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를 해야지, 마음먹었다. 옷장을 열었다. 입지 않는 옷이 가득했다. 도대체 예전에 나는 무엇을 입고 다녔던 것일까. 벗고 다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옷을 하나씩 꺼냈다. 버릴 건 버려야지. 그렇게 한참을 정리했는데도 헌 옷 수거함으로 들어가기 위해 박스에 담긴 옷은 고작 티셔츠 몇 장이 전부였다. 버릴 줄 모르는 나였다.
버리는 법은 중요하다. 버려야지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다. 옷장을 비워야지 새로운 옷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과거에 얽매여 있어서일까.
옷방에 있는 전신 거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 내가 거울 밖에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옷장을 열었다.
'이건 진짜 비싸게 주고 산 옷인데.'
'이건 한정판이었는데.'
'이건 자주 입었지만 그렇다고 요즘 스타일은 또 아니고.'
'이건 음.'
옷마다 사연이 있었다. 사연을 등지고 하나씩 박스에 담았다. 그렇게 시작하니 꽤 많은 옷을 버릴 수 있었다. 덕분에 옷장에는 새로운 옷이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그렇다. 미련은 옳지 않다. 내 미련이 내 심장에 내 머리에 가득해서 다른 것이 들어올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 심장에도 내 머리에도 자리를 내어줘야겠다.
글, 신세연.