서,
회사에서의 내 시간 일부분만 보고
내가 승자니 패배자니 판가름하는 대표님의 가치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능 높은 직원들은 진작에 인지하고 있었고,
직장 내 가스라이팅이 뭔지 진작에 알고 있었다.
대표님의 가스라이팅에
고개를 끄덕였던 건 멍청한 나뿐이었다.
지능이 높았던 그들은 본인의 인생을 뒤흔드는
오너의 말에 진작 발을 뺐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나는 지능이 낮았다.
"이만큼 돈 벌었지만,
우리는 아직 구멍가게예요"
성장, 매출상승 그 외 힘을 가진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결국 오너 인생의 목표인데
나는 쓸데없이 그의 목표에 내 인생을 걸었었다.
내 인생의 목표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냥 저 말을 너무 듣다 보니까 판단력이 흐려졌다.
다른 생각을 할 빈틈이 없었다.
나의 가치는 그의 인생목표가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때 높아졌고,
부정적으로 멀어질 때면 한없이 바닥에 처박혔다.
"이 모든 게 나 때문 이거 같아"
나는 내 인생을 이 회사에 다 받쳤던 사람이다. (너무 멍청한 짓이라 부끄럽다)
출근 전, 퇴근 후에도
이 회사의 성장에 목메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노력했어도 '우리 회사는 구멍가게'라는
대표님의 가스라이팅에
1년, 2년, 3년 전보다 매출이 오르고 순수익이 ~%를 달성할 때가 있어도 나 자신을 죽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구멍가게는 진짜 아니었는데..
정보력 좋고, 그로 인해 좋은 아이템으로
승승장구하고, 투자를 받는 것도 스스럼없던
서울의 스타트업과 비교하는 게 잘못인 회사였지.
하지만 이미 성공으로 배부른 그들과 비교하는 걸
멈추지 못했던 오너의 마인드는
성장하는 우리 회사를 항상 구멍가게 취급하게 했다.
오너에게는 불만족스러운 결과일지 몰라도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눈에는 다 보였는데..
우리가 이 정도 결과물을 냈고, 사람들이 좋아해 줬고, 우리 광고 안 본 사람 없는데!!
가스라이팅에 절어 바보 멍청이였던 나는
직원들이 진작에 보던 그 프라이드를
함께 보지 못하고 내 눈앞을
흐리멍텅하게 만들 뿐이었다.
"지능이 높으면 회사 가스라이팅 상관없더라."
"같은 아이템인데 경쟁사는 성공했어요"
지능 높은 다른 직원은 이 말을 들으면서도
별생각 없었다.
브랜드를 론칭하는 시기라던지, 아이템의 차별성이라던지, 가지고 있는 자본이라던지, 투자라던지..
기본적으로 이미 우리가 따라갈 수 없는 경쟁사들의
성공을 굳이 우리와 비교하는 오너의 말을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발선, 그러니까 주변의 상황이
이미 +100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쟁사와
우리를 비교하는 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니 말이다.
똑똑한 직원들은 그것을 미리 알았고
멍청하게도 나만 그걸 몰랐다.
왜 성공한 아이템을 성공시키지 못하냐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내가 멍청이다.
주변의 상황과 출발선이 다른것도 내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 나를 탓했다.
'다른 곳은 다 잘하는데 우리만 못한다, 열심히 하는 거 의미 없다. 다들 열심히 한다.'
가스라이팅에 절어있던 나는
진실과 주변의 상황을 보지 못했고,
그래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만 못하네.. 나만..
그런 축축한 생각을 편안하다 생각했다.
잘하고 못한다 판가름을 내는 것도 결국 어느 한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인데도 불구하고.
"가스라이팅에 젖어가던 순간들"
사실 처음
같은 아이템이지만 경쟁사는 성공했고, 많이 팔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희망적이었다.
오! 이 아이템이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구나!
내가 더 열심히 사면되는군
두 번째 들었을 때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 또 말씀하시지..? 아, 성공을 시키라는 말인데
그걸 몰랐구나? 나만 몰랐나..?
세 번째 들으니 자기반성이 시작되었다.
아, 그들은 성공시키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가 문제구나.
네 번째, 다섯 번째.. 10번, 20번
오랜 시간 듣다 보니 제대로 가스라이팅에 갇혀버렸다.
'네가 못하는 거야! 그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했지만 그걸 못 엎는 네가 잘못한 거야'
그러면 여기서 멈춰야 하는가?
나는 그게 안 되는 성격이었다.
이것도 못해서 다른 일을 하면 제대로 하겠냐?
성실함, 열정, 진정성만으로 일해온 나는
가스라이팅에 절어 과정의 대단함을 보지 못했다.
과정=무쓸모라고
가스라이팅에 절어있던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래. 나는 죽는 게 맞는 거 같아'
"그냥 죽어라. 네가 살아서 뭐 하냐"
어두침침한 감정을 죽이고 싶을 만큼 날이 좋았고.
하필 고층 이었던 회사 건물은
아래를 바라보기 쉬웠고, 속이 시원할 만큼 탁 트였다.
여기서 떨어져 죽으면 고통이 없을 거 같았고.
날이 좋은 게
그래 오늘 죽어라고 응원하는 기분이었다.
수없이 고민했던 죽는 방법들 중,
이날은 내 자살을 날씨가 응원해 준 거 같았다.
...
그냥 나는 못난 사람이 되었다.
지금은 퇴사 후 사람이 되었기에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내가 사람이라 생각도 못했다.
이 딴 것도 못해내면서 살아가는
기생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
나는 열심히 노력하고 성과도 냈지만
그 당시 우리 회사보다 훨씬 좋은 조건과,
타이밍이 좋았던 회사들과 비교당하며
가스라이팅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그냥 당했다.
대표님도 죄는 없다.
본인의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말을 던졌는데
지능 낮은 내가 걸렸을 뿐이다.
누구의 잘못도 없는 가스라이팅에
나는 죽음을 생각했고,
어떻게 죽어야 내 가족들이
내가 죽은 모습을 보고 덜 충격을 받을까 고민하다
나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내가 지금 정상이 아니구나.
그렇게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정신의학과를 예약했고 몇 년 동안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가스라이팅으로 죽고 싶었던 거 100% 진심.
가족들을 위해 살고 싶었던 거 100% 진심.
100%-100% = 0.
그럼 다시 시작해 보자.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가 안 좋으면
패배자가 되는 회사에서의 현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냈지만
칭찬과 격려보다는
'아직 우리는 멀었다'는 말로 내 능력을 짖밝을 수밖에 없었던 현실.
(비교하자면) 1억을 쓰면서 마케팅하는 회사와
100만 원 쓰면서 일하는 나를 비교하며
성과가 차이 난다고 가스라이팅하고..
그로 인해 열심히 일해도
나의 가치가 사라져 버린 수많은 날들.
아마 대표님들은 끝까지 모를 것이다.
본인들의 삶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본인들이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가스라이팅들을.
아마 그들은 그것이 가스라이팅인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러니 직원인 우리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데 좋은 말로든, 나쁜 말로든
나의 가치를 흔드는 분위기에서 일해야 한다면
얼른 도망쳐야 한다.
나의 가치관이 흔들리거나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절대 끌고 가지 말라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할 것.
주변에서 나에게 칭찬, 혹은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인다면 그냥 흘려보내지 말 것.
직장 내 가스라이팅을 의심할 수 있는 눈을 가질 것.
내 인생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것을
잊지말것!
힘내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